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 18호선을 따라 전남 보성 녹차밭을 지나 20여분 차로 달리니 장흥 안양면 수문마을의 탁 트인 해변이 눈의 피로를 씻어줬다. 득량만을 따라가는 여정에서 수문마을은 장흥 들머리 역할을 한다.

수문마을은 7월 해수욕장 개장을 앞두고 손님 맞을 준비로 분주했다. 장흥 유일의 수문해수욕장에서는 갯벌에서 바지락을 캐다가 지치면 물놀이를 하면 되고, 먼저 해수욕을 하다가 갯벌로 나가도 된다. 바지락 캐기는 7월은 4∼13일과 20∼27일, 8월은 2∼11일, 17∼26일 무렵에 체험할 수 있다. 바지락이 묻힌 깊이가 5cm를 넘지 않아 쉽게 캐낼 수 있다. 소금물에 3∼4시간 정도 해감을 한 뒤 다음날 아침 씻어 요리해 먹으면 된다. 단체로 예약하면 도자기를 만드는 체험도 함께 할 수 있다.

11km에 걸쳐 펼쳐진 종려나무 거리를 따라 걷다보면 동남아의 유명 휴양지에 온 기분도 든다. 뙤약볕을 내리쬘 관광객들을 생각해 수문마을과 이웃 마을이 힘을 합쳐 만들었다고 한다. 포근한 인심에 발걸음이 가볍다.

조용한 휴가를 보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수문마을은 ‘피서 1번지’로 꼽힌다.

매년 여름 마을에서는 책을 무료로 빌려주는 ‘피서지 문고’가 열린다. 종려나무 그늘 아래서 장흥 출신 이청준, 한승원 등 남도 문학에 파묻히다 보면 책 한권 끝내는 건 시간문제다.

해변 끝자락엔 700m 길이의 ‘한승원 문학 산책로’가 이어진다. 산책로는 5월에서 8월까지 피는 해당화로 붉게 물든다. 한승원은 소설 ‘해일’에서는 “모래 언덕에 어우러진 해당화가 생각났다”며 수문해변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기도 했다.

수문마을은 TV프로그램 ‘1박2일’과 ‘한국인의 밥상’에도 나와 유명해진 ‘장흥 삼합’의 키조개 본고장이다. 마을에서 나오는 수산물의 80%는 키조개다. 키조개는 다른 조개보다 미네랄이 5∼20배나 많고 필수 아미노산과 철분이 풍부한 ‘바다의 보물’로 알려져 있다.

점심은 바지락 회무침을 골랐다. 유달리 살이 꽉 차오른 수문 바지락에 감초와 배, 사과로 맛을 낸 양념장, 갖은 채소, 밥을 비비면 한 그릇 뚝딱이다. 바지락국과 곁들이면 안성맞춤이다.

수문마을에는 숙박시설도 다양하다. 24시간 찜질방과 사우나를 즐길 수 있는 ‘안단테 스파리조트’와 수평선 너머 일출이 창가에 담겨지는 ‘수문리조트’, 펜션, 민박 들이 곳곳에 자리 하고 있다. 해수욕장 개장에 맞춰 안단테 리조트에서는 대형 미끄럼틀이 있는 물놀이장도 운영하고 있다.

백사장을 에워싸는 울창한 소나무 숲에서 캠핑을 즐기는 것도 백미다. 저렴한 가격에 텐트를 대여할 수도 있다. 벤치와 정자가 여러 군데 마련돼 있어 돗자리 하나만 깔아도 근사한 보금자리가 만들어진다.

수문마을을 당일치기로 다녀오기에는 아깝다. 마을에서 차로 20분만 가면 정남진 장흥토요시장, 편백숲 우드랜드, 천문과학관 등을 둘러볼 수 있어 넉넉히 일정을 잡는 것이 좋다.

장흥 관광에 입문하는 이들은 수문 어촌체험마을 홈페이지(seantour.com/village/sumun)를 참고하면, 숙소, 음식점, 주변 관광지 등이 잘 정리돼 있어 여행 일정을 짜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백희준기자 bhj@kwangju.co.kr



*찾아오시는 길

전남 장흥 수문어촌체험마을(전라남도 장흥군 안양면 수문용곡로 194)

▶승용차

호남고속도로→산월IC→무안광주고속도로→지원 교차로→장흥, 화순 방면→장수교차로→안양, 회천 방면→ 약 16km 지나 수문어촌체험마을

▶고속버스

●서울강남고속터미널→장흥버스터미널→전일행 농어촌버스(약 45분 소요)→수문해수욕장 정류장→수문어촌체험마을

●서울강남고속터미널→장흥버스터미널→용곡행 농어촌버스(약 45분 소요)→용곡해수욕장 정류장→도보 4분→수문어촌체험마을

▶열차

광주송정역→광주광천터미널→장흥 용산행 버스(약 1시간 50분 소요)→용산행 농어촌버스(약 25분 소요)→운정 정류장하차→전일행 농어촌버스(약 25분 소요)→수문해수욕장 정류장→수문어촌체험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