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生을 말하다 <10> <제2부> 인생 2막 여는 사람들 ⑦ 광주농협 ‘빛찬들 귀농확산 운동본부’
“은퇴 후에도 당연히 농촌 위해 살아야죠”
은퇴 앞둔 농협직원 34명 활동 ‘귀농동호회’
‘귀농본부 삼총사’ 송대범·정상수·김엽수씨
농장 운영하며 귀농일기 블로그 통해 공유
수확 농작물 기증… 현지 주민과 조화 중요
2019년 06월 10일(월) 04:50

빛찬들 귀농확산 운동본부 ‘삼총사’로 통하는 김엽수·정상수·송대범(왼쪽부터)씨는 농사의 즐거움을 맛본 뒤로부터 농장에서 펼칠 인생 2막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우리 첫 감자 수확이잖아. 이건 찍어야 해”

지난 4일 오전 8시께 광주시 광산구 명화동 ‘빛찬들농장’. 이른 오전에도 땀이 송골송골 맺힌 ‘초보 농부’들이 연신 스마트폰 플래시 세례를 퍼부었다. 300여 평(992㎡)의 온실농장에는 수확의 기쁨에 취한 50대 ‘예비 귀농인’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농협 광주지역본부가 지난 2월 발족한 ‘빛찬들 귀농확산 운동본부’에는 은퇴를 5년 정도 앞둔 농협 직원 34명이 활동하고 있다. 일종의 귀농 동호회로, 이들은 매주 화요일 오전 모여 출근 전까지 함께 농사를 짓는다.

송대범(54) NH농협생명 광주지역총국장은 촌장을 맡아 본부를 이끌고 있다. 사무국장인 정상수(51) NH농협손해보험 광주총국장과 김엽수(53) 농협중앙회 광주검사국장도 농장의 궂은 일을 도맡고 있다.

송씨는 5년째 무안군 몽탄면에서 다래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준비된 귀농인이다. 그는 주말마다 무안과 광주를 오가며 3600㎡ 규모 온실농장에서 토종 다래를 키우고 있다. 마땅한 거처 없는 텐트 쪽잠 신세이지만 ‘청산별곡’(靑山別曲)의 노랫말 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게 송씨의 말이다.

송씨의 귀농일기는 블로그(blog.naver.com/solgnlarae)를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다. 그는 농장에서의 소소한 일상을 1250여 명의 구독자와 공유하고 있다.

“1994년에 직장 생활을 시작해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은퇴한 선배들에게 들으니 퇴직 후 1년의 고통은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하더라고요. 25년 넘게 농협에서 일했으니 은퇴 후에도 당연히 농민과 함께하는 인생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담양이나 곡성 등 광주 근교는 이미 인기 귀농지가 된지 오래라 발품을 팔아 찾은 끝에 무안 몽탄에 농장을 꾸리게 됐습니다. 농협중앙회 시절 무안에서 4년 근무했던 경험도 이곳을 택한 데 한 몫 했습니다.”

송씨는 소매를 걷어 양 팔 전체로 퍼진 풀독 흉터를 전장에서 얻은 상처처럼 보여줬다. 그는 어린이집을 운영했던 아내(50)도 농사를 거들면서 야생진드기에 물려 큰일날 뻔 했다며 새내기 농부에게는 건강 관리도 아주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귀농 원칙 중 하나로는 원주민과의 어울림을 꼽았다. 송씨는 무안에 농장 터를 잡을 때부터 농협에서 일하며 쌓은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해 이웃들을 ‘내 편’으로 만들었다. 전문가의 조언을 얻기 위해서라면 광양 등 외지도 한달음에 달려가는 부지런함도 그의 장점으로 통했다.

‘빛찬들 귀농확산 운동본부’도 송씨의 경험을 살려 주민과 조화에 신경 쓰고 있다. 본부는 주기적으로 명화마을 영농 지도자와 농민들을 초청해 실습 교육을 받고 있다.

수확한 작물은 마을 경로당에 전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청소기를 기증하기도 했다. 소비자단체인 ‘고향을 생각하는 주부 모임’과 농민단체, 광주시선거관리위원회 등 여러 기관·단체와 함께 귀농 비법을 나누기도 한다.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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