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변화와 지역의 미래 생태계
2016년 04월 25일(월) 00:00
최 지 호
전남대 경영학부 교수
‘나이키의 경쟁자는 닌텐도다’라는 말은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경쟁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예시이다. 실제 나이키는 실적 둔화의 원인을 찾아봤더니 닌텐도 등 게임기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젊은 계층이 늘어나면서 운동시간이 줄어들어 운동화 매출이 감소했다고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운동화와 게임기는 소비자의 ‘시간’을 놓고 경쟁을 벌인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의 경쟁자가 진짜 경쟁자일까?’ ‘현재의 경쟁 방식을 그대로 받아들여도 되는 것인가?’와 같은 경쟁에 대한 핵심적인 질문을 통해 경쟁에 대한 통념을 무너뜨리는 새로운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경쟁에 대한 통념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 농업사회나 산업사회에서는 경쟁자를 파악하기가 쉬웠고 경쟁 양상도 그다지 복잡하지 않았다. 이와 같이 업종의 경계가 명확했던 ‘고체 사회’에서는 경쟁자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경쟁자보다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승패를 가르는 핵심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경쟁자보다 더 열심히 일했다고 해서, 경쟁자보다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개발했다고 해서 경쟁에서 이기는 것도 아니다. 적과 동지에 대한 획일적 구분이 위험해지고 있다. 기존 사고방식으로 경쟁의 범위와 속도를 예측하기가 매우 어려운 ‘액체 사회’로 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액체 사회에서는 기업에 많은 변화를 요구한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는 경쟁자의 시장을 빼앗는 시장점유율(market share)이 기업에 중요했다. 시장점유율은 기존 시장의 구도를 가정하고 산정한 수치이다. 경쟁의 장과 게임의 룰이 수시로 바뀌는 시대에는 경쟁자 시장을 아무리 많이 빼앗았다고 해도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다. 앞으로는 경쟁자의 점유율이 아닌, 소비자의 시간점유율(time share)이나 일상점유율(life share)과 같은 고객점유율(customer share)이 중요하다.

시장점유율과 달리 고객점유율의 경우 기업의 독자적인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액체 사회에서는 경쟁사 및 협력업체와 강력한 혁신 생태계를 구축해야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으로만 간주했던 경쟁사를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대상으로 다시 정의해야 한다. 갑을 관계로 고착되어 가고 있는 협력업체를 무늬만 협력이 아닌 진정한 협력 대상으로 대해야 한다.

생태계 관점에서 경쟁을 새롭게 이해하고 정의해야 하는 것은 기업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닐 것이다. 기업들이 서로 경쟁과 협력의 관계로 맞물려서 성장 혹은 쇠퇴하는 모습은 자연 생태계의 모습과 같다. 눈앞의 경쟁자와 벌이는 개체(個體) 수준의 경쟁이 있으며 더 넓은 범위에서 보면 종(種) 단위의 경쟁도 있다.

다양한 종류의 생물들이 자연환경 속에서 생존하고 변화해 가는 진화의 과정은 규제 기관, 미디어, 소비자, 협력업체, 금융기관과 맞물린 기업의 생존경쟁과 유사하다. 경영자가 좋은 경쟁이 작동하고 다양한 사업 파트너와 함께 어울리는 지역 산업 생태계를 만들 책임이 있듯이 지역 내 행정기관, 언론기관, 소비자 단체 등도 지역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새로운 경쟁 개념에 적합한 역할을 해야 한다.

경쟁의 내용이 생태계의 미래를 좌우하기 때문에 지역의 건전한 미래 생태계가 조성되기 위해서는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경쟁 내용의 파악과 공유 그리고 그에 맞는 적합한 책무를 각자의 위치에서 다해야 한다. 엉뚱한 기준을 만들어서 무의미한 경쟁을 벌이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냥 노는 편이 낫다.

자원과 노력을 낭비하는 허망한 경쟁을 유도하는 정책·기사·목소리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이제부터라도 경쟁의 대상과 내용을 새롭게 보고 지역을 바꾸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지역의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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