가거도 방파제
2019년 09월 11일(수) 04:50
국토 최서남단 신안 가거도는 늘 숙명처럼 태풍과 전쟁을 벌여 왔다. 서해안으로 올라오는 태풍의 길목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배를 육지로 옮기면서 부르는 ‘배 설거지’ 노래가 가거도만의 노동요로 전해 내려오는 것도 태풍과 무관치 않다.

가거도에서 태풍과의 전쟁을 상징하는 것은 방파제다. 가거도 방파제는 1979년 공사가 시작되면서부터 태풍과 인간 건축 기술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셀마(1987년), 프라피룬(2000년), 라마순(2002년) 등 세 차례 큰 태풍과의 밀고 밀리는 싸움 끝에 방파제는 착공 29년 만인 2008년 준공됐다. 1325억 원이나 들여 64t짜리 테트라포트 5000여 개와 108t 큐브블럭 600여 개를 설치해 완공하자 한 방송사는 ‘태풍과의 전쟁에서 인간이 판정승을 거둔 공사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방파제는 2011년 태풍 ‘무이파’와 2012년 ‘볼라벤’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볼라벤 때는 방파제 480m중 350m가 파손됐고 테트라포트 2500여 개가 유실됐다. 이에 정부는 2200억 원을 들여 100년 주기 태풍에도 견딜 수 있는 슈퍼방파제 공사를 2013년부터 시작했다. 15m이던 방파제 상부를 축구장 다섯 개 너비인 106m로 늘리고 아파트 10층 높이(28m)에 무게 1만t짜리 대형 케이슨(블럭) 16개를 설치하는 세계 최대 규모 방파제 공사였다.

며칠 전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링링’에 케이슨 1개가 파손됐다. 후면부 20m가 부서졌다고 하지만 순간 최대풍속 52.5m로 역대 5위 규모의 바람에 방파제 보호의 핵심 역할을 하는 케이슨이 파손된 것이다. 가거도 방파제 공사가 40년째 이어져 온 것을 두고 일각에선 기술력 부족보다는 부실공사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준영 전 전남 지사 역시 2012년 가거도 태풍 피해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방파제 파손은 천재가 아닌 부실 공사로 인한 인재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예정대로라면 슈퍼방파제는 내년 말 완공된다. 40년 끌어온 가거도 방파제 공사가 무사히 끝나, 이름 그대로 ‘가히 사람이 살 만한 섬’ 가거도(可居島)가 됐으면 한다.

/장필수 전남본부장 bun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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