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반하장
2019년 08월 30일(금) 04:50
최근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사자성어를 꼽으라면 적반하장(賊反荷杖)과 후안무치(厚顔無恥)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사자성어는 워낙 자주 쓰이다 보니 어원까지는 몰라도 그 뜻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이 중 적반하장은 일본의 경제보복과 한국의 지소미아 협정 종료 등으로 인한 한일 대립, 일련의 여야 갈등 과정에서 가장 많이 언론에 오르내린 단어이다.

적반하장의 사전적 의미는 ‘도둑이 도리어 몽둥이(매)를 든다’이다. 잘못한 사람이 오히려 잘한 사람을 나무라는 뻔뻔한 경우를 빗댄 말로, 조선 인조 때 학자인 홍만종(洪萬宗)의 문학평론집 ‘순오지’(旬五志)에 자세한 풀이가 나온다. 이 책에는 ‘적반하장, 이비리굴자반자능력’(賊反荷杖, 以比理屈者反自陵轢)이라 해서 ‘적반하장은 도리를 어긴 사람이 오히려 스스로 성내면서 업신여기는 것을 비유한 말’로 설명하고 있다.

현대에 이르러 적반하장은 잘못한 사람이 잘못을 빌거나 미안해하기는커녕 상대를 공격하는 어처구니없는 경우에 ‘적반하장도 유분수지’라는 형태로 많이 쓰인다. 참고로 순오지는 홍만종이 숙종 4년(1678)에 지은 잡록으로 보름 만에 완성했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며, 같은 의미에서 ‘십오지’(十五志)라는 별칭도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와병 중에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평소 들은 여러 가지 민담과 속담 등을 심심풀이로 기록한 것이다.

본론으로 돌아가 그렇다면 ‘적반하장’의 행태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둑이 잘못을 빌거나 도망가지 않고 몽둥이를 드는 까닭은 우선 본인이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잘못을 알고도 그것을 인정하기가 싫어서이다.

광주시교육청이 얼마 전 고려고에 대한 특별감사를 통해 학교 측의 시험문제 유출과 성적 조작 사실을 언론에 발표한 바 있다. 이에 고려고는 증거를 대라며 오히려 감사 담당 공무원의 징계를 요구하는 등 교육청을 비난했다. 이에 장휘국 교육감이 ‘적반하장’이라며 엄정 대처를 지시했다. 고려고의 적반하장이 그들의 주장대로 정말 억울해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묵과할 수 없는 후안무치한 행동인지 모두가 지켜볼 일이다.

/채희종 사회부장 c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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