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애의 ‘이 시대 리더십’]이기려면 결집할 수 있게 하라!
2016년 03월 17일(목) 00:00
어제도 박근혜 대통령은 부산을 누볐다. 적나라한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선거운동하려고 창조경제혁신센터들을 사방에 만들어 놨는지도 모른다. 오직 진박을 당선시킬 요량으로 대구에 가고, 흔들리는 표심의 한복판인 부산을 가는 게 너무 속 보이는 짓인데도 상관없다.

이걸 비판해야 할 언론들은 이미 장악된 지 오래다. 요식적인 사설 비판으로는 꿈쩍도 안한다. 오히려 종편들은 교묘한 편집으로 이번 총선을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로 만들고 있다. ‘지든 이기든’이 아니라, 이기는 데 올인할 뿐이다.

박근혜 정권은 정권으로서 외려 뻔뻔스럽게도 절박하다. 원칙과 상식은 사라진 지 오래다. 품위와 공정성도 사라진 지 오래다. 죽어도 이겨야 하고, 내 편을 심어야 한다. 그래야 대대손손 권력을 거머쥘 수 있는 개헌 가능 의석을 만들 수 있고 박근혜법을 가로막는 국회선진화법을 없앨 수 있다. 그래야 박근혜 대통령의 퇴임 후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밟아도 완전히 밟는다. 눈에 보이는 게 없어 보일 정도다.

그에 비하면 야권은 차라리 한가롭다. ‘야권’이 있는 게 아니라 ‘여권이 아닌 개인’들만 있는 듯이 보인다. 국민의 당 안철수 공동대표의 최대의 패착은 정치 파트너로 문재인을 택하지 않고 김한길 또는 ‘오로지 반문’ 세력을 택한 것일지도 모른다. 호남을 뉴 DJ로 채우겠다는 비전을 토로하던 천정배 공동대표는 대부분의 현역 의원이 공천된 지금 무슨 말을 호남인들에게 할 수 있을 것인가?

김한길·천정배·안철수는 유의미한 제 3당은커녕 본인들의 재선 여부도 불투명해졌을 뿐 아니라, 자칫하면 분열로 인한 어부지리를 수도권에서 고스란히 박근혜 정권에게 줬다는 비난을 안을 것이다. 아무리 소신을 밝혀도 오직 변명으로 들릴 것이다.

더민주당의 구원투수로 등단한 김종인은 ‘오직 이겨야 한다’를 부르짖었다. ‘강한 야당’을 얘기했고 ‘정권교체’를 강조했다. 그래서 그의 정치 경력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환영받았고 빠른 기간 내에 당을 안정시켰고 지지율도 올렸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어떠한가? 국정원을 만능으로 만든 테러방지법에 대한 필리버스터 정국으로 확 올랐던 지지율까지 온갖 공천 논란으로 훅 빠지고 있다. 시스템 컷오프로 잘린 의원들이 승복하면서 받았던 박수도 잠깐이었고, 공관위와 비대위가 일으킨 이른바 ‘정무적 판단’에 의한 인위적 컷오프 사태가 벌어지면서 지지자들의 혼돈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니 도대체 무슨 뜻이 있는 건가? 경쟁력이 높아서 이길 만한 현역 의원들, 게다가 지지자들 결집 역량이 뛰어난 의원들을 잘라내고 나면 어떻게 표를 호소할 것인가? 정청래 의원을 위시로 하여 최소한 대 여섯 현역 의원의 컷오프는 온갖 잡음만 일으키고 있는 형국이다. 출마자 대안도 없이 컷오프를 하고 나서 무슨 수로 한 석이라도 더 이긴단 말인가?

야권은 ‘호남 + 민주화 세력 + 이른바 친노, 그리고 플러스 알파’를 합해야 이길까 말까 하는 세력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어느 한 세력 하나 얕보아선 안 된다. DJ와 노무현, 어떤 확신을 주었던가? “정권은 교체되어야 한다, 정권 교체를 위해서 통 큰 협력을 할 수 있다, 민주주의는 언제나 한 발 더 전진한다, 비록 완벽하게 문제를 풀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민생의 아픔에 공감한다, 앞선 사람을 격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뒤처진 사람을 버려서는 안 된다, 평화 자체가 안보다, 미래 세대의 편에 서서 생각해야 한다” 등의 철학이 내면화되어 있고, 그 어떤 실수들에도 불구하고 이런 원칙들에 대해서 공감하고 신뢰해 주는 국민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 국민들의 마음을 모아 내어 적극적 지지로 끌어내야 하는 것이 이번 총선이다. 이명박 정권에서 박근혜 정권으로 이어지는 무자비한 탐욕, 무능한 국정, 불통의 독선, 그리고도 무한대의 권력욕을 그대로 허용할 것인가?

적극적 지지자들이 마음 놓고 결집할 수 있게 하라. 젊은 세대가 기꺼이 부모 세대를 설득할 수 있도록 하라. 호남 토박이가 수도권 호남 사람을 설득할 수 있게 하라. 착하면서도 유능할 수 있음을 믿게 하라. 내 한 표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믿게 하라. 아, 절박하다!

<전 국회의원·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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