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의 ‘그림 생각’ <268> ‘남향집’
등록문화재에 등재된 오지호 화백 대표작
2019년 05월 23일(목) 00:00

오지호 작 ‘남향집’

고백하자면, 오랫동안 한국적 인상주의를 완성한 화가 오지호(1905~1982)의 대표작인 ‘남향집’(1939년 작)이 지산동 초가집을 그린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오지호 화백이 조선대에서 후학을 양성하면서부터 거주했던 지산동 초가집이 ‘광주시립미술관 남도미술-뿌리’전시(6월8일까지)를 계기로 드디어 귀향나들이를 하게 되었다고 내심 흥분한 것이다. 정보는 잘못된 내용일지라도 선점되었을 때 그것이 기정사실처럼 각인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할까.

오지호 화백의 ‘남향집’은 1935년부터 해방 전까지 화백이 살았던 개성 초당집의 사랑채와 앞뜰의 대추나무, 어린 딸 금희, 햇살을 받으며 졸고 있는 삽살개를 소재로 그린 작품이다. 화백은 그늘은 빛에 가려진 것이 아니라 빛이 다른 형태로 나타나있는 상태, 즉 빛의 결여가 아니라 빛의 변형이라고 보았는데 그러한 까닭에 대추나무 고목의 그림자마저 밝고 맑은 청색으로 묘사했다. 이른 겨울 해질 무렵 햇살도 노랑과 흑색을 적절하게 사용해 따스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소녀의 모습은 문턱이 높았을까 차마 문턱을 넘지 못하고 조심스레 밖을 내다보며 아마 엄마를 기다렸을 어린 시절 우리들의 모습인 것도 같아 한없이 정겹고 그리움이 가슴 가득 차오른다.

‘남향집’은 “나의 작품 활동에 문을 열었던 그림”이라고 생전에 언급했을 정도로 화백이 한국의 투명한 대기 속에 빛과 사물의 관계에서 우리의 색을 찾고자 시도했던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러한 ‘남향집’은 미술사적, 미학적 가치가 인정되어 2013년 2월 등록문화재로 등재되기도 했다.

예향 광주의 토대이자 뿌리인 오지호화백의 ‘남향집’이 작품 소장처인 국립현대미술관으로 되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아쉬워하며 요즘엔 하루에 한 번 씩은 전시실을 찾아가 ‘남향집’을 보고 또 본다.

<광주시립미술관 학예관·미술사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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