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 사적지 관리 부실 부끄럽지도 않나
2019년 08월 14일(수) 04:50
광주·전남 지역 주요 항일 사적지들이 훼손되거나 안내판도 없이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치단체들이 올해 초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정비 계획을 발표했지만 여태껏 헛구호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광주일보 취재진은 광복절을 사흘 앞둔 그제 광주·전남의 대표적인 항일 사적지 네 곳을 직접 둘러보았다. 안중근 의사의 영정과 위패가 모셔진 장흥 해동사와 화순 충의영당 및 충산사, 광주 어등산 호남의병 격전지, 곡성 오강사 등. 점검 결과 네 곳 모두 마을 입구에 안내판이나 이정표가 없어 찾아가는 것조차 녹록지 않았다. 일부는 문이 부서지거나 기와가 무너지고 칠이 벗겨지는 등 관리가 부실했다.

을사늑약에 항거해 의병을 일으킨 애국지사 문달환 선생을 모시는 화순군 춘양면 부곡리 충의영당 및 춘산사는 폐허나 다름없었다. 담장은 허물어지고 문들은 떨어져 벽에 기대어져 있었다. 장흥군 장동면의 해동사는 입구 기둥은 물론 영정과 위패를 모시는 본 건물 기둥까지 칠이 벗겨져 있었다. 또 사당 앞 비석은 호박넝쿨로 가려져 제대로 보기조차 힘들었다.

의병 면암 최익현과 조우식의 시제를 지내는 곡성군 오곡면의 오강사는 아예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관리인에게 전화를 건 뒤에야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지만 곳곳에 기와가 무너져 있고 화장실도 노후화가 심했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광주·전남의 독립운동 현충시설은 모두 129곳에 이르며 대부분 보수가 필요한 것으로 진단됐다.

광복 74주년이 코앞인 데도 항일 사적지들이 지금까지 대책 없이 방치되고 있는 것은 선열들에게 부끄러운 일이다. 더욱이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로 국민들의 항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사적지를 찾는 발길도 늘고 있지 않은가. 국가보훈처와 자치단체들은 보수와 정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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