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 갤러리 투어를 아세요?
2018년 12월 05일(수) 00:00
12월의 첫째주 휴일인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은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겼다. 벚꽃이 만발한 봄철에 달맞이길을 다녀간 이라면 상상하기 힘들 만큼 앙상한 나뭇가지와 발밑에 수북이 쌓인 낙엽들이 쓸쓸함을 더했다. 하지만 웬걸, 목재데크 산책로가 길게 늘어져 있는 언덕에 오르자 하나 둘씩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얼핏 등산객으로 보이는 중년 부부에서부터 연인, 자전거족까지 다양했다. 이들은 해운대 해수욕장 끝자락 미포에서 송정해수욕장 입구까지 이어진 7.8km의 산책로를 걸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2명이 나란히 걷기에는 비좁은 게 흠이지만 오른편 숲 너머로 펼쳐진 푸른 바다를 감상하며 걷다 보면 온갖 시름이 저만치 달아난다.

사실 ‘달맞이 산책의 행복’은 왼쪽 도로에 자리하고 있는 갤러리와 카페촌이다. 일명 ‘부산의 몽마르트’로 불리는 이 곳에는 10여 개에 이르는 갤러리가 몰려 있다. 국내 ‘빅 3’ 가운데 하나인 조현화랑에서 부터 조이갤러리, 맥화랑, 김재선 갤러리, 해운대아트센터, 마린갤러리, 갤러리이듬, 해오름갤러리, 메르씨엘 비스 까지 연중 독특한 기획전과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을 불러 모은다.

물론 처음부터 달맞이 갤러리촌이 유명했던 건 아니다. 5년 전 해운대의 자연 풍광과 아름다운 예술공간을 엮은 ‘갤러리 투어’가 첫선을 보이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갤러리투어를 기획한 이는 달맞이길의 터줏대감인 최영미 대표(조이갤러리).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해변의 갤러리’들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싶어서 였다. 다행스럽게도 다른 갤러리들이 그녀의 아이디어에 뜻을 보태면서 지난달 까지 매번 50여 명이 참가하는 성황을 이루고 있다.

갤러리에 대한 문턱을 낮추기 위해 탄생한 갤러리투어는 이제 부산을 상징하는 아트관광으로 자리잡았다. 봄, 가을 시즌 한달에 두번(격주 토요일) 진행되는 갤러리 투어는 울산, 창원 등 외지에서도 일부러 찾아 올 정도다. 매회 미술평론가나 작가들이 해설사 겸 가이드를 맡아 각 갤러리의 전시회를 소개하고 미술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는 강좌도 함께 운영한다. 1년 전부터 갤러리투어에 참여했던 30대 주부는 그림에 ‘눈을 뜨면서’ 매월 적금을 부어 부산아트페어에서 작품을 구입하기도 했다고 한다. 갤러리 120여 개를 거느린 부산의 저력이 느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갤러리투어가 5년 간 성황리에 진행될 수 있었던 데에는 해운대구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달맞이 지역을 명품문화길로 가꾸고 싶었던 해운대구는 갤러리투어를 활성화 하기 위해 운영비 등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실제로 3년 전부터 구청은 부산시티투어 코스에 갤러리촌을 포함시키는 등 대대적인 홍보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달맞이 언덕을 내려오는 길, 문득 광주의 갤러리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언제쯤이면 예술의거리, 운림동 미술관·갤러리 벨트도 사람들로 넘쳐나게 될런지.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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