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구로 낙지 한상차림 ‘무안낙지회마트’ 소낙탕탕이·연포탕·낙지호롱 살살 녹아요
2016년 11월 17일(목) 00:00
마을 앞 ‘낙지목장’서 잡은 뻘낙지
비릿함 없고 부들부들 쫄깃쫄깃
무안산 소고기와 환상 궁합

무안 뻘낙지, 소고기, 전어 등으로 한 상 가득 차려낸 구로마을 밥상.

무안은 역시 낙지였다. 한입 가득 문 낙지를 잘근잘근 씹고 있노라면 왜 무안 낙지가 유명한지, 무안 주민들이 그토록 자부심을 느끼는 지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다. 정경태(사진) 구로마을 어촌계장을 따라 무안낙지회마트(대표 정재권)에서 마을 대표 음식을 만났다.

음식 재료로 쓰인 뻘낙지들이 어젯밤 잡힌 것들이다. 마을 인근에 펼쳐진 갯벌에는 주민들이 지난해부터 조성한 낙지 목장이 있다. 지역 식당들은 모두 이곳에서 직접 잡은 해산물로 밥상을 차려낸다. 5년 전부터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정재권(35) 대표 역시 부모와 함께 밤마다 갯벌에 나가 식재료를 조달하고 있다.

본격적인 낙지 요리를 맛보기 전 살이 두툼한 전어가 먼저 나온다. 정 대표는 사전에 미리 연락만 주면 다른 생선도 준비해준다고 귀뜸했다.

이날 맛 본 음식은 소고기낙지탕탕이, 불낙전골, 낙지호롱 등 세가지. 주민들이 예전부터 집에서 즐기던 음식이다. 광주 등 타지역에서도 많이 파는 음식이기에 맛에 대한 궁금증 보다는 ‘주산지 낙지는 어떻게 다른가’라는 의문점이 먼저 든다. 낙지호롱을 한입에 먹는 순간 의문점은 곧 사라졌다.

낙지는 쫄깃한 맛에 먹는다지만 쫄깃함이 강하면 질기기 마련이다. 젓가락 전체를 휘감고 있는 낙지 크기는 “한참을 씹어야겠다”는 선입견을 심었다. 하지만 막상 입에 넣어보니 씹을수록 연한 살이 잘 으깨지며 금세 넘어갔다. 무안 뻘낙지의 가장 큰 특징은 ‘부드러움’이었다. 매우면서 달콤한 양념장을 넉넉히 발라 자칫 밋밋할 수 있는 낙지맛을 끝까지 살려줬다.

이어 꿈틀거리고 있는 낙지 다리와 소고기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소고기낙지탕탕이에 젓가락을 갔다. 직사각형 접시에는 하얀 배와 초록 오이를 사이에 두고 한켠에는 회색빛 낙지, 다른쪽에는 붉은 생(生)소고기를 배치하며 추상화를 연상케 했다. 소고기도 무안산이다. 초장 등 특별한 소스 없이 네가지를 한꺼번에 떠서 먹으면 쫄깃한 맛, 부드러운 맛, 달달한 맛, 아삭한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탕탕이 역시 비릿함을 느낄 새도 없이 순식간에 넘어간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불낙전골을 한입 떠 먹었을 때 가장 먼저 와 닿는 맛은 ‘달콤함’이었다. 적당한 간이 더해져 밥 한술을 부르는 맛이다. 요리를 책임지고 있는 주인장의 아내 장희숙씨에게 물어보자 설탕과 물엿 이외에도 키위와 배를 갈아서 넣었단다. 불낙전골은 시원한 연포탕과는 또다른 분위기를 선사한다. 익은 낙지와 소고기는 탕탕이를 먹을 때 미처 몰랐던 고소한 맛을 전해준다. 한층 더 부드러움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특히 달달한 국물에 썰어 넣은 호박은 시각적 즐거움고 함께 단조로울 수 있는 젓가락질에 활기를 불러일으켰다. 문의 061-453-9521.

/김용희기자 kimy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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