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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천 전 광주학생해양수련원장] 걱정하지 마라

2017. 11.13. 00:00:00

이세돌과 대국한 알파고의 인공지능이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에 대하여 의견을 나누는 분들이 적지 않다. 기계가 아닌 사람의 뇌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지면서 뇌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이야기도 회자된다. 자칫 뇌과학을 지나치게 신봉하여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는다면 왜곡될 우려가 있다며 걱정하기도 하지만, 뇌의 한계를 알지 못하고 저질렀던 실수를 생각하면 부끄러워진다.
알려진 바처럼 힐러리 클린턴은 1996년 보스니아를 방문했을 당시 저격수들의 살해 위협을 피해 몸을 낮추면서 비행기에서 내렸다고 텔레비전에서 증언했다. 그런데 당시 동영상을 보면 딸과 함께 환한 얼굴로 비행기를 내려와 화동(花童)으로부터 꽃다발을 받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거짓말이 대통령 후보 낙선에 큰 영향을 끼쳤다.
왜 잘못된 기억을 하는 것일까? 알고 보면 우리 뇌는 사진기처럼 그대로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보고 들은 것 중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만 선택해서 기억한다고 한다. 기억을 떠올리는 과정에서도 다른 기억과 섞여 왜곡되기도 한다.
4차 혁명 이후의 미래에 대하여 기대 못지않게 불안하고 걱정되는 것이 많다. 특히 부모의 입장에서 자녀의 미래를 생각하다 보면 걱정이 꼬리를 잇는다. 인공지능의 영향으로 직장이 사라지기도 하고 여러 직업을 전전해야한다니 가보지 않은 길이어서인지 자녀의 고통스러울 모습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또는 가끔 지인이 무심코 한 말이나 행동을 혼자 곱씹다가 온갖 상상을 덧붙여 그 사람이 나에게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부풀리기도 한다.
걱정의 40%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이며, 30%는 이미 지나간 것이고, 12%는 자신과 상관없고, 10%는 사실이 아니며 오직 4%만이 정말 걱정할 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부정적인 생각은 유독 커지는 경향이 있어서 심한 경우 우울증으로까지 발전한다는데, 대체로 희망적인 생각은 단편적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부정적인 생각은 계속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 대뇌(대뇌 피질)는 주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에 관여하고 안쪽에 있는 변연계는 감정적인 정서를 처리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를 연결해 주는 것을 파페즈회로라고 한다. 이 회로의 흐름 과정에서 생각을 이어가고 덧붙이면서 부정적인 생각은 점점 커진다고 한다.
어떤 부정적인 생각에 한번 사로잡히면 점점 더 감정이 두텁게 덧칠되며, 감정의 흐름이 반복되는 동안 과거에 쌓였던 부정적인 기억들이 되살아나 다른 생각으로 번지고 감정은 더욱 악화된다.
화를 내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작고 사소한 일로부터 말다툼을 시작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괘씸해서 참을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화가 더 커지는 이유도 이 파페즈회로의 부정적인 순환과 관련이 있다.
그러면 심해지는 부정의 순환으로부터 빠져나오는 방법은 없을까? 심리학자들은 서둘러 다른 생각으로 전환하라고 권한다. 갑자기 생각을 바꾸기 어려우면 바람을 쐬거나 부담 없이 걷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한다.
‘내가 헛된 생각에 빠져 있구나’ ‘내가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구나’ ‘내 감정이 격해지고 있구나’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면 얽매인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소용돌이치는 생각이 가라앉으면 첫 생각(선입견 등)에서 벗어나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여유가 생긴다.
옛 선현들은 명경지수(明鏡止水)라는 말을 사용했다. 혼탁한 물(생각)이 움직임을 멈추고(止水) 밑으로 침잠하여 거울처럼 맑아지도록 기다릴 줄 알아야 지혜를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마음의 흐름을 조용히 바라보면 자신의 마음이 정돈되는 모습도 느낄 수 있다.
화가 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의도적으로 그 생각을 잊고 다른 생각을 떠올리려고 하면 부정적인 생각과 분노의 감정이 점점 사라진다. 분노의 감정에서 쉽게 빠져나오기 힘들지만 한번 빠져나오면 마음이 맑아진다. 어쩌면 이 맑아지는 기분을 느끼는 것은 전두엽이 발달한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유리할 것이다. 감정의 지배를 받는 때에도 반드시 적절한 방안을 찾으리라는 믿음이 있다면 삶이 한결 여유로워지지 않을까.
일본의 한 선승은 제자들에게 편지 한 통을 남기면서 “함부로 개방하지 말고 꼭 필요할 때 뜯어 보아라”고 하며 임종했다.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제자들이 도저히 해결하기 어려운 난관에 처하게 되었다. 스승의 편지를 개봉하니 단 한 줄이 씌어 있었다. “걱정하지 마라. 어떻게든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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