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냐 ‘쌤’이냐
2019년 02월 19일(화) 00:00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

금년 초 서울시 교육청은 ‘서울교육 조직 문화 혁신 방안’을 발표했는데 이 중 수평적 호칭제가 눈길을 끌었다. 학교 현장에서 구성원 상호 간의 호칭을 ‘쌤’이나 ‘님’으로 통일하자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교장 선생님’을 ‘교장 쌤’ 또는 ‘교장님’으로, ‘담임 선생님’을 ‘담임 쌤’ 또는 ‘담임님’으로 불러야 하는데 어색하기 짝이 없다. 통상적으로 사용해 온 김 선생님, 이 선생님도 ‘김 쌤’ 또는 ‘김님’, ‘이 쌤’ 또는 ‘이님’으로 불러야 하는가? 이 방안에 따르면 학생들도 국어 선생님을 ‘국어 쌤’으로 수학 선생님을 ‘수학 쌤’으로 부르게 된다.

그러나 이 수평적 호칭제가 각계각층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여론이 악화되자 서울시 교육청은 한발 물러섰다. 특히 학생들이 선생님을 ‘쌤’으로 부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심해서, 이 호칭은 사제 간이 아니라 교직원 상호 간의 호칭에만 적용된다고 물러선 것이다. 후에는 이마저도 학교의 자율에 맡기기로 한발 더 물러섰다. 이 문제에 대하여 조희연 교육감은 “최근 교권 추락이 크게 우려되는 현실 속에서 수평적 조직 문화 개선 정신이 충분히 부각되지 않고 호칭 문제만 제기되어 안타깝다”는 소회를 밝혔다.

조 교육감은 여전히 ‘수평적 조직 문화 개선’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듯한데 나는 여기서 두 가지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첫째는, 지금 초·중등학교에서 조직의 수평화가 그렇게 절실하냐는 것이다. 학생과 교사의 관계는 절대로 수평화되어서는 안 되고, 교사 상호 간의 관계도 꼭 개선해야 할 만큼 수직적이라 보기 어렵다. 기업체에서의 부장과 평사원의 관계처럼 학교에서의 부장과 평교사의 관계는 그렇게 수직적이지 않은 것이다. 설령 다소 수직적인 면이 있더라도 ‘쌤’으로 부름으로써 그 관계가 수평화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둘째는 호칭의 의미에 관한 문제이다. ‘선생’(先生)이란 말은 역사적으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지만 우리의 전통 문화에서는 최고의 존칭이었다. 아무에게나 선생이란 호칭을 붙일 수 없고 퇴계, 율곡, 다산과 같이 학덕이 높은 분에게만 붙일 수 있는 호칭이었다. 이것은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고 있다. 비록 지금은 ‘선생’이란 호칭의 의미가 많이 퇴색했으나, 학생이 자기를 가르치는 스승에게는 존경의 마음을 담아 당연히 선생이라 불러야 옳다고 생각한다.

‘쌤’은 일종의 비속어(卑俗語)가 아닌가? 더구나 조 교육감의 말처럼 ‘교권 추락이 크게 우려되는 현실’에서는 더더욱 ‘쌤’과 같이 상스러운 말을 삼가야 할 것이다. 교권의 추락을 포함하여 초·중등학교에서 해결해야 할 교육의 본질적인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현시점에서 시급히 다루어야 할 사안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 ‘조직 문화 혁신’에 매달리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우리 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 수평적 조직 문화가 꼭 필요한지 의문이다. 또 ‘선생님’이란 호칭 때문에 교육의 질이 훼손되는지, 호칭을 ‘쌤’으로 바꿈으로써 교육의 질이 개선되는지도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선생님’ 호칭과 관련해서 대학 구성원 간의 호칭 문제도 한번 짚어 본다. 현재 대학에서 학생들은 자기를 가르치는 교수를 ‘교수님’으로 부르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호칭이 못마땅하다. ‘교수’는 존칭이 아니라 ‘의사’, ‘변호사’, ‘공무원’과 같은 직업 명칭이다. ‘교수’에 ‘님’자를 붙여 ‘교수님’이라 해도 존칭이 되지 못한다. 이건 마치 ‘의사님’, ‘공무원님’이라 부르는 것과 같다.

그래서 나는 대학에 재직할 때 우리 학과의 학생들이 나를 ‘선생님’이라 부르도록 타일렀다. “나를 조금이라도 존경하는 마음이 있으면 선생님으로 불러라. 교수님이라 부르면 대답도 하지 않고 돌아다보지도 않을 것이다”라 말해 주었다. 내가 존경받고 싶어서가 아니다. 존경받고 싶다고 남이 나를 존경하는 것도 아닐 뿐더러 나를 존경해 달라고 강요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다만 ‘교수님’을 존칭으로 잘못 알고 있는 학생들을 깨우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한 교수님이란 명칭은 어딘지 딱딱하고 사무적인 느낌을 주는 반면에 선생님이란 명칭은 훨씬 부드럽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선생님! 이 얼마나 다정한 말인가. 이건 나만의 개인적인 기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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