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총체적 난국’ 답이 없다
2018년 07월 30일(월) 00:00 가가
임기영·한승혁 예상 밖 부진…팻딘 보직 이동 등 마운드 변칙운용
‘설상가상’ 헥터, 허리부상에 2군행…타격·수비 흔들리며 7위로
선수 개인주의·벤치 위기타파 실패·구단은 먼 산 구경 더 큰 문제
‘설상가상’ 헥터, 허리부상에 2군행…타격·수비 흔들리며 7위로
선수 개인주의·벤치 위기타파 실패·구단은 먼 산 구경 더 큰 문제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 6회말 2사 2루에서 KIA 선발 팻딘이 이대진 투수코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25일 한화와의 경기에서 불펜 투수로 나와 4이닝을 소화했던 팻딘은 4일 만에 선발로 등판해 6이닝 4실점을 기록했다. /KIA 타이거즈 제공
#1
26일 한화에 0-2로 앞선 3회말. 두 번째 선발 등판에 나선 임창용이 3연속 안타로 흔들리자 투수 한 명이 급히 불펜으로 이동했다. 27일 삼성전 선발로 예정됐던 한승혁이었다. 원정 경기 선발 투수의 경우 선수단에 앞서 미리 숙소로 이동해 컨디션 조절을 하며 등판 경기에 집중하지만, 한승혁은 불펜에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했다. 이날 경기는 3-6 KIA의 역전패로 끝났고 27일 한승혁은 3회까지 9피안타를 맞으며 부진했다. 설상가상 손가락에 물집까지 잡히면서 4회 볼넷을 내준 뒤 조기 강판됐다.
#2
버나디나와 이명기의 홈런이 터진 27일 삼성전. 선발 한승혁의 부진 속 좋은 모습을 보여왔던 유승철·임기준도 각각 3실점을 하면서 혼돈의 싸움이 전개됐다. 결국 연장 11회까지 가는 승부가 이뤄졌고, KIA가 11회초 최원준과 안치홍의 적시타로 어렵게 10-8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경기는 11회말 10-11 역전패였다. 윤석민이 올 시즌 처음 2이닝을 소화하면서 11회말 투수가 교체됐다. 등판은 물론 1군 등록이 처음인 고영창이 세이브 상황에서 등판했지만 ‘깜짝 스타’는 탄생하지 않았다. 부담 많은 상황에서 1군 데뷔전에 나선 고영창이 볼넷과 안타로 무사 1·2루에 몰렸고, 문경찬이 마운드에 올랐다. 이미 기울어진 흐름 속 동점을 허용한 KIA는 2사 만루에서 나온 보크로 허망하게 승리를 내줬다.
흔들리는 ‘호랑이 군단’의 마운드. 앞으로가 더 문제다.
대전·대구로의 원정 6연전 길에 나섰던 KIA 타이거즈는 초라한 성적과 붕괴된 마운드를 안고 쓸쓸하게 광주로 돌아왔다.
KIA는 지난주 6경기 중 두 경기를 임시 선발로 치렀다. 지난 시즌 선발 한 축을 담당했던 임기영이 계속된 부진으로 2군에서 재정비를 하고 있고, 위력이 반감된 헥터는 허리 통증으로 28일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선발로 전환된 임창용이 한 경기를 책임졌지만 선발진의 붕괴 속 불펜진은 매일 비상상태였다.
구상한 대로 시즌을 완벽하게 보내는 팀은 없다. KIA도 ‘V11’을 이끌었던 양현종-헥터-팻딘-임기영 선발진이 지난해와 달리 제 몫을 못해주면서 마운드 구상이 어그러졌다.
선발로 준비했던 이민우와 정용운이 부진 등으로 자리를 꿰차는 데 실패하면서 한승혁이 첫 선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전반기 불운과 부진이 겹친 팻딘은 빠른 공을 앞세워 불펜으로 자리를 옮겼다.
임창용은 팀 상황과 선수의 이해관계가 들어맞으면서 선발로 이동했다. 지난해 김세현, 올 시즌 윤석민에게 마무리 자리를 내어준 임창용은 선발 역할을 원했고, 팀 선발진의 상황까지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선발진에 고정됐다.
여기까지는 팀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카드였다. 문제는 몇 년간 문제점으로 지적된 ‘변칙 운영’이다.
선발로 성장통을 겪고 있는 한승혁은 올 시즌 벌써 네 차례나 불펜 대기를 했다. 한 차례는 실전 등판까지 했다. 팻딘도 보직 이동 전 불펜 투입이 됐다. 그리고 구원투수로 세 경기에서 역할을 했던 팻딘은 헥터가 부상으로 빠지자 다시 29일 선발로 삼성 경기에 나섰다.
야구 발전과 함께 마운드는 분업화가 이뤄졌다. 지난 2000년에는 중간 투수진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홀드가 공식 기록으로 인정됐다.
각자의 자리에 맞는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발전되어 왔지만 KIA 마운드는 거꾸로 가고 있다.
2016년 홍건희, 2017년에는 심동섭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면서 우려를 샀다. 임창용처럼 확실하게 선발에만 전념하는 상황이 아닌, 선발 중 불펜 대기라는 ‘변칙 운영’이 이뤄졌다.
홍건희는 결국 가슴 근육통으로 엔트리에서 말소된 이후 좋은 흐름이 꺾였고, 고질적인 어깨 부상을 안고 있던 심동섭도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고 올 시즌에도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초반 싸움에 집중해야 하는 선발의 불펜 투입 결과가 좋지 못할 경우 두 경기를 동시에 잃을 수 있다. 갑작스러운 결정과 투입에 선수들의 부상 위험도 커진다. 여기에 불펜진의 사기 저하라는 부작용도 있다.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한 단기전에서나 예외가 될 수 있는 ‘변칙 운영’이 오히려 전력 최대화에 걸림돌이 됐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더 큰 문제가 있다. 일반적이지 못한 운영에 대한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팀 안팎에서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팀워크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큰 틀과 팀 컬러를 가지고 장기적인 관점으로 팀을 운영·관리해야 하는 구단도 먼 산만 보고 있다.
KIA는 지난해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앞세워 우승했다. 불펜진의 경쟁력이 생겼지만 무뎌진 타자들의 방망이와 수비 약점까지 극명하게 드러나면서 총체적인 난국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벤치도 위기 타파에 실패하면서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다.
여기에 일부 선수들의 개인주의도 팀 분위기 하락에 불을 붙였다. 경기 시간이 긴 만큼 불펜 이동 전까지 라커룸에서 휴식을 하면서 컨디션 조절을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임 등을 하는 모습들이 목격되면서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팀의 위기 상황에서 벤치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을 기대한 이들에게는 실망스러운 모습이다.
총체적인 위기의 KIA. 마운드 정상화를 위해 벤치와 구단 그리고 선수들의 반성과 변화가 필요하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26일 한화에 0-2로 앞선 3회말. 두 번째 선발 등판에 나선 임창용이 3연속 안타로 흔들리자 투수 한 명이 급히 불펜으로 이동했다. 27일 삼성전 선발로 예정됐던 한승혁이었다. 원정 경기 선발 투수의 경우 선수단에 앞서 미리 숙소로 이동해 컨디션 조절을 하며 등판 경기에 집중하지만, 한승혁은 불펜에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했다. 이날 경기는 3-6 KIA의 역전패로 끝났고 27일 한승혁은 3회까지 9피안타를 맞으며 부진했다. 설상가상 손가락에 물집까지 잡히면서 4회 볼넷을 내준 뒤 조기 강판됐다.
버나디나와 이명기의 홈런이 터진 27일 삼성전. 선발 한승혁의 부진 속 좋은 모습을 보여왔던 유승철·임기준도 각각 3실점을 하면서 혼돈의 싸움이 전개됐다. 결국 연장 11회까지 가는 승부가 이뤄졌고, KIA가 11회초 최원준과 안치홍의 적시타로 어렵게 10-8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경기는 11회말 10-11 역전패였다. 윤석민이 올 시즌 처음 2이닝을 소화하면서 11회말 투수가 교체됐다. 등판은 물론 1군 등록이 처음인 고영창이 세이브 상황에서 등판했지만 ‘깜짝 스타’는 탄생하지 않았다. 부담 많은 상황에서 1군 데뷔전에 나선 고영창이 볼넷과 안타로 무사 1·2루에 몰렸고, 문경찬이 마운드에 올랐다. 이미 기울어진 흐름 속 동점을 허용한 KIA는 2사 만루에서 나온 보크로 허망하게 승리를 내줬다.
KIA는 지난주 6경기 중 두 경기를 임시 선발로 치렀다. 지난 시즌 선발 한 축을 담당했던 임기영이 계속된 부진으로 2군에서 재정비를 하고 있고, 위력이 반감된 헥터는 허리 통증으로 28일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선발로 전환된 임창용이 한 경기를 책임졌지만 선발진의 붕괴 속 불펜진은 매일 비상상태였다.
구상한 대로 시즌을 완벽하게 보내는 팀은 없다. KIA도 ‘V11’을 이끌었던 양현종-헥터-팻딘-임기영 선발진이 지난해와 달리 제 몫을 못해주면서 마운드 구상이 어그러졌다.
선발로 준비했던 이민우와 정용운이 부진 등으로 자리를 꿰차는 데 실패하면서 한승혁이 첫 선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전반기 불운과 부진이 겹친 팻딘은 빠른 공을 앞세워 불펜으로 자리를 옮겼다.
임창용은 팀 상황과 선수의 이해관계가 들어맞으면서 선발로 이동했다. 지난해 김세현, 올 시즌 윤석민에게 마무리 자리를 내어준 임창용은 선발 역할을 원했고, 팀 선발진의 상황까지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선발진에 고정됐다.
여기까지는 팀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카드였다. 문제는 몇 년간 문제점으로 지적된 ‘변칙 운영’이다.
선발로 성장통을 겪고 있는 한승혁은 올 시즌 벌써 네 차례나 불펜 대기를 했다. 한 차례는 실전 등판까지 했다. 팻딘도 보직 이동 전 불펜 투입이 됐다. 그리고 구원투수로 세 경기에서 역할을 했던 팻딘은 헥터가 부상으로 빠지자 다시 29일 선발로 삼성 경기에 나섰다.
야구 발전과 함께 마운드는 분업화가 이뤄졌다. 지난 2000년에는 중간 투수진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홀드가 공식 기록으로 인정됐다.
각자의 자리에 맞는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발전되어 왔지만 KIA 마운드는 거꾸로 가고 있다.
2016년 홍건희, 2017년에는 심동섭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면서 우려를 샀다. 임창용처럼 확실하게 선발에만 전념하는 상황이 아닌, 선발 중 불펜 대기라는 ‘변칙 운영’이 이뤄졌다.
홍건희는 결국 가슴 근육통으로 엔트리에서 말소된 이후 좋은 흐름이 꺾였고, 고질적인 어깨 부상을 안고 있던 심동섭도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고 올 시즌에도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초반 싸움에 집중해야 하는 선발의 불펜 투입 결과가 좋지 못할 경우 두 경기를 동시에 잃을 수 있다. 갑작스러운 결정과 투입에 선수들의 부상 위험도 커진다. 여기에 불펜진의 사기 저하라는 부작용도 있다.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한 단기전에서나 예외가 될 수 있는 ‘변칙 운영’이 오히려 전력 최대화에 걸림돌이 됐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더 큰 문제가 있다. 일반적이지 못한 운영에 대한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팀 안팎에서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팀워크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큰 틀과 팀 컬러를 가지고 장기적인 관점으로 팀을 운영·관리해야 하는 구단도 먼 산만 보고 있다.
KIA는 지난해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앞세워 우승했다. 불펜진의 경쟁력이 생겼지만 무뎌진 타자들의 방망이와 수비 약점까지 극명하게 드러나면서 총체적인 난국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벤치도 위기 타파에 실패하면서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다.
여기에 일부 선수들의 개인주의도 팀 분위기 하락에 불을 붙였다. 경기 시간이 긴 만큼 불펜 이동 전까지 라커룸에서 휴식을 하면서 컨디션 조절을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임 등을 하는 모습들이 목격되면서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팀의 위기 상황에서 벤치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을 기대한 이들에게는 실망스러운 모습이다.
총체적인 위기의 KIA. 마운드 정상화를 위해 벤치와 구단 그리고 선수들의 반성과 변화가 필요하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