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화 ‘그림을 듣고 화가를 읽다’ 출간
마네·피카소 등 작가 18명 걸작 속 청각적 요소 분석
2019년 08월 14일(수) 04:50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에서 군중의 함성을 듣는다. 르누와르의 ‘믈랭 드 라 갈레트 무도회’에선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는 소리, 아름다운 춤곡에 귀를 기울인다. 브뤼겔의 ‘농부의 결혼식’ 속 왁자지껄한 소리는 소박한 서민들의 축제 분위기를 한층 띄워주는 듯하다. 그림을 감상하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정답은 없다. 어디에 관심을 두느냐에 따라 자기만의 풍성한 이야기와 또 다른 감동을 만날 수 있다.

정기화 화이트 큐브 갤러리 디렉터는 ‘청각’에 주목했다. 4년전부터 틈틈이 써온 글을 묶어 펴낸 ‘그림을 듣고 화가를 읽다-공감각으로 느끼는 미술 이야기’(엔터 간)는 ‘소리가 들리는 그림 이야기’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화가는 정씨가 대학원 시절 전공했던 르네상스 시대 작가 파울로 우첼로부터 시작해 에두아르 마네, 클로드 모네, 오귀스트 르누와르, 파울 클레, 파블로 피카소, 르네 마그리트 등 18명이다. 정 씨는 각 작가에 대한 설명과 함께 그들의 걸작에 스며있는 청각적 요소들을 세세히 소개했다. 책 표지로 쓴 작품은 그림 전면에 배치된 바순 주자가 연주하는 멜로디가 들릴 듯한 에드가 드가의 ‘오페라좌의 관현악단’이다.

책의 출발은 뭉크의 ‘절규’였다.

“현대인의 자화상이라 불리는, 누구나 다 아는 ‘절규’를 관람했을 때 눈앞에 보이는 그림에서 느껴지는 시각적 충격도 컸지만 갑자기 머릿 속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오면서 청각을 자극하는 그 소리가 오랫동안 귓가에 남더라구요. 이후 그림을 볼 때면 노랫소리, 빗소리,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 등 청각적 요소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림에서 ‘소리’를 찾는 건 그녀에게 그림 감상의 ‘묘한 즐거움’을 줬으며, 화가에 대한 분석, 시대적 배경 등으로 관심 사항이 확장됐고, ‘소리가 들리는 그림’을 주제로 잡지에 기고를 하기도 했다.

그녀는 늦깎이로 미술 공부를 했다. 40대 후반이던 지난 2006년 조선대 미학미술사학과 석사 과정에서 박정기 교수의 지도를 받았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 때 20세기 도상해석학의 거장 파노프스키를 만나 작품의 다양한 의미층을 찾고 종합적으로 그림을 분석하는 즐거움을 알게 됐다.

지난 2017년 광주시 서구 매월동에 화이트큐브 갤러리를 오픈한 정씨는 “짧은 기간이지만 갤러리를 운영하며 느낀 게 미술관 문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친절한 안내자가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며 “이 책이 그림을 어려워하는 이들이 좀 더 편안하고 즐겁게 그림에 다가갈 수 있는 소박한 길라잡이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 용기를 내 출판하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 책을 내는 거라 힘들기도 했다는 그녀는 앞으로 공감각과 관련된 또 다른 소재로 글을 더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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