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가족의 비극
2026년 01월 15일(목) 20:30 가가
부양 노모 살해 60대 아들 체포…“정신·경제적으로 어려웠다”
80대 치매 노인이 아들의 손에 숨지는 참극이 또 빚어졌다. 치매가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잠식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숨진 노인은 광주시 북구에서 노점상을 해 오며 아들 자랑을 매일같이 하던 억척스런 어머니였지만, 수년 전부터 치매를 앓으면서 함께 살던 아들과 자주 갈등을 겪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한달여 뒤면 복지당국의 지원이 이뤄질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광주북부경찰은 지난 14일 밤 9시 30분께 광주시 북구 용두동의 한 도로에서 60대 A씨를 존속살해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A씨는 지난 13일(추정) 장성군의 한 야산에서 80대 어머니 B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자신의 1t 화물차 적재함에 둔 혐의를 받고 있다.
B씨의 시신은 자택 인근에 세워진 1t 화물차 적재함에서 발견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치매에 걸린 노모를 돌보면서 정신적·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지난 30년 동안 광주시 북구 용두동 일대에서 노점상을 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집 근처에서 수확한 포도부터 아들이 담양군에서 키운 채소, 붕어빵까지 종목을 바꿔 가며 장사를 해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 상인들은 그를 ‘포도 아줌마’, ‘붕어빵 할매’로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B씨는 5년여 전부터 치매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으며, 차츰 경제적 어려움도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B씨 노점 옆에서 25년간 호떡 가게를 운영해 온 70대 C씨는 “가족 관계를 훤히 알 정도로 가깝게 지냈다. 아들 자랑을 많이 했던 분”이라며 “내가 장사하기 5년 전부터 거리를 지키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엔 그래도 살 만해 보였는데 점점 형편이 어려워져 월세를 전전했다”며 “그런 상황에서도 시든 채소는 절대 팔지 않을 만큼 꼼꼼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다. 안타까운 소식을 들으니 눈물이 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에서 양말 노점을 운영하던 D씨는 “잠시 붕어빵 장사를 한 뒤로 시장에서는 ‘붕어빵 할매’로 불려 왔다. 치매를 앓은 지 꽤 됐는데도 매일 해오던 장사를 놓지 못했다”며 “지난해 가을에 장사를 접은 뒤에도 매일 노점을 찾아왔다. 그렇게 열심히 살던 분이다. 이틀 전에도 봤는데 B씨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B씨는 불과 다음 달부터 복지당국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도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B씨는 이달 초 가족의 도움을 받아 행정복지센터에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해 심사를 받고 있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건국동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B씨는 그동안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하지 않다가 이달 초에야 신청했다. 통상 심사에는 한달 이상이 소요된다”며 “장기요양서비스도 최근 딸이 신청해 심사 절차가 진행 중이었다. 딸의 요청으로 B씨를 입원시키기 위해 지난 14일 행방을 수소문했지만 발견하지 못한 상황에서 사건이 발생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인근에서 채소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60)씨도 “처음에는 가족 관계가 좋아 보였는데 치매가 진행되면서 점점 갈등이 생긴 것 같다.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기도 했다”며 “장사를 그만둔 뒤에는 건강 상태가 조금 나아지는 듯했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B씨 이웃들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웃 주민 정성남(72)씨는 “서울에서 일하다 내려온 A씨는 과묵하고 이웃과 교류가 많지는 않았지만, 직접 키운 농작물을 종종 나눠주기도 했다”며 “3년 전부터 B씨의 치매 증상이 심해지면서 많이 힘들어했고, 표정도 점점 어두워졌다”고 밝혔다. 이어 “매일 새벽 4시면 A씨가 트럭을 몰고 채소를 떼러 가고 B씨는 그걸 가져다 팔았다. 누구보다 부지런하던 모자였다”고 했다.
한편 경찰은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구체적인 범행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윤준명 기자 yoon@kwangju.co.kr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숨진 노인은 광주시 북구에서 노점상을 해 오며 아들 자랑을 매일같이 하던 억척스런 어머니였지만, 수년 전부터 치매를 앓으면서 함께 살던 아들과 자주 갈등을 겪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한달여 뒤면 복지당국의 지원이 이뤄질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A씨는 지난 13일(추정) 장성군의 한 야산에서 80대 어머니 B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자신의 1t 화물차 적재함에 둔 혐의를 받고 있다.
B씨의 시신은 자택 인근에 세워진 1t 화물차 적재함에서 발견됐다.
B씨는 지난 30년 동안 광주시 북구 용두동 일대에서 노점상을 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집 근처에서 수확한 포도부터 아들이 담양군에서 키운 채소, 붕어빵까지 종목을 바꿔 가며 장사를 해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 상인들은 그를 ‘포도 아줌마’, ‘붕어빵 할매’로 기억하고 있었다.
B씨 노점 옆에서 25년간 호떡 가게를 운영해 온 70대 C씨는 “가족 관계를 훤히 알 정도로 가깝게 지냈다. 아들 자랑을 많이 했던 분”이라며 “내가 장사하기 5년 전부터 거리를 지키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엔 그래도 살 만해 보였는데 점점 형편이 어려워져 월세를 전전했다”며 “그런 상황에서도 시든 채소는 절대 팔지 않을 만큼 꼼꼼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다. 안타까운 소식을 들으니 눈물이 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에서 양말 노점을 운영하던 D씨는 “잠시 붕어빵 장사를 한 뒤로 시장에서는 ‘붕어빵 할매’로 불려 왔다. 치매를 앓은 지 꽤 됐는데도 매일 해오던 장사를 놓지 못했다”며 “지난해 가을에 장사를 접은 뒤에도 매일 노점을 찾아왔다. 그렇게 열심히 살던 분이다. 이틀 전에도 봤는데 B씨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B씨는 불과 다음 달부터 복지당국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도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B씨는 이달 초 가족의 도움을 받아 행정복지센터에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해 심사를 받고 있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건국동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B씨는 그동안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하지 않다가 이달 초에야 신청했다. 통상 심사에는 한달 이상이 소요된다”며 “장기요양서비스도 최근 딸이 신청해 심사 절차가 진행 중이었다. 딸의 요청으로 B씨를 입원시키기 위해 지난 14일 행방을 수소문했지만 발견하지 못한 상황에서 사건이 발생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인근에서 채소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60)씨도 “처음에는 가족 관계가 좋아 보였는데 치매가 진행되면서 점점 갈등이 생긴 것 같다.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기도 했다”며 “장사를 그만둔 뒤에는 건강 상태가 조금 나아지는 듯했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B씨 이웃들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웃 주민 정성남(72)씨는 “서울에서 일하다 내려온 A씨는 과묵하고 이웃과 교류가 많지는 않았지만, 직접 키운 농작물을 종종 나눠주기도 했다”며 “3년 전부터 B씨의 치매 증상이 심해지면서 많이 힘들어했고, 표정도 점점 어두워졌다”고 밝혔다. 이어 “매일 새벽 4시면 A씨가 트럭을 몰고 채소를 떼러 가고 B씨는 그걸 가져다 팔았다. 누구보다 부지런하던 모자였다”고 했다.
한편 경찰은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구체적인 범행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윤준명 기자 yoon@kwangju.co.kr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