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신유의
2019년 09월 05일(목) 04:50
왕이 절대 권력을 쥐었던 봉건시대에 그 권력을 공유하며, 어깨를 나란히 했던 신하들이 꽤 있었다. 그 대부분은 주변의 빗발치는 탄핵과 이간질, 왕의 역린(逆鱗)을 건드리는 실수나 관리 실패 등으로 중도에 오히려 대역죄인으로 몰려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대표적인 사례로 춘추전국시대 오나라 부차와 오자서, 조선 중종 때의 조광조가 있다.

사명을 가진 군주는 국가 부흥, 영토 확장 등 현실적인 목표와 함께 이상적인 정치의 실현을 위해 인재를 찾아 나선다. 그 인재가 자신을 도와 국가에 공헌하면 관직을 높이고 부귀영화를 보장해 주는 것은 당연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권력을 나누고 끝까지 믿음을 이어 간 신하를 고굉지신(股肱之臣)이라고 한다. 팔다리와 같은, 즉 군주와 한 몸이라는 의미다.

군주가 바람직한 신하를 만나거나 신하가 자신을 알아주는 군주를 만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꽤나 어려웠던 것 같다. ‘세난’(說難)에서 군주를 설득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설명한 한비자 는 군주의 믿음을 얻지 못하고 죽음을 맞았다. 초나라 굴원 또한 군주의 미움을 받아 멱라수에 몸을 던졌다.

하지만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환공과 관중, 진나라 효공과 상앙, 삼국시대 촉나라 유비와 제갈공명, 당나라 당태종과 위징 등은 군신 관계의 모범으로 꼽힌다. 그들의 군신유의(君臣有義)는 지금까지도 미담으로 회자된다. 다만 혁신을 주도한 신하는 군주가 사라지면 그 동력을 상실했고, 국가 통치 체계를 특정 신하에만 의존한 군주는 그 신하가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사법 개혁을 이끌고 있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야당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의 조 후보자에 대한 신임은 여전히 변하지 않은 듯하다. 조 후보자와 그 가족의 과거 행적에 대한 실망이 크긴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개혁 조치를 마무리하는 데 있어 그가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과 조 후보자의 의리에 대해 후세는 어떠한 평가를 내릴지 사뭇 궁금하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