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이트 다샤인’ 축제때 염소·닭 神에 바치며 소원 빌어
아시아 문화 원류를 찾아서 <88> [10부 ‘네팔’ (9) 동물희생제]
힌두교 ‘두르가’ 여신 찬양하는 축제
올해 4월 12일~13일 열려
동물 피는 강력한 힘 가진 여신이자
전사 두르가 기쁘게 해 소원 들어줘
신성시 여기는 황소·개는 제외
2019년 08월 16일(금) 04:50

네팔의 연말 축제 ‘채이트 다샤인’(Chaite Dashain)가 열린 지난 4월 12일 오전 8시 네팔 포카라 ‘빈디야바시니 사원’이 신도들로 붐비고 있다. 이 축제 기간에는 꽃과 과일, 염료 등 공물 외에도 염소와 닭 등 살아있는 동물을 제물로 바치는 ‘동물희생제’가 흔히 이뤄진다.

구릉족 청년 고으롭 구릉씨가 자신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집에서 기르는 수탉을 가져와 신에게 바치는 의식을 치르고 있다.






채이트 다샤인 기간 네팔 현지인들은 아침식사를 하기 전 사원을 찾아가 신에게 기도를 올리는 게 관습이다. 이른 아침부터 빈디야바시니 사원을 방문한 신도들이 가족의 건강과 풍년 등을 기원하며 기도를 하고 있다.






[네팔 포카라 = 글 박기웅·사진 김진수 기자]

향 특유의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향 연기가 사원을 뿌옇게 메웠다. 사원을 찾은 사람들 손에는 저마다 신에게 올릴 공물이 들려 있었다. 차례차례 순서를 기다리며 신전 앞에 길게 줄을 섰다.

그들 사이에는 닭이나 어린 염소, 오리를 품에 안은 사람도 더러 보였다. 경건한 사람들의 표정과 달리 주인의 손에 끌려온 동물들은 곧 닥칠 자신의 운명을 모르는 듯 풀을 뜯기도, 꾸벅꾸벅 졸기도 했다.

네팔의 연말 축제이자 마지막 축제인 ‘채이트 다샤인’(Chaite Dashain)이 열리는 시기 네팔의 일부 사원에서는 사람들이 꽃과 과일, 염소와 닭을 제물로 바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채이트 다샤인은 힌두교에서 최고 여신인 ‘데비’(Devi)의 화신 ‘두르가’(Durga) 여신을 찬양하는 날이다. 올해 이 축제는 네팔의 달력인 비크람력으로는 연말인 지난 4월 12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됐다. 우리나라로 치면 12월 30일과 31일인 셈이다.

채이트 다샤인 축제가 열리게된 전설은 이렇다.

우주를 보호하는 신 ‘비슈누’(Vishnu)의 7번째 성육신(成肉身) ‘램’(Ram)은 그의 부인이자 미의 여신인 ‘시타’(Sita)와 함께 14년간 유배를 당하게 됐다.

하지만 당시 스리랑카 왕국의 라바나 왕은 램이 잠든 틈을 타 시타를 납치하게 된다. 라바나 왕은 머리가 12개로 다른 사람보다 똑똑했고 강력해 스스로 신이라 칭할 정도였다.

램은 부인을 구하기 위해 스리랑카로 넘어가 라바나 왕과 대적했다. 전투는 32일간 이어졌지만 강력한 라바나 왕을 쓰러트리기는 쉽지 않았다. 이때 두르가 신의 도움을 받아 승리할 수 있었고, 사람들은 램과 시타가 집으로 돌아온 날을 기념하고 두르가를 찬양하기 위해 축제를 열고 있다고 한다.

지난 4월 12일 방문한 네팔 포카라 ‘빈디야바시니’(Bindyabasini) 사원은 두르가 여신의 화신인 파괴의 여신 ‘칼리’(Kali)를 숭배하기 위해 세워진 곳이다. 두르가를 찬양하는 축제에 맞춰 그의 화신인 칼리 신전이 있는 이곳도 매년 이맘때면 찾아오는 신자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비곤 한다.

특히 채이트 다샤인 시기 수많은 동물들이 목숨을 잃는다. 물소와 염소, 닭, 오리 등 집에서 키우는 가축을 신에게 바치는 ‘동물희생제’가 이어져오고 있어서다.

동물의 희생과 붉은 피는 강력한 힘을 가진 여신이자 전사 두르가를 기쁘게 한다고 여겨지고 있다. 신에게 기쁨을 줌으로써 신이 자신의 소원을 들어준다고 믿는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집에서 기르는 닭과 오리, 염소 등을 제물로 바친다. 다만 신성시 여기는 황소와 사람의 혼을 염라대왕에게 인도한다고 믿는 개는 제물로 쓰지 않는다. 수많은 동물이 죽어가도 황소는 유유자적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개는 한가롭게 낮잠을 잘 수 있는 이유기도 하다.

칼리 신상이 놓인 신전 앞에 동물을 바치는 제를 올린 사람들은 신전을 빠져 나와 동물을 들고 한쪽에 마련된 장소로 이동한다. 동물의 목숨을 거두는 곳이다.

우선 신에게 바친 동물의 머리에 물을 뿌린다. 자고 있는 동물은 죽여서는 안된다. 물을 뿌려 동물이 고개를 흔들면 잠에서 깨면 ‘이 세상을 떠날 준비가 됐다’고 여긴다.

이후 최대한 고통 없이 단 칼에 목을 벤다. 만약 물을 뿌려도 고개를 흔들지 않으면 목숨을 살려주고, 집에서 기르던 가축이어도 방생해 자연으로 돌려보낸다.

이날 사원 앞에서 만난 청년 고으롭 구릉(Gourav Gurung·21)씨도 집에서 3년간 정성껏 길러왔던 수탉을 신에게 바쳤다. 그가 닭을 바치며 빈 소원은 “외국에 가서 공부하고 일자리를 구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는 히말라야 산악민족이자 영국의 용병 ‘구르카’로 유명한 부족인 구릉족 출신이다.

고으롭씨는 “자신의 형도 지난해 소원을 빌어 영국군에 구르카 용병으로 선발될 수 있었다”며 “나도 형처럼 소원을 빌었고, 역시 이뤄질 것이라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pboxer@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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