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 DREAM 프로젝트] 제1부 저출산의 덫 〈13〉 입양
입양 절차 까다로워 아이들 타국으로 간다
2018년 05월 08일(화) 00:00
결혼 18년 차인 박형민씨 부부는 아이가 셋이다. ‘아이가 셋’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하나 낳아 키우기도 힘든 세상에, 아이 욕심이 많은가 보네”라고 걱정부터 한다. 그런데 입양사실을 말하면 깜짝 놀란다. 이미 사내아이를 둘씩이나 낳아 키우고 있는 부부가 무엇 때문에 아이를 입양했을까라며 갸우뚱한다.

사회변혁을 꿈꾸던 20대 시절, 박씨는 앞만 보고 달려가던 거친 삶 속에서 부모와 사회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버림받은 아이들을 만났다. 아이들은 역경 속에서도 언제나 해맑았다. 세상에 홀로 남은 이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제도와 규범 이전에 따스한 가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훗날 결혼하면 부자 아빠는 아닐지라도 한 아이의 아빠가 되어주겠노라고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시간이 흘러 박씨는 결혼을 했고, 2009년 5월 6일 나주의 한 영아원에서 야무지고 예쁜 아이를 딸로 맞아들였다. 박씨는 자신과 아내의 이름에서 한자씩 따 ‘민정’이라 지었다. 참 신기하게도 그렇게도 반대하던 아버지도 흔쾌히 허락했고, 힘겹던 형편도 순풍에 돛을 단 듯 술술 풀렸다. 사람들은 모두 민정이를 복덩이라고 했다.

물론 아픔도 있었다. 박씨 부부의 딸이 되기까지 3번씩이나 버림받았던 탓에 트라우마를 몸으로 말하기라도 하듯, 한 양육자에게 극단적으로 매달리는 ‘분리불안장애’(Separation Anxiety)를 앓았다. 걷던 아이가 갑자기 배밀이를 하고, 첫돌이 한참 지난 아이가 백일무렵 아이 흉내를 내는 등 성장과정이 뒤죽박죽 양상을 보여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했다.

그런 아이를 보고 묵묵히 시간을 견딜 뿐, 부부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 짧은 시간에 얼마나 마음의 상처가 깊었으면 저렇듯 몸부림을 하는 것일까? 꼭 안고 견디며 눈물로 시간을 보냈다.

박씨는 입양 직후 곧바로 한국입양홍보회(엠펙)에 가입, 많은 선배입양가족의 도움과 부모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공개입양을 선택하게 됐다. 또 민정이에게 ‘입양’이라는 동질의 친구를 만나게 해주기 위해 지역모임에도 적극 참여했다.

박형민 한국입양홍보회 광주전남지역 대표의 사연이다.

박 대표는 “입양을 고민하는 분이라면 자신의 마음에 대해 진솔하게 돌아봤으면 좋겠다”면서 “입양이라는 게 그저 아이 하나 키우는 게 다가 아니니까, 내 삶의 어느 정도 가치가 있고, 그것의 실현을 위해서 아이를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가를 충분히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혼자 감당하기엔…”=지난 1월30일 광주에서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광주의 한 대학에 다니는 김모(여·23)씨가 경찰관 앞에서 눈물을 떨궜다. 같은 날 영하의 날씨에 버려진 신생아를 구조해 화제를 모았던 그 여대생이었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김씨는 지난해 봄 헤어진 남자친구와 사이에서 아이가 생겼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남자친구는 이미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차마 가족에게 알릴 수 없어 큰 옷을 입고 다니며 임신사실을 숨겼다. 겨울방학을 맞은 김씨는 목포 집에서 지내다 출산일이 다가오자 지난 29일 광주의 언니 집을 찾았다. 다음날 새벽 3시30분께 김씨는 홀로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았다.

아이를 키울 수 없었던 김씨는 “울음소리를 듣고 복도에 나가보니 갓 낳은 아이가 있었다”고 언니 부부에게 거짓말했다. 경찰에 유기된 신생아로 신고해 영아보호소에 보낼 생각이었다.

김씨의 행적을 수상히 여긴 경찰은 친자확인을 위한 유전자 검사를 제안했다. 결국, 김씨는 자신의 아이라고 실토했다. 김씨는 “아이를 다시 데려와 키우고 싶다”며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김씨는 두렵고 힘들었을 게다. 누가 자식을 버리고 싶겠는가.

하지만 미혼모를 바라보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경제적 어려움이 미혼모로 하여금 아이를 버리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한다.

보건복지부 요보호아동 통계에 따르면 2016년 한해 동안 가정의 보살핌을 받지 못해 국가나 사회단체 등이 보호한 아이는 4592명이다. 전년도(4503명)보다 89명 늘어났다.

광주·전남에서는 425명(광주 161명, 전남 264명)이 발생, 전년도 369명(광주 124명, 전남 245명)보다 무려 56명이나 증가했다. 이는 광주·전남에서만 하루 1명(1.2명)이상 아이들이 버림받고 있는 셈이다.

특히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사회적·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미혼모가 아이를 버려 시설에 맡겨지는 아이의 수가 전국적으로 856명, 전체 18.6%를 차지하고 있다. 광주·전남에서는 94명으로 22.1%였고, 이 중 광주는 27.3%(44명)에 달했다.

◇해외입양 다시 고개=해외입양 또한 다시 늘기 시작했다. 저출산 극복을 국가과제로 삼고 있지만 ‘고아 수출국’의 오명은 여전하다.

미국 국무부 입양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 입양된 아동 88개국 4714명 가운데 한국아동이 276명으로 중국(1905명)·에티오피아(313명)에 이어 세번째로 많았다. 한국의 전체 해외입양아 398명 중 69.3%(276명)가 미국에 몰려 있다.

해외입양은 지난 2014년 535명에서 2015년 374명, 2016년 334명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398명으로 다시 늘어났다.

이처럼 해외입양이 지난해 늘어난 것은 국내입양이 크게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국내입양은 465명으로, 2016년(546명)에 비해 14.5% 줄었다. 국내입양이 전체 입양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13년 74.4%로 높아져 국내입양이 활성화되는 기미가 보였으나, 이후 계속 떨어져 2016년 64.6%, 지난해 53.9%를 기록했다.

전남지역 입양은 2011년 52명에서 2012년 36명, 2013·2014년 각각 12명, 2016년 13명, 지난해 12명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미혼모·입양에 대한 인식개선”=국내입양이 부진한 이유는 사회적·제도적 제약 때문이다.

대부분 여아를 선호하고 1세 미만의 아동을 원한다. 실제 2016년 국내입양에서 여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65%이고, 1세 미만도 68%가량이다. 이 때문에 국내입양이 쉽지 않은 남아나 1∼3세 아동은 대부분 해외입양을 보내는 것이 현실이다.

또 입양을 보내려면 법원에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입양 요건이 까다로운 데다, 법원에서 인력 부족으로 입양 심사가 늦어지고 있는 것도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2012년 입양 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입양특례법)을 개정했다. 특례법에 따르면 입양 전 친부모의 출생신고를 의무화하고 입양숙려제(7일) 등 양부모 자격이 강화됐다. 특례법의 시행으로 아이들의 권리는 높아졌으나 미혼모와 입양가정에는 부담이 커진 셈이다.

이를 반영하듯 ‘2016 보건복지통계연보’를 보면 지난 2015년 입양된 아동 수는 1057명으로, 2011년 2464명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특히 2012년 입양특례법이 시행되자, 이듬해인 2013년에는 922명까지 줄었다.

전문가들은 “우리가 낳은 아기조차 거두지 못하면서 저출산 극복을 말하기 어렵다”며 “국내 입양 활성화를 위한 대책과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국가적 지원이 버려지는 아이들을 줄일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박정욱기자 jwpark@kwangju.co.kr



*광주일보 연중기획 I♥DREAM 프로젝트 ‘아이가 꿈이다’에서는 출생한 아이와 산모의 축하 사연을 받고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과 아이에게 들려주는 덕담, 태명에 얽힌 사연 등을 보내주시면 ‘출생 축하방’ 코너를 통해 소개해 드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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