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의 ‘그림 생각’ <266> 어머니의 초상
어머니를 화폭에 담을 수 있는 화가가 부럽다
2019년 05월 09일(목) 00:00

제임스 휘슬러 작 ‘화가의 어머니’

어버이날 즈음이어서였을까. 꿈속에서 돌아가신 친정엄마를 오랜만에 만났는데, 집안일을 해주러 오셨다는 것이다. 꿈속에서도, 지금도 여전히 딸을 위한 걱정과 염려 가득한 모습이어서 울다가 잠에서 깼다.

딸들의 꿈속에서 나는 어떤 엄마일까. 딸들의 기억에도 엄마라는 존재가 언제나 곁에 있으며 엄마의 손길이 주는 편안함이 있을까. 친정엄마를 꿈속에서 만난 후 한동안은 좋은 일이 많이 생겼던 것처럼 나도 딸의 꿈속에서 반가운 엄마였으면 좋겠다.

화가들이 때로 부러운 것은 사랑하는 사람 특히 자신의 어머니를 화폭에 담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렘브란트, 뒤러, 앵그르, 마네, 폴 세잔느, 피카소 등 세계적인 거장들은 예외 없이 어머니의 초상을 그렸다. 아니 어쩌면 화가 못지않은 열정과 재능을 지닌 어머니들이었기에 그 보살핌 덕분으로 자녀들이 회화의 거장이 되어 어머니의 초상을 남기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제임스 맥닐 휘슬러(1834~1903)의 일명 ‘화가의 어머니’(1871년 작)는 미국의 제1회 어머니날을 기념하는 우표(1934년)로 제작되었을 정도로 유명한 그림이다. 회색조로 차분히 가라앉은 실내에 검은 드레스와 흰 레이스 모자를 두른 어머니의 모습이 고요하고 단아하다. 단정하게 모은 두 손은 반듯하게 살림을 돌보고 자녀들을 살뜰히 키워냈을 것이다.

화가는 어머니의 초상에 대해 “나에게야 어머니의 초상이 의미가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누구이든 무슨 상관있겠느냐”며 작품의 제목을 ‘회색과 검정의 배열 제1번’이라 붙였다고 한다. 자신의 작품에서 어머니라는 모델이 지닌 의미보다는 색채들의 조화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화가의 의도와는 달리 이 그림은 오늘날 ‘화가의 어머니’를 초월해서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존재’를 그린 보통 사람들 어머니 모습의 대명사가 되었다.

<광주시립미술관학예관·미술사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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