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미술관 혁신은 컬렉션부터
2018년 08월 22일(수) 00:00

박진현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

“처음 그림을 본 순간 큰 충격을 받았어요. 제가 본 미술품 가운데 최고예요.”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케이블 TV의 ‘꽃보다 할배 리턴즈-오스트리아 빈 여행편’에서 탤런트 이서진이 할배들에게 건넨 대화의 한 대목이다. 몇년 전 구스타프 클림트의 명작 ‘키스’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은 이서진이 신구와 이순재에게 작품감상을 ‘강추’한 것이다.

두 할배는 작품이 전시된 벨베데레 궁전을 찾아 아름다운 정원과 미술품에 감탄을 터뜨렸다. 특히 클림트의 ‘키스’와 ‘유디트’ 앞에선 넋을 잃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감동의 여운이 깊었던 걸까. 전시장을 빠져 나온 신구는 아트숍에서 ‘키스’ 그림이 담긴 액자 2점을 구입하며 흐뭇해 했다. 나 역시 TV를 시청하는 동안 지난해 벨베데레에서의 추억이 새록 떠올라 즐거웠다.

예술의 도시로 불리는 오스트리아의 빈은 볼거리가 많은 도시다. 그중에서 빈 남동쪽에 위치한 바로크 양식의 벨베데레 궁전은 미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방문해야 할 명소다. 특히 클림트의 ‘키스’는 죽기전에 감상해야 할 최고의 걸작이다. 여기에 에곤 실레의 ‘죽음과 소녀’등 다수의 진귀한 작품을 소장한 덕분에 벨베데레는 매년 수백 만명의 방문객이 찾는다.

이처럼 미술관의 독보적인 컬렉션은 도시의 브랜드를 높이고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근래 국공립미술관이 국내외 거장들의 화제작과 미술사적 가치가 높은 작품을 앞다퉈 구입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광주시립미술관의 컬렉션은 이런 시대적 흐름에서 비켜나 있는 듯 하다.

물론 무조건 유명작가의 작품을 소장하는 것만이 좋은 컬렉션을 의미하진 않는다. 한 해 평균 5억~7억 원에 불과한 시립미술관의 예산으로 1점당 수십, 수백억 원을 호가하는 명작을 구입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문제는 시립미술관만의 뚜렷한 방향 없이 작가들의 창작 지원 등을 명목으로 작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매년 광주아트페어에서 1억~2억 원씩 일부 작품을 사들이는 게 대표적인 예다. 광주시 주최로 열리는 아트페어의 부진한 판매실적을 미술관 구매로 ‘메꾸려는’ 의도에서다. 이와함께 학연·지연 출신의 인맥으로 얽힌 구입 관행도 빼놓을 수 없다. 역대 시립미술관장의 상당수가 지역 출신의 화가인데다 차별화된 컬렉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보니 미술관의 정체성을 담아내는 작품을 모으는 데 소홀했다.

최근 광주시가 차기 광주시립미술관장 선임 절차에 착수하면서 신임 관장의 ‘조건’이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대다수 지역미술인들은 후보 1순위로 ‘전문성과 국제감각을 갖춘 전문경영인’을 꼽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뛰어난 전시기획과 경영능력은 미술관 수장의 중요 덕목이다. 하지만 화려한 로드맵 못지 않게 미술관의 ‘본령’인 컬렉션 구축과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후보의 마인드도 꼼꼼히 따져봐야 할 핵심 요건이다. 컬렉션은 미술관의 경쟁력이자 도시의 문화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시립미술관 혁신의 첫단추는 잘못된 소장품 ‘관행’부터 바로잡는 것이리라.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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