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 어민들 “화물선 때문에 양식장 훼손”
2017년 11월 01일(수) 00:00
강진군 마량 신마항∼제주간 취항 한달만에 운항 잠정 중단
어민들, 억대 피해 추정 대책 마련 요구 … 道 “중재 나설 것”
강진 마량 신마항∼제주를 오가는 화물선이 취항 한 달도 못돼 운항을 잠정 중단했다. 장흥 어민들이 화물선 운항으로 양식어장이 훼손됐다며 손해배상과 운항 중단을 요구하면서다. 항로에 포함된 완도 어민들도 반발하는 분위기다. 화물선사측은 대신, 완도로 선적항을 옮겨 운항하고 있는 실정이다.

화물 항로 개설로 육상 배후단지 조성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과 인근 상가 활성화 등을 기대했던 강진군은 곤혹스러운 입장에 놓였다. 장흥군도 지역민 재산권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자칫 자치단체간 갈등으로 번질 조짐이 감지된다.

인근 산재한 양식어장 현황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나 양식 어민들과의 협의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1일 전남도와 장흥·강진군 등에 따르면 ㈜제마해운이 마량 신마항∼제주 서귀포항 간 화물선을 취항하면서 항로 주변 미역·매생이 양식장 시설물을 훼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는 어민들의 신고가 접수됐다.

전국 매생이 최대 주산지인 장흥군 대덕읍 옹암·내저·신리 일대 270여 양식어민들은 화물선이 양식장이 조성된 항로를 운항하면서 두 차례에 걸쳐 20ha에 걸쳐 임시로 이식해놓은 미역종묘 6000t(1억5000만원 상당)과 32ha에 이르는 매생이 양식장 시설물이 파손됐다며 완도해경에 신고했다.

장흥군은 화물선의 두 차례에 걸친 운항(10월 17·25일)으로 입은 시설 피해액을 1억7000만원 상당으로 추정하고 있다.

어민들은 그러나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화물선 운항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형편이다.

일부 양식어민 150여명은 지난 23일 전남도를 방문, 충분한 검토없이 마량 신마항∼제주 간 화물선을 취항토록 해 피해를 입혔다며 책임있는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어민들은 화물선 취항 전 어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협의가 없었다는 점에서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현장을 둘러봤다면 항로 곳곳에 양식어장이 조성된 점을 파악할 수 있었던 만큼 운항에 앞서 양식장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고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장흥 뿐 아니라 신마항∼제주 항로에 완도 양식장도 적지 않아 완도측 반발도 우려되고 있다. 완도 어민들은 오는 5일 화물선사측과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어민들의 집단 반발이 불거지면서 제마해운측은 지난 27일부터 신마항∼제주 서귀포항 간 운항을 잠정 중단하고 완도항으로 선적항을 옮긴 상태다.

제마해운은 최근 강진군과 체결한 ‘마량 신마항 화물선 취항을 위한 투자합의각서’에 따라 2264t급 화물선을 하루 1편 운항해왔다.

강진군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해운사가 애초 화물선 취항으로 인한 신마항 주변 SOC 확충과 고용 증가, 숙박, 음식업소, 일반 상가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던 상권 활성화에도 차질이 빚어질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강진쌀, 특산품, 강진산단 내 기업들 생산품까지 점차 판매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강진군은 애초 화물선 취항으로 인한 직접적 파급효과가 항만사용료, 상시·임시 고용 증가 등 9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또 하루 120대의 화물차 선적, 화물차 기사들의 숙식비 등으로 예상되는 간접 효과도 연간 8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었다.

전남도는 어민들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중재에 나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한편, 강진군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국비 190억원을 들여 지난해 5월 신마항을 완공했다.

신마항은 접안시설 길이 180m, 화물부두 170m, 관리부두 70m에 이르는 연안항으로, 배후부지(1만5923㎡)를 갖췄다.

/장흥=김용기기자·중부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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