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희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장] 강제학습 없는 광주, 그렇게 어려운가요?
2016년 12월 13일(화) 00:00
교육시민단체, 청소년단체 활동가들이 함께하는 광주강제학습대책위가 광주시교육청 앞에서 강제학습 반대, 야간자율학습 선택권보장을 요구하며 피켓을 든지 70일이 넘었다. 작년에도 90일 동안 피켓시위를 벌여 학생 선택권보장 등을 교육청으로부터 약속받았지만 학교 현장은 별 변함이 없었고, 학생이 제대로 선택권을 갖기 어려운 현실과 이를 온존한 시스템도 여전한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대부분 공립 학교는 야간자율학습을 강제하지 않고 있다고 하지만 학교별로 관리자나 교사의 행태에 따라 편차가 많았다. 특히 사립고교는 예외없이 강제학습을 시키고 있었다. 허울뿐인 신청서는 요식행위일 뿐이고 학부모, 교사, 주변 친구 등에 의해서 은근히 강요받는 분위기가 일반적이다. 대놓고 강제하거나 체벌까지 하는 학교도 일부 있다.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 14시간 피 끓는 청춘들을 학교에 잡아놓고 있는 것이 반인권적 비교육적이라는 얘기는 차치하더라도 정규수업 이후에 학생들이 학교에 남아서 하고 있는 방과 후 학습과 야간 자율 학습이 그들의 진로와 진학, 구체적으로 입시에도 대체 얼마나 큰 도움이 되고 있는가 따져 볼일이다.

야간자율 학습이 스스로 공부할 시간이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학교에 남아서 공부하겠다는 아이들에게 시간과 장소를 마련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진로와는 무관한 학습을 위해 억지로 학교에 남아 있게 하는 것은 그 아이들의 시간과 활동을 제약하고 뺏는 일이자 학습을 위해 남아 있는 다른 아이들에게도 방해가 되는 일이다.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야자’를 하지 않고 학교 밖으로 나오게 되면 갈 곳도, 할 만한 활동도 별로 없기에 대책 없이 학교 밖을 나가는 것을 불안해하고 있다. 차라리 공부를 하거나 말거나 학교에 있는 것이 낫다는 사람도 있다. 아이들의 심리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사실 이걸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이들은 학교와 교육청이다. 학생들이 밤 10시까지 학교에 남아 있어봤자 누구에게는 불필요한 시간이라는 것을 학교와 교육청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 어떡할 건데? 아이들이 야자를 하지 않고 밖으로 나오면 학교와 교육청은 나 몰라라 해도 되는 건가? 다른 대안은? 물론 학교와 교육청에 묻고 싶은 말이다.

교육청과 학교는 아직까지 뚜렷이 제시해줄 만한 지점들을 찾지 못한 것 같다. 학교 밖 아이들이 집에서 잠을 자든지, 학원을 가든지, 노래방을 가든지, 하고 싶은 활동을 하든지, 그것은 아이들의 자유이고 선택이다. 하지만 적어도 청소년들이 하고 싶은 활동이 있어도 지원과 공간이 없어서 포기하지는 않아야 한다. 무엇을 택하더라도 적어도 선택할 기회와 선택지는 줘야 한다는 것이다.

시나 교육청이 할 수 있는 역할과 책임을 다해서 청소년이 갈 수 있는 공간과 할 수 있는 활동 프로그램을 만들고 지원하는 것은 기본이다.

나아가 교육청과 학교는 충분한 홍보와 안내,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통해 원하는 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놔줘야 한다.

언제까지 불안감과 무대책으로 학생들을 야자의 볼모로 남아 있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불안하고 자신감 없기는 교육청도 학생과 학부모 못지 않은 것 같다. 모든 정책을 완벽한 기반 위에 추진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정책방향을 세우면 이에 대한 여론을 듣고 의견을 모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설득과 교육, 홍보를 하면서 적극적으로 실현해나가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원하고 지지하는 정책은 성공한 정책이다. 지금 당장 잘했다는 칭찬을 받기 어렵더라도 과도기 혼란으로 질책을 받게 되더라도 결국은 가는 방향이 올바르면 험난한 길도 같이 가는 지원군과 사람들이 모여든다. 학생, 학부모가 지원군으로 그 앞자리에 서게 될 것이다. 이제 대책 없는 강제 학습을 중단하고 방과 후를 허하고 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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