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문화 원류를 찾아서-샤먼 발렌틴] 우주를 이해하고 소통 위한 매개자
2016년 02월 15일(월) 00:00

브럇트 샤먼 발렌틴이 유르타 안에서 북을 높게 치켜든 채 주문을 외우고 있다.

사람을 가만두지 않았다, 시베리아의 겨울은.

지난 2015년 12월 26일, 러시아 이르쿠츠크에는 세상 모든 걸 날려버릴 듯 강풍이 불었다. 하얗게 눈이 쌓여가는 대지와 자작나무 숲은 흡사, 모두를 홀리는 마녀처럼 사람의 발길을 이끌었다. 등을 떠미는 바람보다는 넓게 펼쳐진 ‘광야의 마력’이 ‘끝이 아닐 것만 같은 곳’ 시베리아를 걷고 또 걷게 했다.

그렇게 찾아간 샤먼 발렌틴의 ‘유르타’ 천막을 젖히자 영하 44℃의 찬기를 머문 바람이 쏜살처럼 유르타 안으로 먼저 빨려들어갔다.

발렌틴은 신과의 만남을 위해 유르타 한가운데에 모닥불을 지피고 있던 중이었다. 브럇트 민족의 집 유르타의 가운데 천정에는 작은 구멍이 있어 하늘이 그대로 내다보인다. 이 구멍으로 신이 내려와 샤먼의 몸을 빌리게 된다.

불과 연기는 일종의 정화의식을 위해 쓰인다. 더러운 몸과 유르타 안을 깨끗하게 해 신과의 만남을 더욱 성스럽게 하기 위한 접신 전 단계이다. 발렌틴은 북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모닥불 연기를 쐐 잠들어 있는 북의 영혼을 깨웠다.

어느 순간 발렌틴이 고개를 숙인 채 북을 치기 시작했다. ‘덩덩, 덩-덩더덩….’ 그의 북소리가 땅을 울리면서 신을 초대하기 위한 기도가 이어졌다. 북소리가 커지면서 샤먼의 몸짓도 커졌다.

러시아 이르쿠츠크 중심가에서 바이칼 알혼섬으로 가는 길목에는 ‘엘란츠’란 브럇트 민족의 마을이 있다. 바이칼의 가장 큰 섬 알혼섬을 오가는 배가 머무르는 리스트비앙카 항구 인근 마을 사람들은 언제든 알혼섬을 찾아갈 수 있다. 브럇트 민족의 정신적인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알혼섬 인근에는 여전히 브럇트인이 훑어져 살고 있다.

이 마을에서 샤먼으로 활동하고 있는 발렌틴은 태어날 때부터 남달랐다. 그의 왼손 엄지손가락은 말 발굽처럼 갈라져 있다. 갈라진 틈을 따라 엄지손톱도 둘로 나뉘어 마치 각기 다른 손가락이 움직이듯 꿈틀거렸다. 발렌틴은 어린 시절 유명한 샤먼이었던 할아버지가 소비에트에 핍박받는 모습을 보고 자랐다.

하지만 나이 들수록 ‘샤먼의 운명’은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발렌틴은 26살이던 지난 1990년 샤먼이 됐다. 운명의 문 안으로 들어서는 발렌틴을 마을의 나이 많은 샤먼이 이끌어줬다.

발렌틴은 “신은 나의 뼈와 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모든 정성을 쏟아 접신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발렌틴은 브럇트인의 앞날을 점치고, 치유하는 일을 한다. 이른바 접신 된 뒤 샤먼은 영계의 세계로 접어든다. 자신들이 믿는 신의 모습은 목걸이와 모자 등에 새긴다.

샤먼은 신과 인간의 중재자다. 브럇트인은 접신 한 샤먼을 통해 신의 존재를 직접 대면하고 자신이 원하는 걸 빈다.

이 때문에 브럇트의 샤먼과 우리의 무당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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