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문화 원류를 찾아서-9부 몽골 브럇트] 바이칼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
하늘에서 떨어진 뜨거운 돌과 폭우가 만나 탄생
바이칼 호수는 물 속 다이아몬드의 투명한 눈물
호수·바위에도 혼이 담긴 수많은 이야기 전해져
2016년 03월 14일(월) 00:00

바이칼의 거친 자연과 환경을 소재로 한 많은 이야기가 아직도 전해지고 있다. 사진은 바이칼 신의 자신의 딸 안가라를 죽이기 위해 던졌다는 돌로 불리는 샤먼바위가 있는 안가라강의 모습.

겨울이었다. 시베리아의 바람은 빈틈이 없었다. 옛 러시아 군용 트럭 우하직은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2015년 12월 24일의 혹한이 송곳처럼 파고들었다. 눈은 모든 경계를 허문다. 밤새 게스트하우스 양철 지붕을 때리던 눈보라가 러시아 이르쿠츠크 바이칼 호수 알혼섬의 길과 숲의 구분을 지웠다. 알혼섬에서의 겨울 여행은 그렇게 ‘길 없는 길’을 걷는 것과 같았다.

부지런한 젊은 운전사 바짐은 눈이 가득한 들판에 트럭을 멈춘 채 창 밖으로 목을 길게 뺐다. 그는 오로지 눈짐작만으로 눈이 단단하게 얼어 있는 곳을 찾아 차를 몰아 우리를 하란쯔, 블란흐즈, 후지르 등 들꽃 같은 이름의 호숫가 마을로 데려다 줬다. 길을 잘못 들면, 어른 허리 아래까지 눈 속에 파묻혔다.

이따금 트럭 바퀴는 눈에 갇혔고, 늘 있었던 일인 것처럼 바짐은 삽을 들고 눈을 파기 시작했다. 운 좋게 다른 차량이 곤경에 빠진 일행을 발견하고 달려와 꺼내주기를 서너 차례, 속눈썹을 닮은 석호 한호이에 도착할 수 있었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바짐은 기름에 튀긴 오물을 내놨다. 바이칼에서 많이 잡혀 한 때 소비에트가 식량원으로 포획했다는 물고기, 오물은 바이칼 사냥꾼의 점심이다. 지방이 적당해 피로를 풀어주기에 충분했고, 포만감도 들었다.

브럇트인 바짐은 운전하는 중간 중간 차를 세우고 길에 동전을 던져줬다. 신성한 곳을 지나가는 예의라고 했다. 또 자신은 홀수를 좋아한다고 했다. 꽃을 사도 홀수여야 한다고 했다. 둥근 식탁에서 가족이 모여 밥을 먹는다고도 했다.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밥상도 원형이다고 했다. 브럇트인의 집 유르타도 둥글고 우리의 강강술래의 일종인 요하르는 명절과 축제 때 빼놓을 수 없는 전통이다. 결혼한 여자는 우리처럼 댕기머리를 한다.

바이칼은 우리 민족과 비슷한 문화 원형을 지닌 브럇트인의 심장과도 같은 곳이다. 자신들의 뿌리가 바이칼에 있다고 믿는 브럇트인들은 바이칼 곳곳에 많은 이야기를 묻어뒀다.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말하지만 ‘바이’는 ‘신’ ‘신성한’ ‘풍부한’의 뜻이 있다고 한다. 칼은 ‘계곡’을 의미한다. 바이칼은 브럇트와 수많은 고대종족에게는 풍부한 양식을 공급해준 곳이고, 자신들의 마음을 채운 신이 사는 곳이라는 의미만은 분명하다.

우선 소개할 이야기는 비교적 널리 알려진 바이칼 호수의 생성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아주 오래전 하늘에서 거대한 돌이 떨어졌다. 그 돌은 떨어지는 동안 빨갛게 달아올라 매우 뜨거웠다. 그때 하늘에서 폭우가 쏟아졌다. 땅과 돌과 물이 섞이면서 끓어 올랐고 그 자리에 호수가 탄생했다.

바이칼의 물은 투명하고 맛있다. 이는 물속에 숨어 있는 다이아몬드 덕분이다고 한다. 이 다이아몬드는 두 개의 사슴 뿔을 붙여 놓은 모양을 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주변에는 땅속에서 솟아오르는 샘물이 있다. 또 이 다이아몬드는 슬프게 울고 있다. ‘바이칼, 바이칼, 바이칼’이라며 슬피 울고 있다고 한다.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고 했던 한 소설처럼 바이칼도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는 것이다.

다른 이야기도 흥미롭다.

한 때 바이칼 호수는 사람이 다니기 어려울 정도의 울창한 숲이었다. 거기에는 몸집이 아주 큰 새가 한 마리 살았다. 그 새는 날개의 힘이 대단해 나뭇잎을 스치면 나무가 뿌리째 뽑혀 나가고 바위에 닿으면 돌이 가루로 변했다.

그 새가 날개를 퍼덕일 때 나는 열기에 많은 사냥꾼이 죽기도 했다. 그 새는 사람들에겐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범상치 않은 한 사내 아이가 태어났다. 사람들은 어른이 된 그에게 이 새를 없애줄 것을 부탁했다.

그는 100그루의 나무에서 얻은 200개의 가지로 활과 화살을 만들어서 사냥 준비를 마치고 숲 속으로 간 뒤 순식간에 하늘이 뜨거워졌다. 그리고 사람들은 숲이 불타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 서서히 바다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바이칼, 바이칼’이라는 소리가 울렸다.

바이칼에는 두 개의 샤먼 바위가 있다. 하나는 알혼섬에 있고, 남은 하나는 바이칼 호수에 연결된 안가라강에 있다.

옛날 바이칼 신에게는 336명의 아들과 아름다운 외동딸 안가라가 있었다. 바이칼은 외동딸 안가라를 이르쿠츠크로 흐르는 또 하나의 강 이르쿠트의 아들에게 시집보내려고 했다.

이르쿠트는 안가라로 유입되는 강이다. 이르쿠츠크라는 도시 이름도 바로 이 강에서 따왔다. 하지만 바이칼에 사는 새들이 안가라에게 북쪽에 있는 예니세이라는 청년이 멋있다고 안가라 에게 속삭였다. 예니세이강은 안가라강이 흘러 만나게 되는 강이다.

이때부터 안가라는 예니세이를 사모하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바이칼 신은 안가라를 감시했다. 사랑에 빠진 안가라는 아버지가 잠을 자는 사이 몰래 도망을 치려고 했다. 하지만 바이칼 신은 잠에서 깨 딸이 도망가는 것을 보고 큰 바위를 집어던졌다. 안가라는 이 돌에 맞아 죽었다. 안가라강에는 이 돌이 아직도 물 위의 섬처럼 떠 있다. 매일 예니세이가 그리워 눈물을 흘린다는 안가라의 슬픈 전설과 함께 샤먼 바위로 불리고 있다.

한 때 죄를 지은 사람은 이 바위에 묶어두고, 다음날까지 살아 있으면 죄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바이칼로 흘러드는 수많은 호수를 바이칼 신의 아들로 여기고 유일하게 바다로 흘러나가는 안가라강을 딸로 비유했다. 또 안가라강이 흘러 만나게 되는 예니세이강을 의인화해 사랑 이야기를 그려냈다.

브럇트인들은 호수와 돌에도 혼을 불어 넣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대부분 신성시하는 바이칼을 소재로 한 이야기가 많다.

/kro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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