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우리 화해하고 통합합시다
2019년 01월 08일(화) 00:00

[김정남 언론인]

“당신의 발 앞에 언제나 길이 나타나기를/ 이따금 당신의 길에 비가 내리더라도/ 곧 무지개가 뜨기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흙탕물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근하신년, 2019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내가 가까운 친구들에게 보낸 연하장에 적은 문구들이다. 앞의 것은 아일랜드 켈트족의 기도문을 짜깁기한 것이요, 뒤의 것은 불경의 가르침 가운데서 뽑은 것이다. 미처 인사를 올리지 못한 분들께는 이 글로 연하의 인사를 대신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19년은 기해(己亥)년, 돼지의 해다. 우리 민족에게 돼지는 풍요와 다산, 그리고 행운을 가져다주는 가축으로 일찍부터 각인되어 왔다. 잔칫날 혹은 고사나 굿을 지낼 때 돼지고기와 그 머리는 빠져서는 안 되는 필수 품목이었고, 돼지꿈을 꿨다면 그것은 대길(大吉)과 행운을 예감하게 하는 길몽으로 해석되었다

흘러가는 세월에 한 해라는 칸을 마련하고, 새해를 특별히 축하하고 기리는 것은 무엇인가 새롭게 결심하고 다시 시작하기 위함일 것이다. 개인으로서건 공동체로서건 어제와는 다른, 이제까지보다는 나은, 내일을 창조·영위하기 위한 갱신의 몸짓인 것이다.

2019년은 여러 면에서 이정표적인 한 해가 되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우리 국민의 1인당 소득이 3만 달러로 선진국에 아주 가까이 진입하는 해요, 무엇보다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다. 기미년 3·1 독립선언문은 언제 읽어도 가슴 벅차다. “오등(吾等)은 자(慈)에 아(我)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 차(此)로써 세계만방에 고하여 인류 평등의 대의를 극명하며, 차로써 자손만대에 고하여 민족자존의 정권(正權)을 영유케 하노라.”

3·1 만세운동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뿌리요, 정신의 원류요, 우리가 끝까지 지키고 가꾸어 나아가야 할 가치요 지향이다. 독립과 자주, 민주와 공화, 자유와 평등, 양심과 도의, 진리와 정의, 세계의 평화와 인류의 진보에 대한 한민족의 역할과 책임까지를 스스로 다짐하고 세계만방에 알린, 일찍이 민족사에 없었던 장엄한 선언이자 운동이었다. 과연 3·1운동은 밖으로 중국의 5·4운동과 인도의 독립운동에 영향을 끼친 세계사적 사건이었고, 안으로 우리 민족 공동체의 질적 전환을 이룩한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3·1 만세운동의 과정에서 숨진 사람만 7509명, 부상자가 1만5961명, 투옥된 사람은 4만7000여 명에 이르렀다. 총독부 기록으로도 전체 인구 1679만 명 중 106만 명이 참여한 전민족적 거사였다. 서울에서 시작해 전국의 방방곡곡으로까지 확산됐으니, 그 모든 지역이 다 운동의 중심지였다.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했기에 민족 전체가 주역이었다. 3·1운동으로 분출된 민족의 자주독립 의지는 임시정부의 수립으로 이어졌고 왕정을 뛰어넘어 대한민국이라는 국호와 함께 민주공화정을 국체로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3·1 기미 독립선언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본 사람이라면, 선언문의 공약 삼장 뒤에 ‘4252년 3월 1일’이라 못 박아 선언한 그 날짜를 기억할 것이다. 이 선언문에서는 개천절이 곧 대한민국의 건국일임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것으로 소모적인 건국절 논란을 끝낼 것을 제안하고 싶다. 우리에게 개천절 하나면 족하지 아니한가.

3·1 만세운동의 정신을 오늘에 되살리는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그때의 성충으로 우리 모두가, 온 민족이 하나 되는 일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먼저, 지역으로 나뉘고 이념으로 갈라지고 계층으로 갈등하는 우리 대한민국 공동체 안의 화해와 통합이 시급하다. 남북 민족의 화해와 통일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우리 내부의 갈등과 대립의 해소가 우선이다. 모든 정부 정책의 기본 방향과 초점도, 3·1운동과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사업의 방향도, 우리국민 내부의 화해와 통합에 맞추어져야 한다. 고해와 용서, 해원 상생과 화합의 길을 열어 나가는 여정을 시작하는 계기와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와 한민족의 통일을 향한 발걸음도 우리 안의 화해와 통합을 통해서만 위대한 진전을 이루어 낼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우리 안의 화해와 통합이 남북문제를 풀어 나가는 입구요 출구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 안의 화해와 통합을 이루어 내지 못하면서 어떻게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인가. ‘화해와 통합’ 그것이 새해 우리 모두의 목표가 되고 또 화두가 되어야 한다.

새해 벽두에 나는 외치고 싶다. “우리 화해하고 통합합시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