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계기 도발에 신중한 대응을
2019년 01월 29일(화) 00:00

[김태희 다산연구소장]

일본의 초계기 도발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광개토대왕함에 근접 비행을 한 데 이어, 이번 달에는 18일, 22일, 23일 잇달아 우리 함정에 위협을 주는 ‘저고도 근접 비행’을 했다. 23일에 있었던 대조영함에 대한 도발은, 하필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기자 간담회에서 상황이 잘 마무리된 것으로 발언을 하고 있을 때였다.

일본 이와야 다케시 방위상은 25일 초계기가 배치된 가나가와현 아쓰기 기지를 방문했다. 해상자위대 조종사 복장이었다. 초계기 조종사를 비롯한 자위대원을 상대로 “제군들의 노력이 우리의 바다, 하늘, 영토와 국민을 지키고 있다”고 격려했다.

정경두 장관도 26일 조종사 점퍼를 입고 해군작전사령부와 세종대왕함 전투통제실을 방문했다. 정 장관은 초계기 도발에 대해 “군 대응 수칙대로 적법하고 강력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맞불 성격이면서도 발언 수위가 약간 높아진 느낌이다.

이와야 다케시 방위상은 27일 오이타현 히노데마치에서 열린 한 강연회에서 “방위 당국 간의 협력 관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초계기 문제로 한일 관계가 냉각되는 가운데, 이와야 방위상은 한국의 냉정한 대응을 주문하기도 하고 한일 방위 당국 간의 협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발언도 했다.

정 장관의 강경 대응 발언에는 일본의 이중 플레이에 대한 배신감도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절제 있는 대응으로 마무리한 것으로 여겼던 상황이 종료되지 않고 또 다른 도발로 이어진 것이다. 뒤늦게 18일과 22일의 초계기 비행도 국민에게 알릴 수밖에 없었고, 이제 국민감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점점 일본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일본의 의도는 대략 짐작해 볼 수 있다. 아베 정권은 일본의 평화헌법을 개정하려 하고 있다. 여기에는 그동안 북한의 핵 위협이 좋은 구실이 되어 왔다. 그런데 북한과 미국이 대화 국면에 있는 상황에서 이를 활용하기 어렵게 되었다. 어떻게든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다른 구실이 필요했다는 게 대체적 관측인 듯하다.

당장 아베 내각의 지지율 제고만 고려한다면 약간의 긴장 조성으로 효과를 거두는 데 그치겠지만, 목표를 더 높이 잡는다면 초계기 도발을 통해 우발적(?) 충돌까지 내심 바랄 수도 있겠다. 안으로는 전쟁 세력을 결집하여 헌법 개정을 서두르고, 밖으로는 군사적 명분을 축적하기 위해서다.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목적으로, 초계기 갈등을 계속 이어 가거나 유사 사건이 앞으로 단속(斷續)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을 해 볼 수 있다.

우리는 과거 역사에서 군국주의 일본의 기만술이나 상황 조작을 여러 차례 보아 왔다. 운요호(雲楊號) 사건(1875)이나 만주사변(1931) 등이 그 예이다. 100여 년 전 일본의 위정자들은 일본을 근대화로 이끌었지만, 다른 한편으론 군국주의로 전쟁을 일으켰다. 이웃 나라의 국민들을 말할 것 없고, 일본 국민도 심대한 고통을 겪게 했다. 이런 과거의 아픔이 아직 씻어지지도 않았는데, 지금 일본의 일부 위정자들은 평화헌법의 일본을 무너뜨리고 과거로 회귀하려 하고 있다.

우리가 과거의 피해 의식에 지나치게 사로잡힐 것은 아니지만, 경계심을 늦출 수는 없다. 일본의 군사적 행동 일거수일투족을 예의 주시하면서도, 일본이 노리는 군사적 충돌에 휘말리지 않게 최대한 경계해야 한다. 다음 수를 고려하지 않는 단순 대응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몰릴 수 있다. 요컨대 이번 초계기 도발이 엄중한 사태임을 직시하면서도, 군사적으로는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 동시에 국제 사회에서의 외교적 대응에 더욱 많은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여론전을 적극적으로 이끌 필요도 있다. 초계기 사건을 일본이 먼저 거론하면서 레이더 시비를 걸어 왔다. 일본 초계기 도발의 1차적 목표가 일본 국내의 전쟁 세력을 결집하려는 것이라 한다면, 그 목표를 좌절시키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일본 내 혐한 전쟁 세력에게만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말고, 일본의 평화 세력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적극적 반론과 증거 제시를 통해, 국제적으로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어야 한다.

나아가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군사력이 위험하다는 것과 그에 대한 동아시아인들의 의구심을 국제 사회에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 평화 세력이 연대하여 동아시아 평화를 지켜야 한다. 안으로는 우리의 방위력도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곧 3·1운동 100주년이다.

실시간 핫뉴스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