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화 남기지 못한 독립운동가 ‘얼굴’ 되살리는데 심혈
초대석 >>> 조용진 얼굴학자
신체 표면에 존재하는 DNA ‘얼굴’, 500개 지점 계측 데이터화
40년간 한국인 형질 연구, 처용탈 복원… 미술해부학 정립 목표
2019년 05월 28일(화) 00:00

찰흙과 비슷한 ‘유토’(油土)를 활용해 독립운동가 두상을 제작하고 있는 ‘얼굴학자’ 조용진 한국형질문화원 원장(전 서울교대교수·미술해부학 박사)

‘얼굴학자’ 조용진 한국형질문화원 원장(미술해부학 박사·전 서울교대 교수)은 40여년간 ‘얼굴’을 통해 한국인의 형질을 연구해왔다. 최근에는 연구성과를 집대성한 ‘한국인의 얼굴·몸·뇌·문화’를 펴내고, 전통 초상화법으로 독립운동가들의 얼굴을 되살려내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미술학도 시절에 해부학을 독학하며 그린 스케치북.
◇40년간 한국인 형질문화론 탐색해=“한국인은 크게 보면 중부 아프리카로부터 ‘우(右)시야 선택’으로 동남아 순다열도를 거쳐 이 땅에 들어온 남방계와 북아프리카로부터 ‘좌(左)시야 선택’으로 지중해를 돌아 북유럽과 시베리아를 통하여 이 땅에 찾아 온 북방계가 만나서 새로운 유전자 집단인 오늘의 한국인이 되었다.”

조 원장이 내린 ‘한국인’의 결론이다. 생물학적인 의미의 한국인은 ▲소유개념이 없던 5만년전부터 와서 살던 ‘고아시아족’ ▲소유개념이 생긴 1만년전부터 동남아에서 올라온 ‘남방계’ ▲빙하기를 바이칼 호수 동쪽에서 보내고 남하한 ‘퉁구스 북방계’ ▲시베리아 서쪽에서 정치무사 집단으로 내려온 ‘알타이 북방계’ 등 4개 형질계로 조합돼 있다. 이들은 유입시기와 경로에 따라 얼굴도 다르지만 각기 ‘이상론’(고아시아족), ‘명분론’(퉁구스 북방계), ‘현실론’(남방계·알타이 북방계)으로 다른 가치관을 형성한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조 원장은 신간 ‘한국인의 얼굴·몸·뇌·문화’에서 미래 한국인의 나갈 길을 모색한다.

“조선시대 성리학 때문에 나라가 망하는 지경까지 갔었는데 그렇게 까지 유학에 경도된 이유가 뭔지 궁금해 하더군요. 제가 한국인에 대해 연구하다 보니 성리학이 성했던 이유중 하나로 역시 한국인의 고유한 성정(性情) 때문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일본인은 현실론자가 90%이상인데 비해 우리는 이상론, 명분론, 현실론이 30%씩 삼분돼 있는 구조입니다. 이 말은 상대적으로 이상론과 명분론이 강하다는 말이고, 둘을 합하면 60%가 되기 때문에 홍익인간의 이념도, 성리학도 성하게 되고, 독립운동도 강하게 일어나 적어도 나라가 망하지 않게 한 힘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리고 삼등분된 ‘이상론’과 ‘명분론’, ‘현실론’이 불변함을 전제로 우리의 문제와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이상론과 명분론이 60%나 차지하는 특이한 민족성을 창의성으로 최대한 발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대에서 7년간 해부학 공부한 미술학도=조 원장은 1950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3학년때 담임교사가 그의 재능을 눈여겨보고 화가를 권했다. 소년 조용진은 ‘한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꿈꿨다. 자연 해부학에 호기심을 갖고 독학하며 스케치북에 인체와 말과 같은 동물 근육을 세밀하게 스케치했다. 홍익대 미대를 졸업한 후 카톨릭의대 해부학 교실에서 7년간 조교를 하며 해부학을 공부했다. ‘1972년 4월 23일 토요일 오전 10시.’ 스케치북에는 그가 처음 접한 시신해부 날짜와 시간을 기록해뒀다. 미술학도인 그가 해부학에 관심을 가진 까닭은 한국화를 하기 위해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면 먼저 ‘한국인은 누구인지?’를 알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때 ‘일생동안 해야 될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일본 도쿄예술대에서 미술해부학 박사 학위를 받고 돌아온 그는 20년간 서울교대 미술교육과 교수를 지내며 한국인의 ‘얼굴’을 연구하는 한 길을 걸었다.

얼굴은 ‘신체표면에 존재하는 DNA’였다. 조 원장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각 지역주민들의 얼굴 500개 지점을 과학적으로 계측해 데이터화했다. 얼굴의 지역차를 통해 한국인의 기원을 찾아가기 위한 방법이었다. 조사결과 내륙 지방에는 북방계형(내륙형) 얼굴이 많고, 남쪽과 해안가, 강가에는 남방계형(해안형) 얼굴이 많았다. 특유의 지역 얼굴이 고착되는 이유는 과거에 제한된 범위(4㎞ 이내)에서 결혼을 해왔기 때문이다.

납작한 얼굴과 고구마형 두상, 쌍꺼풀 없이 가늘고 작은 눈, 흐린 눈썹, 얇은 입술, 큰 턱, 긴 허리, 굵은 종아리(무다리) 등 전형적인 북방계형 얼굴은 빙하기를 견뎌오며 혹독한 환경에 적응한 산물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며 1970년대 이후부터 한국인 얼굴이 서구형으로 바뀌고 있다. 무른 음식을 먹으면서 1차적으로 턱 크기가 줄어들었고, 2차적으로 한국어 발음에 변화가 왔다.

지난 4월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임시정부 요인전’에서 전통 초상화법에 대해 설명하는 조 원장<맨 오른쪽>.
◇한국 미술해부학을 정립하고 싶어=조 원장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우뇌 형이 70%, 좌뇌형이 30%를 차지한다. 우뇌형 30%, 좌뇌형 70%인 일본인과 대조적이다. 우뇌형 한국인이 다수를 차지하면서 우뇌 편향적인 문화, ‘한국병’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조 원장은 지난 1999년 펴낸 ‘얼굴, 한국인의 낯’(사계절 刊)에서 “한국인이 일상생활 속에서 우뇌를 자주 쓰는 것은 북방계의 조상으로부터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특성”이라며 “결국 한국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푸는 일은 미국식·일본식 모델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의 체질에 맞게 북방계 한국인 생래의 우뇌적 우월성을 보존하면서도 그 결점을 보완하여 균형적 문화를 이룰 수 있도록 좌뇌적 대중을 얻는 일로 요약된다”고 주장한다. 이상적인 안정된 사회는 ‘소수의 우뇌적 지도층(창의적 종합적인 사고의 소유자)에 다수의 좌뇌적 대중(고지식하고 근실하고 합리적이며 사려 깊은)으로 구성된 피라미드 구조’라고 말한다.

그는 좌뇌적 문화로 바꾸기 위해 합리적 사고와 과학적 사고를 하기 위한 학교교육과 사회교육 등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이 가운데 학제도 한국인 형질에 맞도록 개편하자는 내용이 돋보인다. 현재의 6-3-3-4 학제를 성인형 뇌를 갖추는 초등 5학년부터 중학교로 보내 4-5-3-4로 바꾸자는 것이다.

또 문과·이과 구분을 없애고 모든 교육과정을 문·이과 통합적으로 운영하자고 말한다. 고려 초부터 1000년 이상 지속돼온 과거시험과 현재의 고시 등 공무원 선발시험을 비판한다.

그의 ‘얼굴학’ 연구는 끝이 없다. 2004년에 ‘악학궤범’을 토대로 처용탈을 복원했고, 2008년 에는 국제 우주정거장에 9박10일간 체류한 이소연 우주인을 대상으로 우주여행 사흘째 어김없이 나타나는 ‘우주멀미’의 원인을 밝혀내기도 했다. 그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미술해부학을 정립하고 싶어한다. 나아가 ‘모양’과 ‘속성’을 파고드는 형질 연구로 과거 선현들의 목소리까지도 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조 원장은 40여년간의 ‘얼굴학’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사진이나 초상화를 남기지 못한 독립운동가들의 ‘얼굴’을 되살려내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국가표준영정동상 심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조 원장은 문화부 지원을 받아서 2014년부터 3년 과정으로 전통초상화 기법을 계승하는 신진 작가 육성에 발 벗고 나섰다. 1기생 3명은 졸업을 했고, 2기생 7명이 2년째 하드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2015년 2월 독립기념관에서 전통 초상화법으로 그린 백범 김구선생 등 독립운동가 11명의 초상화를 선보인 데 이어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올해에는 지난 4월 11~5월 19일 독립기념관내 특별기획전시실에서 ‘전통 초상화법으로 보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전’을 마련했다.

끝으로 조 원장은 ‘헌법 9조’(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를 들며 국가의 역할을 강조한다. “창달을 사람들이 ‘비롯할 창(創)’자일걸로 짐작하는데 ‘쭉쭉뻗어나갈 창’(暢)자에요. 전통 초상화 기법은 미술대학에서도 안 가르치고 없어져 버렸어요. (국가에서) 우리 전통문화를 세계에 쭉쭉 뻗어나가게 해야 합니다.”


/서울=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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