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규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원장]장수인들은 무엇을 먹는가
2018년 01월 04일(목) 00:00
새해가 되면 건강이 화두가 된다. 특히 의학과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인간의 수명이 급격히 연장되면서 ‘얼마나 건강한 삶을 오래 누릴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장수와 연관된 것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무엇을 먹는가’, 다시 말해 식단이다. 실제 장수인들의 생활패턴 조사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분야는 식생활이다. 먹는 것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장수도 이뤄낼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장수지역의 식습관을 비교해보면 공통점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주식으로 밀을 먹는 지역과 쌀을 먹는 지역, 육류를 많이 먹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과일을 많이 먹는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 해산물을 많이 먹는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 등 식단 조사를 통한 장수요인 분석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역별 장수인들의 식단 구성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음에도, 거의 대부분의 장수 지역에서는 채소류의 섭취와 식품의 조리법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장수지역으로 잘 알려진 일본의 오키나와나 최근 장수 지역으로 급부상한 나가노는 채소류 섭취가 매우 높다. 서양의 장수 지역인 지중해 지역의 그리스나 이탈리아의 경우에도 채소류와 과일류의 섭취가 높다.

채소류에 함유된 다양한 영양소 효과 이외에도 이들 채소류가 가지는 특별한 효능에 대해 살펴보면, 1980년대 초 필자는 채소류의 강한 돌연변이 억제 기능을 보고한 적이 있다. 그 기능이 높은 채소류로는 생강·마늘·기장·돌미나리·쑥·깻잎·냉이·메밀·시금치·상추 등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바로 우리 조상이 흔하게 전통적으로 즐겨왔던 종류들로 항산화 효과도 매우 높았으며, 과산화지질 제거 효과와 면역증진 기능까지 함께 가지고 있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나라 장수인들이 외국의 장수인들에 비해 과일의 섭취량이 적어 의아하게 생각해 왔는데 과일과 채소를 대비해 비교 분석해본 결과 과일에는 항산화 기능은 매우 높으나 돌연변이 억제 기능은 높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굳이 과일을 즐겨먹지 않아도 우리나라 100세인들은 채소의 소비를 높여 그 효과를 충분하게 보상해 왔음을 알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생명을 지켜나가는 과정에 단백질 공급이 중요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특히 단백질 공급원으로 식물성보다 동물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동물성 단백질에 철분이라든가 비타민 B12 또는 엽산의 함량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의 영양상태가 좋지 못했던 시절에는 동물성 단백질을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이 공급할 수 있는가가 가장 중요한 영양대책의 하나였다. 그런데 최근 경제적 상황의 호전으로 사회 전반적인 개선이 이루어지면서 식품영양학적 측면에서도 커다란 변화가 초래됐다. 육류 소모량이 최근 20년 사이에 10여 배 이상 증가하게 된 것이다.

특히 육류는 조리 방법에 따라 발암 물질 생성에서 급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본 국립암센터의 스기무라 박사는 암 발생에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일본인의 전통 식습관인 절인 음식에 함유된 소금과 고기를 태워 먹는 과정에 생성되는 발암성 물질을 지목했다.

소금은 위점막을 손상시켜 발암 물질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고 육류를 태우는 과정에 생성된 발암 물질이 위세포를 공격해 암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식습관 변화에 대한 문제점 분석을 해봤다. 먼저, 갑자기 많이 소비하게 된 쇠고기의 조리 방법에 따른 발암 물질의 생성을 분석했다. 신선한 육류 자체의 발암 가능성을 조사한 결과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조리 방법에 따른 육류의 발암 물질 생성을 분석하기 위해 숯불에 굽는 경우, 돌판에 굽는 경우, 철판에 굽는 경우, 불고기판에 굽는 경우, 그리고 찜을 한 경우, 또는 전자레인지에서 익힌 경우를 비교해 이들 시료에서 발암성 물질을 추출해 돌연변이 유발 기능을 비교했다.

각 시료의 돌연변이 유발 기능을 단위 무게 당으로 환산해 본 결과 돌연변이 유발 기능은 숯불구이, 돌판구이, 철판구이, 불고기구이, 찜, 전자레인지의 순으로 감소했다. 바로 이러한 변이 기능의 차이는 가열 온도가 높아짐에 따라 증가한다는 간단한 사실을 알게 됐다.

따라서 올해부터는 육류를 섭취할 때는 조리를 가능한 낮은 온도에서 하고, 모든 육류를 삶거나 쪄 먹는 방법을 선택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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