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아지트 ① 이매진 도서관]
2016년 01월 11일(월) 00:00 가가
시민들이 꾸며가는 풀뿌리 문화 공간


광주시 동구 아시아문화전당 인근에 지난 8일 개관한 ‘이매진 도서관’. 청년단체 ‘오월청년’이 시민들의 기부로 운영하며 누구든지 방문할 수 있다. 소설, 동화책, 인문학도서 등 약 1000여권이 비치됐다. 〈이매진 도서관 제공〉
도서관은 딱딱하고 엄숙한 분위기다. 벽면 가득 채운 수만권의 책들 사이에서 사람들은 고개를 묻고 독서나 공부에 열중한다. 혹시라도 발걸음 소리가 크게 나거나 기침이라도 한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쳤다는 생각에 스스로 무안해진다.
지난해 7월 개관한 메이홀(관장 임의진) 2관 ‘이매진’ 아래층에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10일 찾은 ‘이매진 도서관’은 지금까지 생각한 도서관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였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어린이문화원 길 건너편 건물(동구 문화전당로 29)의 좁다른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3층에 빨간색 글씨로 ‘이매진 도서관’이라고 써진 문패와 나무문이 보인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손잡이가 없다. 잠시 당황했지만 손으로 밀자 쓱 열린다. 누구나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의도했다. 문을 열면서 온 벽을 둘러싼 책장과 빽빽이 꽂혀있는 책, 겨우 사람만 지나갈 수 있는 공간만 놔두고 놓여있는 책상을 예상했지만 오산이었다.
도서관을 들어가면 책장과 열 사람 정도가 앉을 수 있는 테이블 하나가 보인다. 약 150㎡(45평) 공간은 여유가 넘쳐보였고 창문 앞에는 해먹까지 있었다.
도서관에는 어울리지 않는 해먹을 놓아둔 이는 임의진 메이홀 관장이었다. 임 관장은 아마존 여행 때 브라질 원주민들이 ‘하모카스’(해먹) 위에서 나무늘보를 안고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봤는데 진짜 ‘여유’를 느꼈다고 한다. 해먹은 여유의 상징이었다.
전당쪽으로 난 큼지막한 창문으로는 햇빛이 쏟아지며 굳이 조명을 켜놓지 않아도 밝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사무실 창문에는 아일랜드 어느 시골교회에서 가져온 알록달록한 스테인글라스도 보였다.
이매진을 운영하는 ‘오월청년’들은 지난 6개월간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한마음으로 뭉쳤다. 문 설치부터 페인트칠, 조명 등 내부 인테리어, 심지어는 바닥작업까지 직접 했다.
도서관지기는 강스엘 5·18 기념교회 부목사가 맡았다. 그는 “바닥작업을 하는데 기술자들은 2시간이면 하는 일을 9시간이나 걸려서 했다”며 “이매진과 도서관을 직접 꾸미다 보니 왠만한 인테리어업자들만큼 실력이 늘어난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매진 요리반에서 활동하는 김보라씨는 지난 공사기간 동안 식사를 책임졌다. 빼어난 요리실력 덕에 그녀의 별명은 ‘함바집주인’, ‘보라 마리아’였다.
김씨는 “그동안 도서관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에 힘들다는 생각없이 기분좋게 일을 했다”며 “어린 친구들에게 희망과 꿈을 주는 열정적인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서관 옆공간에는 약 15㎡(5평)규모의 게스트하우스를 1월 중으로 만들 계획이다. 게스트하우스는 김사무엘씨가 맡아 운영할 예정이다.
도서관은 지난 8일 정식 개관식을 열었지만 아직 완성 단계는 아니다. 시민들이 끊임없이 만들어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현재 비치된 도서는 약 1000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칼 세이건의 물리학 관련 책, 각종 성서 연구서들과 외국 서적등 다양한 종류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오월청년’들은 앞으로 5·18과 광주, 지역작가의 서적들을 더 모아 ‘광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만화 등 어린이들을 위한 책도 많이 가져다 놓을 예정이다.
책장의 빈 공간은 시민들의 기부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고 기업들의 후원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운영진들은 도서관이 ‘민립도서관’, ‘동네책방’을 표명하는 곳이라 이익에 얽매이는 순간 본래의 취지가 퇴색한다고 생각한다.
강스엘씨는 “이매진 도서관은 메이홀이 궁극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풀뿌리 자생 공간의 완성형이다”며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책을 남들과 함께 보는 진정한 ‘나눔’의 장소가 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이용시간 오후 1∼7시. 문의 010-4132-8160.
/김용희기자 kimyh@kwangju.co.kr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어린이문화원 길 건너편 건물(동구 문화전당로 29)의 좁다른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3층에 빨간색 글씨로 ‘이매진 도서관’이라고 써진 문패와 나무문이 보인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손잡이가 없다. 잠시 당황했지만 손으로 밀자 쓱 열린다. 누구나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의도했다. 문을 열면서 온 벽을 둘러싼 책장과 빽빽이 꽂혀있는 책, 겨우 사람만 지나갈 수 있는 공간만 놔두고 놓여있는 책상을 예상했지만 오산이었다.
전당쪽으로 난 큼지막한 창문으로는 햇빛이 쏟아지며 굳이 조명을 켜놓지 않아도 밝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사무실 창문에는 아일랜드 어느 시골교회에서 가져온 알록달록한 스테인글라스도 보였다.
이매진을 운영하는 ‘오월청년’들은 지난 6개월간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한마음으로 뭉쳤다. 문 설치부터 페인트칠, 조명 등 내부 인테리어, 심지어는 바닥작업까지 직접 했다.
도서관지기는 강스엘 5·18 기념교회 부목사가 맡았다. 그는 “바닥작업을 하는데 기술자들은 2시간이면 하는 일을 9시간이나 걸려서 했다”며 “이매진과 도서관을 직접 꾸미다 보니 왠만한 인테리어업자들만큼 실력이 늘어난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매진 요리반에서 활동하는 김보라씨는 지난 공사기간 동안 식사를 책임졌다. 빼어난 요리실력 덕에 그녀의 별명은 ‘함바집주인’, ‘보라 마리아’였다.
김씨는 “그동안 도서관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에 힘들다는 생각없이 기분좋게 일을 했다”며 “어린 친구들에게 희망과 꿈을 주는 열정적인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서관 옆공간에는 약 15㎡(5평)규모의 게스트하우스를 1월 중으로 만들 계획이다. 게스트하우스는 김사무엘씨가 맡아 운영할 예정이다.
도서관은 지난 8일 정식 개관식을 열었지만 아직 완성 단계는 아니다. 시민들이 끊임없이 만들어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현재 비치된 도서는 약 1000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칼 세이건의 물리학 관련 책, 각종 성서 연구서들과 외국 서적등 다양한 종류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오월청년’들은 앞으로 5·18과 광주, 지역작가의 서적들을 더 모아 ‘광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만화 등 어린이들을 위한 책도 많이 가져다 놓을 예정이다.
책장의 빈 공간은 시민들의 기부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고 기업들의 후원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운영진들은 도서관이 ‘민립도서관’, ‘동네책방’을 표명하는 곳이라 이익에 얽매이는 순간 본래의 취지가 퇴색한다고 생각한다.
강스엘씨는 “이매진 도서관은 메이홀이 궁극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풀뿌리 자생 공간의 완성형이다”며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책을 남들과 함께 보는 진정한 ‘나눔’의 장소가 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이용시간 오후 1∼7시. 문의 010-4132-8160.
/김용희기자 kimy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