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의 독일이야기] ⑤ 포도밭 농민들로부터 시작된 에너지 전환 운동
2017년 08월 24일(목) 00:00
광주 시민 뭉치면 에너지 자립할 수 있다
전기공학도였던 필자가 에너지 문제를 구체적으로 파고들게 된 계기가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우리 지역 미래먹거리로 에너지를 생각했고 한전의 지역 이전에 일조를 했다. 에너지가 지역발전의 핵이 될 것이란 믿음 때문이었다. 필리버스터를 마지막으로 재충전의 기회가 왔을 때, 독일을 선택한 것도 에너지가 컸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독일이 어떻게 탈원전을 넘어 신재생에너지의 선두주자가 됐는지, 그 정책과 변화를 직접 보고 싶었다.

독일 에너지 탐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은 세계적 그린시티 프라이부르크다. 1970년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정부는 이곳에서 30㎞ 떨어진 비일 지역에 원전을 세우려했다.

하지만 인근 포도 재배 농민들과 건축학도 랄프 디쉬가 중심이 되어 반핵운동을 벌이며 대안에너지를 찾아내는 것까지 운동영역을 확장했다. 프라이부르크의 상징인 솔라타워와 곳곳에 설치된 태양광 집열기, 태양광 전기 판매로 가구당 매달 250유로의 순수익을 올린다는 보봉 주거지구가 그 결과물이다. 이곳 주민들은 전기 소비자이자 생산자인 프로슈머(prosumer)가 되어 에너지 자립을 주도한다. 주민의 자동차 보유율은 20%, 트램이나 자전거를 애용한다. 겨울엔 실내에서도 두꺼운 옷을 입고 고급 식당도 빈자리의 조명을 끈다. 프라이부르크의 노력은 독일 전역에 전파되는 중이다.

또한 시는 재생에너지 산업을 정책적으로 지원, 세계 최고의 태양광 기술을 보유한 프라운호퍼연구소가 이곳에 자리 잡게 했다. 연구소를 방문해 홍보담당 티모 시거슨과 에너지 정책담당 게르하르트씨를 4시간여 만났다. 직원만 1100명, 지역대학 학생근무자가 1400명에 달한다니 전형적인 산학연의 모델이다. 에너지 문제의 핵심인 발전, 효율, 소비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프라이부르크 곳곳에 ’We love Freiburg!’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전환을 위한 조건만 마련된다면 어느 지역보다 똘똘 뭉칠 수 있는 도시가 바로 광주인데!

베를린에서 1시간 거리인 탈하임의 한화 큐셀 연구소에서 브리핑을 들으며, 그곳 상무에게 한국과 독일의 태양광 사업의 조건을 물었다. 일조시간과 일사량은 한국이 더 좋고, 가용면적은 독일이 조금 낫다고 한다. 결국 의지의 문제다. 그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발전차액지원제도(FIT)의 역할이 컸다는 설명도 곁들인다. 우리가 중도 포기해버린 발전차액지원제도에 대한 아쉬움이 생긴다.

세계 최대 규모인 함부르크 풍력박람회장에 가보니 풍력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산업이 이미 독일의 주력산업이 됐다는 실감이 들었다. 원전에 주력하던 지멘스와 에너콘, 센비온 같은 기업들이 어느새 신재생에너지 쪽으로 전환을 한 것이 보인다. 2015년 기준, 독일의 재생에너지 분야 종사자는 33만 명,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가 수출과 신기술 개발, 일자리 창출의 새 기회가 될 거라 했던 메르켈 총리의 말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촛불로 인해 대선이 빨라지면서 귀국을 독촉 받고, 새 정부의 플랜을 짜는데 참여했다. 이미 세계적 추세이자 뉴마켓으로 떠오른 에너지 전환은 새 정부 정책의 주요 관건이다.

지역도 마찬가지다. 2026년 영광원전 2기가 폐쇄될 것에 대비한 전략이 절실하다.

이를 위한 공론화도 시급하다. 8월 초 국정기획의원인 김좌관 교수, 김익중 교수,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 등과 좌담회를 주최한 것도 그러한 맥락이다. 자동차 제조, 도시환경, 도시재생 등을 아우르는 광주 성장의 큰 그림, 새로운 성장의 로드맵이 필요하다.

〈강기정의 독일이야기〉는 정치인 강기정이 12년의 의정활동을 잠시 멈추고, 베를린자유대학교(Free University of Berlin)에 방문학자(visiting scholar)로 머물며 기록한 독일의 industry4.0, 에너지, 경제, 정치 현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총 10회에 걸쳐 매주 목요일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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