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태 농협 안성교육원 교수] 농업의 가치
2017년 11월 10일(금) 00:00
우리 농업과 농촌 상황은 날로 위축되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농산물 시장 개방의 가속화로 수입 농산물은 넘쳐나고 있는 반면 농가 소득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젊은이들은 농업을 기피하고 국민들의 농업에 대한 관심도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게다가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16년 연간 1인당 쌀 소비량은 61.9㎏으로, 1986년 127.7㎏과 비교했을 때 고작 절반 수준이다. 설상가상으로 지구 온난화와 빈번해지는 기상 이변으로 농업 부문의 피해는 증가하고 있다. 우리 농촌이 갓난아이의 울음소리조차 듣기 어려울 만큼 갈수록 왜소화되는 것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이처럼 엄중한 현실 속에서 과연 농업과 농촌을 마냥 경시하고 외면만 해도 되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차제에 농업과 농촌의 다양한 공익적 가치와 그 중요성에 대하여 알아본다.

먼저, 농업은 식량 공급 기지로서의 역할을 한다. 아무리 많은 시간이 지나도 사람은 반드시 먹고 살아야 한다. 농업은 우리가 기본적으로 먹어야 할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필수 불가결한 산업이다. 농업은 우리의 생명줄이다. 때문에 쌀을 포함한 식량 자급률 확보는 사회 안전망의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지금 전 세계는 안정적인 식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이처럼 식량 무기화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농업의 식량 안보적 기능은 경제적 측면에서만 계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는 것이다.

가령 모든 상품이 개방되었다고 가정해보자. 당장 가격경쟁력이 없다고 농업을 외면하여 영농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결국은 농산물 수출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식량 종속국’ 내지는 ‘농업 식민국’으로 전락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하다. “식량 자급 없이는 중진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없다”는 노벨상 수상자 사이먼 쿠즈네츠의 주장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농지는 단순히 식량 생산 수단으로만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농지는 생물 다양성의 유지 기능과 아울러 물 관리를 통한 홍수 예방은 생명 안전과도 직결돼 있다. 논은 거대한 저수지로 여름엔 홍수 조절 기능을 갖는다. 춘천댐의 1회 저수량을 약 1억 5000만t으로 추산한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논은 이런 댐을 24개나 보유하는 것과 맞먹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논에 가둬둔 물은 대부분 땅속으로 침투되어 막대한 양의 지하수를 공급해 주고 있다.

게다가 농지는 대기를 정화하는 ‘산소 발생기’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환기해야 한다. 논에서 자라는 벼는 광합성 작용을 통해 대기를 정화하며 대기온도를 낮춰준다. 논은 환경의 파수꾼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다른 농사와는 달리 벼농사는 토양 중에 무기 염류의 집적을 방지하는 기능이 있다. 그래서 논은 연작을 계속해도 끄떡없는 새 생명의 토양이 되고 있다.

더불어 우리의 농촌은 전통문화와 특히 자연 경관을 보전하는 보물창고이기도 하다. 남해 등지의 ‘다랑이 논’ 풍경은 농촌이 빚은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유럽에서는 농민을 국토의 자연 경관을 관리하는 ‘정원사(Gardener)’라고도 부른다.

이처럼 농업이 기여하고 있는 공익적 가치는 헤아릴 수 없이 많고 다양하다. 단지 돈으로만 환산할 수 없는 다원적 기능을 가진 산업이다. 따라서 산업으로서의 농업은 공공재적인 가치 기준으로 다시금 재조명되어야 마땅하다. ‘농업인의 날’을 계기로 그동안 농업을 소홀히 여기거나 홀대 시 하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인식의 대전환이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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