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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득염 전남대 건축학부 교수] 역사와 문화, 근대건축을 활용한 도시재생

2017. 09.06. 00:00:00

몇 년 전 광주일보에 ‘근대유산과 인문학을 통한 도시재생’을 강조한 글을 쓴 바 있다. 공동화되어버린 도심과 활력을 잃어버린 도시,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포기한 도시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쓴 것이었다. 그 방법의 하나로 우리 주변에 있는 오래되지 않은 근대적 공간을 인문학적 사유로 고민하여 도시재생의 근간으로 만들어 보자는 제안이었다.
우연히 새로 출범한 정부는 환경과 사회, 그리고 경제적 효과를 얻고자 하는 도시재생 뉴딜정책을 발표하였다. 기존의 주거환경 개선 방식이 전면적인 재개발과 재건축을 통한 수익성을 추구하는 방식에 치우쳐져 있던 것을 탈피하여 상대적으로 주거환경이 열악한 구도심을 중점으로 경제적, 사회적, 물리적인 면에서 부흥시키는 것이라 하였다. 즉 구도심을 6개 유형으로 분류하고 향후 5년간 50조 원을 투입하여 낙후된 구도심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주차장, 어린이집, 무인 택배시설 등의 주민편의 시설 지원을 통해 구도심의 가치 향상을 이루어내겠다는 것이 목표이다.
물론 선거기간 중에 이미 이러한 내용이 공약으로 제안된 바가 있는데 이제는 국가 뉴딜사업으로 정부에서 시행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니 기대와 걱정이 앞선다. 그것도 수십조 원의 막대한 예산이 사전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몇 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투입된다고 하니 마치 지난 정부에 시행하였던 4대강 사업과 문화융성이 떠올라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도시의 역사는 인간처럼 너무나 탐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교통, 주거, 환경, 복지 등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 채 끊임없이 팽창하였다. 특히 현대에 들어와서는 이러한 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나타났다. 현대도시의 성장구조를 보면 인구는 한정되어 있는데 공간적으로 확장되어 당연히 인프라가 좋은 신도시 쪽으로 인구가 이동하고 집중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구도심의 공동화를 초래했고 이로 인해 도시의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자본가에 의한 주거의 공급은 오히려 수요를 만들어 내는 기현상이 나타나며 이러한 도심 공동화현상은 더욱 가중되었다.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이상세계를 꿈꾸는 자들에 의하여 많이 논의되었지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토마스 무어는 이상도시 왕국 건설을 통해 당시 영국의 사회경제적 병폐와 종교적 자유 및 개방화 되어가는 유럽 경제체제에 대한 경제적, 공유사회적 유토피아를 제시하였다. 그의 유토피아적 도시구조와 운영원리는 자족성, 도농통합, 인구통제, 건물 내부에서의 공동체 생활, 토지이용 분리 등이며 이러한 상당수 논지는 근대 도시계획으로 계승되었다.
하워드는 대도시와 지리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지역에 전원과 도시의 성격을 동시에 지니는 자족적인 도시 건설이 황폐화된 도시를 개선하는 유일한 대안이라 하였다. 건축가 라이트는 브로드에이커 시티라는 이상도시안을 내놓았다. 이 안은 중심지가 없는 도시에서 학교와 그 주변은 일종의 공동체센터 역할을 한다. 학교주변에는 화랑, 공연장, 강연장, 작은 공원이 마련되어 있다. 에너지는 전기, 석유, 가스인데 공동구에 의해 공급받는다. 주민과 가까운 작은 정부, 개발을 제한하는 그린벨트 기능의 수목대도 있다.
현재 세계적인 도시화 추세는 50%를 넘었고 장차 10여년 후가 되면 약 75%에 이를 것이라 한다. 도시는 오랜 세월 동안 길과 건물, 식생과 사람들이 어우러져 생성되고 변해가는 공간이다. 그런 공간을 완전히 평탄하게 깎고 쌓아올린 도시는 그 도시가 낡아 생명력을 잃을 때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생명력은 사람이 다시 돌아오도록 하는 것으로 회복된다. 직장과 교육과 주거가 우선 함께하고 사람과 역사적 전통, 일상적 문화가 어우러져야 한다. 더욱이 장소에 대한 애정과 인식이 이어져갈 때 도시는 재생되는 것이다. 그곳이 어떤 곳이었는가에 대한 살핌이 우선해야 하고 기능보다는 지역인의 삶을 어떻게 편하게 담을 것인가 하는 고민이 있어야 한다.
지난 시대의 역사적 장소와 문화를 활용한 도시재생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그 성공을 입증한 사례가 많다. 최근에는 근대건축이나 역사적 장소도 그 몫을 크게 하고 있다. 인천과 부산, 군산 등은 일제강점기의 항구시설을 이용하고 있으며, 대전의 경우도 철도청 옛 관사를 활용한 구도심 활성화 과업이 진행 중에 있다. 대구는 근대로의 길을 주제로 하고 있으며 통영은 벽화로 거듭 태어난 마을이 되었다. 이들 이외에도 소금창고와 골목길, 굴뚝과 고가수조, 터널, 교도소, 탄광 등 주제는 너무나 많다. 광주 역시 다양한 근대유적을 문화라는 매개체로 구도심을 활성화할 수 있는 충분한 장소와 여력이 있다. 다만 우리의 무지와 무관심 속에서 사라져 버린 가까운 과거의 흔적들이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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