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원전 1호기 열출력 급증 사고는 ‘人災’
2019년 06월 25일(화) 04:50
원안위 중간결과 발표…원자로 출력 계산 잘못·제어봉 조작 미숙
기계적인 문제 가능성도…영광 주민들 “규제 실패 책임져라” 촉구
지난달 10일 발생한 영광의 한빛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열출력 급증 사고<광주일보 2019년 5월 13일자 7면>는 안전불감증과 부실한 원전 관리가 빚은 전형적인 인재(人災)로 나타났다.

제어봉 제어능 측정법을 14년 만에 변경하면서 근무자들이 원자로 출력 계산을 잘못했고, 원자로의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제어봉 조작도 미숙했다는 것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24일 영광군 영광방사능방재센터에서 이런 내용의 한빛 1호기 사건 특별조사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달 10일 오전 정기 검사 중이던 한빛 1호기에서 이상을 발견하고 원안위에 보고했다. 원자로 출력을 제어하는 능력을 알아보는 측정 시험 중 출력이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원안위는 이날 규정 위반 정황을 확인하고 한수원에 원자로 수동정지를 명령했으며, KINS 전문가로 구성된 사건조사단을 파견해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 착수 열흘만인 지난달 20일, 한수원의 안전조치 부족 및 원자력안전법 위반 정황이 확인됐다. 원자로 열출력 제한치(5%) 초과 상황에서도 규정대로 원자로를 즉시 정지하지 않았고, 면허가 없는 사람이 감독자 지시 없이 제어봉을 조작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원안위는 한빛 1호기 사용 정지를 명령하고, 특별사법경찰을 투입해 특별조사를 진행해왔다.

특별조사에서 확인된 바에 따르면 지난달 한빛 1호기의 열출력 급증의 직접적인 원인은 근무자의 계산오류 때문이다. 시험 중 원자로 제어봉을 조작하는 그룹 간의 편차가 생겼고, 한수원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제어봉을 인출키로 결정했다. 그런데 이때 필요한 반응도(원자로 출력 변화값) 계산 값이 잘못돼 원자로 출력 값이 18%까지 급격히 증가하게 된 것이다.

제어봉은 원자로에서 핵연료의 핵분열 반응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자동차의 브레이크에 해당한다. 핵연료 교체 후 원자로가 안전한 출력운전을 하기 위해서는 제어봉이 원자로 출력을 설계된 대로 제어할 수 있는지 반드시 시험해야 한다.

제어봉 제어능 측정법은 14년 만에 ‘붕소희석 및 제어봉 교환법’으로 변경됐는데 반응도를 계산한 원자로 차장은 기동 경험이 처음이었고 관련 교육 훈련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껏 한수원은 시간이 덜 걸리는 ‘동적 제어봉 제어능 측정법’(DCRM)으로 제어봉 제어능을 측정해왔지만 이번에는 노이즈(오류) 간섭이 증가해 측정법을 변경해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안위는 노이즈 간섭 증가 이유에 대해서도 계측기 문제 등을 비롯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원자로 제어봉 조작 그룹 간의 편차가 발생한 것은 제어봉 조작자의 운전 미숙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제어봉을 2회 연속 조작해야 하지만 한 그룹에서 1회만 조작했던 것이다. 원자로 제어 중 제어봉의 고착 현상도 확인됐는데 이는 걸쇠 오작동이나 불순물 침적 등 기계적인 문제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특별조사단은 원자로 헤드를 열고 제어봉 구동장치에 대한 점검도 추진키로 했다.

제어봉 시험을 진행하며 3개 근무조가 참여했지만 2개 근무조는 꼭 하게 돼 있는 작업 전 회의를 하지 않은 것도 이번 조사에서 발견됐다.

영광 주민들은 원안위와 KINS에 대해 한빛원전 규제 실패에 대한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빛원전범군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영광방사능방재센터에서 성명서를 내고 “원안위는 지난 3월 1호기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한수원의 관리·운영·기술능력에 대해 조사·검토했다면 (이번 사건처럼) 무자격자가 운전할 수 있었겠느냐”며 “규제실패에 책임 있는 원안위 위원들은 즉각 사퇴하고, 임계승인 동의권 등 권한을 차라리 원전 인근 지자체에 부여하라”고 주장했다.

/김용희 기자 kimyh@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