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외침 ‘아이 캔 스피크’
2018년 01월 09일(화) 00:00

[강소혜 광주대 문예창작과 2학년]

최근 한·일 위안부 협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개봉했던 영화 ‘아이 캔 스피크’가 떠올랐다. ‘아이 캔 스피크’는 지난 2007년 2월 위안부 할머니들이 미국 워싱턴 연방의사당에 가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한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만든 영화다. 당시 미 연방의사당 피해 증언 통해 일본이 위안부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현실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 영화는 기존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와 달리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320만 명이 넘게 관람했고, 위안부 할머니를 연기한 영화배우 나문희씨는 청룡영화상 등 4개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여성영화인상 시상식에서는 대상을 수상하는 등 사회적으로도 관심을 끌었다.

영화는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로 연관 지어 이야기를 풀어냈으며, 국내 언론으로부터 “때론 직설적 화법보다 우회적 화법이 효과적일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영화”라는 호평을 받았다.

‘아이 캔 스피크’는 ‘위안부’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루지만 내용 자체는 단순하다. 일제 강점기 위안부로 끌려갔던 나옥분 할머니가 명진구청 공무원 박민재의 도움으로 영어를 배워 자신의 피해 사실을 미 의회 청문회에 증언한다는 이야기이다. 얼핏 보면 영화 도입부에서 ‘오지랖 잔소리꾼 할머니’와 ‘차갑고 기계적인 공무원’이라는 우리가 평소 흔히 접하게 되는 익숙한 캐릭터 설정이 그다지 특별한 구석은 없어 보이지만, 극이 진행되면서 관객들의 몰입과 공감을 서서히 끌어올리는 매력이 있다.

극이 시작함과 동시에 이후에 전개될 단초들을 극 구석구석에 펼쳐놓은 솜씨 또한 눈길을 끈다. 게다가 영화 곳곳의 에피소드 속에 ‘공시 열풍’을 비롯해 정경 유착, 노인 혐오, 나태하고 권위적인 공무원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사회 문제들을 녹여낸 점도 눈에 띈다. 극 후반부에서 미 의회 청문회에 참여한 나옥분 할머니가 영어로 증언을 마치고 나와 청문회에 출석한 일본 관계자를 향해 간절히 외친다.

“제발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말해 달라. 그 말이 그토록 어렵나?”

이 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눈물샘을 자극하며,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대신 해 다급한 외침이 되고 있다.

“우리가 살아있을 때 일본이 공식적으로 죄를 인정하고 사과하기를, 그래서 우리가 용서할 수 있기를” 바라던 많은 위안부 할머니들은 이제 세상에 몇 분만이 남아있다. 지난 5일 위안부 피해 할머니 한 분이 돌아가시면서 한국정부에 공식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239명 중 단 31명만이 생존하게 됐다. 지난해에만 8명이 돌아가셨다. 시간이 갈수록 할머니의 숫자는 줄어들 것이다. 나옥분 할머니의 실제 모델인 이용수 할머니가 미 의회 청문회에 증언한 시점은 2007년이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위안부 문제는 더 이상 손 놓고 바라만 볼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이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며, 마땅히 일본에게 사과받아야 할 일이다. 일본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요청하는 것, 피해 사실을 널리 알려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위안부 할머니들만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아이 캔 스피크’를 우리 모두가 이어받아 외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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