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노의웅 화백을 만나다
2019년 08월 06일(화) 04:50 가가
“미술관은 그림 보며 휴식하는 곳…편하게 오세요”
퇴임 14년만에 개인 미술관 건립
관람객과 소통 가장 소중히 여겨
구름천사 연작·금강산 대작 눈길
3천여 작품 2개월마다 교체 전시
퇴임 14년만에 개인 미술관 건립
관람객과 소통 가장 소중히 여겨
구름천사 연작·금강산 대작 눈길
3천여 작품 2개월마다 교체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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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천사’ 연작을 하고 있는 노의웅 화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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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게구름을 바라보던 어린시절 추억을 모티브 삼은 ‘구름천사’ 연작. |
“(미술관에서) 그림보고, 휴식하고 가시면 되지 뭐 별다른 거 있겠어요. 좋은 느낌 가지고 가시면 됩니다. 거창한 그런 거는 없습니다.”
서양화가 노의웅(전 호남대 예술대학 학장) 화백은 광주시 남구 양과동 수춘마을내 ‘노의웅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작품 설명을 한 후 커피 한잔을 나눈다. 커피 머신으로 직접 커피를 내린다. 길을 지나다 미술관 이정표를 보고 우연히 들르는 관람객들이 많다. 국도 1호선 포충사입구 교차로에서 빠져나와 이정표를 따라가다 보면 마을 안쪽에 자리한 미술관에 닿는다. 미술관 건물과 작업실, 살림집을 오렌지색과 파란색, 하얀색 등 원색으로 칠한 이유도 관람객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 화백의 배려다. 직접 쓴 미술관 현판 또한 구름 모양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노 화백은 미술관을 지으면서 대관을 하지 않고, 카페 등 상업적인 공간도 만들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했다. 수장고에 소장된 자신의 3000여점의 작품 가운데 선별해 2개월 터울로 교체 전시하고 있다.
작업실은 비좁아 작품을 여기저기 늘어놓아야 했는데 미술관을 짓고 수장고를 마련하면서 비로소 숨통이 트이는 듯 했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구름 천사’를 주제로 한 크고 작은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금강산을 테마로 한 대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들’이 눈길을 끈다. 노란 색을 바탕에 깔고 금강산 1만2000봉과 옆으로 누운 여인을 형상화했다. 미술관은 ‘따뜻한’ 느낌을 준다.
노 화백은 지천명(知天命) 무렵부터 ‘구름 천사’를 주제로 그림 작업을 펼쳐오고 있다. ‘구름천사’는 고향인 북구 두암동(당시 광산군 서방면)에서 뛰놀던 노 화백의 어린 시절 기억과 맞닿아있다. 도화지 한 장 구하기 어렵던 그때, 그에게 파란 하늘은 도화지였고, 구름은 크레파스였다.
“초등학생이던 6·25때,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 연필이나 크레용, 도화지 구하기가 어려웠어요. 화장실 뒤닦이 종이마저 없어 호박잎이나 새끼줄로 하던 때였어요. 현재 북구청앞 냇가에서 멱을 감고 풀밭에 누워 하늘을 보면 뭉게구름이 예뻐요. 거기서 내가 생각했던 것들이 만들어졌다가 없어지고 아마 개수로 치면 그때 그림 여러 장 그렸어요. 옛날 어려운 시절 이야기하면서 이런 그림이 나왔다 하면 (관람객들이) 재미있어라 합니다.”
노 화백은 ‘구름 천사’ 그림 작업을 하기전 먼저 스케치북에 머릿속 구상을 옮겨본다. 그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4B 몽당연필이 쌓여갔다. 미술관내 게시된 작가의 글에서 ‘구름천사’의 토대를 확인할 수 있다. ‘구름천사’라는 큰 주제를 가지고서 ‘뭔가 다른’ 느낌을 주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자 한다.
“…송이 송이 구름이 작은 동물과 같고/ 구름천사와 고운 꽃들이 하늘에서 내려오고/ 내가 살아가면서/ 마음깊이 담아두었던 귀한 것들을 하늘에서 배웠다/ 내가 처음 그린 그림은/ 풀밭에 누워 구름을 보고 만물의 형상을 그려보았던/ 오직 사랑만이 있는 그림학교였다.”
특히 2017년 10월에는 스스로 했던 약속중의 하나인 고교시절 은사인 김은수 선생의 유작전 ‘그리움’을 광주 북구 자미갤러리에서 열었다. 그림뿐만 아니라 서예 다섯가지 서체에도 능숙하셨던 선생님이셨다.
노 화백은 국립 현대미술관 초대전과 예술의전당 개관 초대전, 프랑스 르망 시청초대전, 파리 중견작가 초대전 등 국내외 전시에 참여했다. 일본 예술공론상과 오지호미술상 등을 수상했다.
노 화백 가족은 ‘예술가족’이다. 부인이 서양화를, 사위가 서예를, 5남매 가운데 세 딸이 서양화와 공예, 조각을 하고 있다. 부부전과 한가족 5인전, 6인전, 7인전 등을 활발하게 열었다. 최근에는 손녀 한명도 미대에 진학했다. 노화백은 앞으로 자녀들이 대를 이어 미술관을 운영하기를 바란다.
노 화백은 오늘도 새벽에 작업실 불을 밝히고 화폭에 수만번의 붓질을 하며 ‘구름 천사’와 끝없는 대화를 이어간다. (광주광역시 남구 수춘안길 7 ·월·화요일 휴무)
/글=송기동 기자 song@
/사진=나명주 기자 mj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