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롭고 자랑스러운 호남 사람들
2017년 12월 18일(월) 00:00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요즘 적폐 청산의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가운데 묻히고 숨겨졌던 일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역시 우리 호남 사람들은 자랑스럽고 훌륭하다는 사실을 더 확신하게 된다. 의(義)를 위해서는 목숨도 초개 같이 버릴 줄 아는 의기의 사람들이 호남인들임이야 진즉부터 알려진 일이다.

국난을 당해서는 의병을 일으켜 나라를 지켰던 일이나 무고와 모함에 걸려 정정당당하던 정암 조광조가 사약을 받고 화순의 능주에서 30대 젊은 나이로 운명하자, 그의 억울한 죽음에 슬픔을 이기지 못해, 조광조와 뜻을 함께했던 사람들 이른바 ‘기묘명현(己卯名賢)’이라는 어진 이들이 호남에서 가장 많이 배출된 점도 우연한 일이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호남3걸’이라는 분들은 모두 조광조와 뜻을 함께하다가 낙척되어 불우한 일생을 보낸 분들이었다.

임진왜란이라는 전대미문의 국란에 분연히 궐기하여 진주의 남강에 몸을 던졌던 ‘진주의 3장사’ 또한 호남의 의인들이 아니었던가. 경상도에서는 3장사가 다른 사람이라는 턱없는 주장을 하고 있으나,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분명히 최경회·김천일·고종후 등 호남의 3장사라고 정확히 못 박고 있다. 제봉 고경명이 두 아들과 함께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고, 무등산의 호랑이 충장공 김덕령은 20대에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이런 호남의 남아들은 불의와 부정에 눈을 감지 못해 생명을 내걸고 의를 지키는 용기를 보여 주었다.

나라의 정치가 썩어 문드러지고 탐관오리들이 백성을 수탈하는가 하면 매관매직이 나라를 병들게 하자 보국안민(輔國安民), 척양척왜(斥洋斥倭)의 민족정기를 내걸고 죽음으로 혁명을 일으켰던 동학농민군들의 충천하던 의기도 호남인들이 일으킨 애국 운동이었다. 광주학생독립운동, 4·19, 5·18 등 민족이 수난을 당할 때마다 호남인들은 앞장서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싸우고 투쟁하였다.

이런 의리의 고장이 호남이기에 호남을 ‘의향’(義鄕)이라고 부르지 않았는가. 이렇게 의롭고 자랑스러운 호남을 언제부턴가 소외시키고 혐오하는 세력들이 나타났다. 호남 사람이라면 끼워 주기를 싫어하고 배제시켜야만 마음이 편한 사람들이 나타났었다.

그들이 누구이던가. 독재자이자 독재자를 옹호하는 세력이었다. 부정선거를 감행하고 민의를 왜곡하는 일을 서슴지 않던 세력이었다. 나랏돈을 훔쳐 먹거나 국고를 도적질하던 세력이었다. 인권을 탄압하고 인간의 기본권을 억누르고 말살하던 세력이었다.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봉쇄하고 언론의 자유를 가로 막으며 각계각층에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던 세력이었다. 권력의 위세로 부정 청탁을 통해 공공기관에 부당한 사람을 취직시켜 주는 세력이었다.

의로운 호남 사람들은 그러한 세력들이 시키는 대로 절대 하지 않았다. 그런 세력에 호남 사람이 들어 있는 경우는 진실이 폭로되는 경우가 매우 많았다. 그런 세력에게 빌붙는 사람이 전혀 없지는 않았으나 다른 지역 출신에 비교해서 분명히 적었다. 이유는 그것뿐이다. 불의나 부정에 가담하기를 꺼리는 호남인들의 의로운 정신 때문에, 위에 열거한 온갖 세력들은 호남인 끼워 주기를 싫어하고 혐오하는 왜곡된 방향으로 기울어 버리고 말았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부정선거를 획책했던 국정원 댓글부대는 비리와 부정의 집단이요, 국기를 흔드는 불법 행위 집단이었다. 그런 불법 집단을 꾸리면서 최고 명령권자의 입에서 호남 사람은 뽑지 말라는 지시를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바로 거기에서 우리 호남 사람들은 자랑스러운 정의의 사람임이 증명된다.

우리가 나쁜 사람이고 잘못이 있는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부정과 불법이 탄로될까 두려워, 정의로운 사람들은 끼워 주지 않겠다는 내용이었으니, 우리 호남인들은 얼마나 정의롭고 당당한 사람들인가를 만천하에 증명해 주고 말았다.

댓글부대의 불법·탈법의 악행을 수사하던 수사 검사 중 한 사람의 할아버지가 호남 사람이었으니 그 수사관은 수사팀에서 제외시키라는 최고 명령자의 지시가 있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호남 출신 검사도 정의로운 사람에 가깝다고 그를 배제시키라고 했다면 이 또한 우리 호남 사람들의 자랑스러움이 아니고 무엇인가. 소외받고 배제당하는 호남 사람들, 잘못은 나쁜 세력에게 있지 우리는 절대로 나쁘지 않다. 기죽지 말고 영원토록 의롭고 정정당당하게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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