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딴짓
2018년 02월 20일(화) 00:00

[이건 크로스오버 앙상블 ‘친친클래식’ 대표]

신년의 첫 시작이 좋다. 완벽하지 않아도 그 어느 때보다 만족스럽다. 지금껏 재능 기부로 수많은 무대에 올랐지만, ‘동네 청년들’과 작당(?)해 꾸민 이번 행사는 남다른 여운을 남겼다.

필자는 광주 지역에서 활동하는 크로스오버 앙상블 ‘친친클래식’ 대표를 맡고 있다. 우리는 최근 광주시 동구 ‘꽃메요양원’에서 재능 기부 공연을 펼쳤다. 재미있는 것은 행사에 앞서 광주에서 활동하는 다른 청년들과 단체가 머리를 맞대 고민하며 각자의 재능을 나눴다는 점이다.

행사의 발단은 광주에서 청년들을 위한 복합 문화공간을 운영하는 ‘동네줌인’ 김태진 대표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지난해 광주 동부소방서 측에서 연말연시를 맞아 좋은 일을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했다. 평소 친분이 있던 터라 이 이야기를 전해듣고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이 들었던 청년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다. 이야기를 들은 청년들이 하나 둘 참여하면서 그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다.

김 대표를 비롯해 청춘 문화기획자 ‘스토리박스’ 강수훈 대표와 청년과 관련된 문화 기획과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알체인지’, 인문학 교육, 기획,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엘리파이브’, 랩퍼 ‘진월’씨가 참여하게 됐다.

고맙게도 ‘네고치킨’ 정호용 대표와 ‘동네호떡’ 정소피아 대표는 각각 치킨과 호떡을 기꺼이 협찬해줬다. 물론, 동부소방서 예방안전과 예방홍보담당 김광일씨와 예방서무 소방교 김우철, 박효심, 윤재웅씨 등 소방관들도 대거 참여했다.

이렇게 모인 청년들은 모두 음악과 문화, 기획, 사진, 음식 등 각기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당연히 우리 친친클래식은 노래를 선보였다. 어르신들이 듣기 쉽고 대중적인 곡들을 준비했다. 그외 각자가 준비한 힙합공연과 마술, 장수사진 촬영이 진행됐고, 간단한 소방 교육과 함께 호떡과 치킨을 나눠 먹으면서 풍성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행사에 함께한 광주 청년들이 그동안 재능 기부와 사회 공헌 활동을 하지 않았던 게 절대 아니다. 서로가 가진 능력으로 각기 다른 곳에서 나눔 활동을 펼쳐왔다. 그러나 이렇게 작은 계기로 모두가 모이니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 멋진 공연을 보여줄 수 있었다.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 속에서 잊고 있었다. 내가 가진 재능으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우리의 공연을 보신 어르신들은 어떤 이의 딸이었으며, 누군가의 아내이자 어머니로 살아오신 분들이다. 기뻐하시는 어머님들을 보면서 행복함과 이 순간의 소중함이 밀려왔다.

광주에서도 재능 기부를 통해 이웃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단체는 무수히 많다. 그렇지만, 요즘 가장 힘들다는 우리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그 자체가 지닌 의미도 남다르지 않을까.

팍팍한 세상 속에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는 우리(청년)다. 열정과 의지를 품고 각자의 길을 향해 뛰고 있지만, 아직 형편이 여유롭지는 못한 것도 사실이다. 혼자서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도 뜻을 함께하는 청년들이 모이면 그 어느 단체보다 뛰어나고 훌륭한 사회 공헌 행사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한번 맺어진 인연은 쉽게 끊을 수 없다. 광주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이 모였던 만큼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갈 행사가 기대된다. 지금도 다른 청년들이 동참하고 싶다는 의사를 보내오고 있다. 그 스타트는 제대로 끊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다. 우리들의 작은 의지와 나눔이 지역 청년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으로, 또 누군가에는 작은 응원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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