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 ‘정답’ 없는 질문 던져보고 싶었다”
2018년 11월 09일(금) 00:00 가가
‘광주일보’ 지면으로 작품 만들어 광주비엔날레 출품한 日작가 시타미치씨
‘14세&세계&경계’ 작품 완성
“아이들도 저도 새로운 경험
연재 광주일보와 재단에 감사”
‘14세&세계&경계’ 작품 완성
“아이들도 저도 새로운 경험
연재 광주일보와 재단에 감사”


광주비엔날레 참여 작품인 시타미치 모토유키의 ‘14세&세계&경계’는 광주 지역 14세 아이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긴 광주일보 지면 13개로 구성돼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2018 광주비엔날레 출품작인 시타미치 모토유키<사진>의 ‘14세&세계&경계’는 광주 지역 14세 아이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긴 ‘광주일보’ 지면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시타미치 작가는 지난해 부터 광주 아이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아이들은 자신의 꿈과 함께 스스로가 생각하는 ‘경계’에 대한 글을 작성했고 작가가 선정한 ‘글’은 지난 8월16일부터 13주간 매주 금요일 광주일보 1면(3면)에 연재됐다. 작품이 실린 지면은 매주 하나씩 전시장에 첨가됐고, 마지막 글이 실린 9일자 신문을 끝으로 작품이 ‘완성’됐다.
친구와의 관계와 외모에 대해 고민하고,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헷갈려하는 아이들의 ‘진솔한’ 이야기는 문재인 대통령과 교황의 만남, 아시안게임 개막, 태풍 콩레이, 도시철도 2호선 등 굵직한 이슈와 함께 지면에 실렸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자신들이 아이였던 시절을 기억하며 추억에 잠기기도 했고,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독특한 시각을 접하며 감탄 하기도 했다. 11일 비엔날레 폐막을 앞두고 시타미치 작가와 이메일 인터뷰했다.
-현재 비엔날레에는 12개 지면이 전시돼 있고 9일자 신문에 실린 글까지 전시되면 13개로 작품이 완성됩니다.
▲중학교 수업시간은 어쩔 수 없이 어른이 준비하는 질문에 늘 ‘대답’을 요구합니다. 왜냐하면 학교교육은 사회에 순응하는 어른으로 키우는 공간으로 근대에 탄생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보통 학교에서 많이 듣지 못하는, 정답 없는 ‘질문’을 학생들에게 던져, 나름 생각을 하도록 한 뒤 글을 쓰도록 했습니다. 그들은 ‘대답’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더 나아가 자신의 목소리가 여러 사람들 앞에서 발표되는 경험을 했을 것입니다. 그런 과정에서 재미있는 문장도 많이 나왔습니다. 그들 스스로도 뭔가 새로운 경험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이렇게 같이 경험할 수 있어 정말 기쁩니다.
이 작업은 저의 자기표현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제가 ‘편집자’와 같은 입장이었습니다. 중학생의 말을 신문에서 연재하는 외부 편집자 역할이죠. 중학생의 목소리를 전달해주는 작업입니다. 아이들이 신문을 무대로 본인들의 목소리를 발표할 수 있는 일, 이런 기회는 실현하기 어렵죠. 연재를 이해해 주신 광주비엔날레와 광주일보 분들께 정말 감사하고 있습니다.
-신문을 제작하기 전 아이들의 글만 읽었을 때, 신문에 실린 글을 읽었을 때, 비엔날레관에 전시된 신문에서 글을 읽을 때 다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건네고 싶으셨나요.
▲사람들은 일주일에 한 번 신문에서 이 연재기사를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어? 이런 게 있나 보네?” 하다가 점차 “저번에도 봤네” 하셨겠죠. 그리고 조금씩 흥미가 생겨 계속 읽어주는 분도 계시고 마음이 울리는 독자도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점을 목표로 했는데 실질적으로는 모르겠지만 그런 독자가 있었기를 바랍니다. 전시는 신문기사 아카이브로 구성되어 한꺼번에 볼 수 있고 신문 1면에 실린 여러 이슈와 함께 아이들의 이야기를 같이 읽어볼 수 있습니다. 관람객들은 다른 방식으로 체험하셨을 겁니다.
중학생들의 마음은 늘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어른의 사회적 ‘상식’을 아직 받으들이지 못하는 경계선 상의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들 말에는 ‘상식에 대한 의문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고, 저는 그것들을 건져올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 작업을 만들었습니다. 일본에서 이 수업을 진행했을 때, 1년 후에 어떤 학생을 만나러 문장을 들고 갔는데 고등학교 입시를 앞둔 그는 “제가 이렇게 유치한 문장을 썼었던가요?”라고 했습니다. 중학생은 금방 어른이 되고 그 의문도 사라져갑니다. 지면에 날마다 올라오는 큰 이슈와 함께, 그들의 작은 목소리를 남길 수 있어 기쁩니다.
-‘경계’에 대한 아이들의 대답은 다양합니다. 어떤 기준으로 선별하셨는지요.
▲학생들 중에는 제가 생각하는 모범적인 답을 찾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제 의도를 이해 못하지만 모르는 만큼 스스로 생각하고 본인의 생활을 관찰해 보고, 발견하고 본인 나름의 글로 풀어쓴 학생의 경우엔 글을 잘 썼다 혹은 못 썼다가 아닌, 마음을 울리는 감각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시적 감각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많지 않은 제 질문에 조금 반항적인 태도로 답을 쓴(제 질문에 질문으로 답을 하는 문장) 학생도 있었는데 그것도 훌륭한 문장이어서 선별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계속 이어지는 건가요.
▲일본·한국·말레이시아 등에 이어 홍콩에서 진행 중입니다. 나라마다 학생들이 하는 이야기가 다르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의외로 중학생들이 쓰는 이야기는 나라마다 차이가 많지 않습니다. 저는 차이가 거의 없는 것에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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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타미치 작가는 지난해 부터 광주 아이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아이들은 자신의 꿈과 함께 스스로가 생각하는 ‘경계’에 대한 글을 작성했고 작가가 선정한 ‘글’은 지난 8월16일부터 13주간 매주 금요일 광주일보 1면(3면)에 연재됐다. 작품이 실린 지면은 매주 하나씩 전시장에 첨가됐고, 마지막 글이 실린 9일자 신문을 끝으로 작품이 ‘완성’됐다.
▲중학교 수업시간은 어쩔 수 없이 어른이 준비하는 질문에 늘 ‘대답’을 요구합니다. 왜냐하면 학교교육은 사회에 순응하는 어른으로 키우는 공간으로 근대에 탄생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보통 학교에서 많이 듣지 못하는, 정답 없는 ‘질문’을 학생들에게 던져, 나름 생각을 하도록 한 뒤 글을 쓰도록 했습니다. 그들은 ‘대답’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더 나아가 자신의 목소리가 여러 사람들 앞에서 발표되는 경험을 했을 것입니다. 그런 과정에서 재미있는 문장도 많이 나왔습니다. 그들 스스로도 뭔가 새로운 경험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이렇게 같이 경험할 수 있어 정말 기쁩니다.
이 작업은 저의 자기표현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제가 ‘편집자’와 같은 입장이었습니다. 중학생의 말을 신문에서 연재하는 외부 편집자 역할이죠. 중학생의 목소리를 전달해주는 작업입니다. 아이들이 신문을 무대로 본인들의 목소리를 발표할 수 있는 일, 이런 기회는 실현하기 어렵죠. 연재를 이해해 주신 광주비엔날레와 광주일보 분들께 정말 감사하고 있습니다.
-신문을 제작하기 전 아이들의 글만 읽었을 때, 신문에 실린 글을 읽었을 때, 비엔날레관에 전시된 신문에서 글을 읽을 때 다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건네고 싶으셨나요.
▲사람들은 일주일에 한 번 신문에서 이 연재기사를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어? 이런 게 있나 보네?” 하다가 점차 “저번에도 봤네” 하셨겠죠. 그리고 조금씩 흥미가 생겨 계속 읽어주는 분도 계시고 마음이 울리는 독자도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점을 목표로 했는데 실질적으로는 모르겠지만 그런 독자가 있었기를 바랍니다. 전시는 신문기사 아카이브로 구성되어 한꺼번에 볼 수 있고 신문 1면에 실린 여러 이슈와 함께 아이들의 이야기를 같이 읽어볼 수 있습니다. 관람객들은 다른 방식으로 체험하셨을 겁니다.
중학생들의 마음은 늘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어른의 사회적 ‘상식’을 아직 받으들이지 못하는 경계선 상의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들 말에는 ‘상식에 대한 의문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고, 저는 그것들을 건져올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 작업을 만들었습니다. 일본에서 이 수업을 진행했을 때, 1년 후에 어떤 학생을 만나러 문장을 들고 갔는데 고등학교 입시를 앞둔 그는 “제가 이렇게 유치한 문장을 썼었던가요?”라고 했습니다. 중학생은 금방 어른이 되고 그 의문도 사라져갑니다. 지면에 날마다 올라오는 큰 이슈와 함께, 그들의 작은 목소리를 남길 수 있어 기쁩니다.
-‘경계’에 대한 아이들의 대답은 다양합니다. 어떤 기준으로 선별하셨는지요.
▲학생들 중에는 제가 생각하는 모범적인 답을 찾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제 의도를 이해 못하지만 모르는 만큼 스스로 생각하고 본인의 생활을 관찰해 보고, 발견하고 본인 나름의 글로 풀어쓴 학생의 경우엔 글을 잘 썼다 혹은 못 썼다가 아닌, 마음을 울리는 감각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시적 감각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많지 않은 제 질문에 조금 반항적인 태도로 답을 쓴(제 질문에 질문으로 답을 하는 문장) 학생도 있었는데 그것도 훌륭한 문장이어서 선별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계속 이어지는 건가요.
▲일본·한국·말레이시아 등에 이어 홍콩에서 진행 중입니다. 나라마다 학생들이 하는 이야기가 다르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의외로 중학생들이 쓰는 이야기는 나라마다 차이가 많지 않습니다. 저는 차이가 거의 없는 것에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