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의 '바른 소리'] 정계개편을 논의할 시점이다
2015년 10월 23일(금) 00:00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지시함에 따라 정국은 혼미 상태에 빠졌고 여당과 야당은 공천을 둘러싼 내분을 잠시 멈췄다. 하지만 두 정당의 내분은 소강상태에 들어가 있을 뿐인데, 내부 사정으로 볼 것 같으면 야당의 사정이 여당의 그것에 비해 열 배는 심각하다. 실제로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상태로 총선을 치를 수 없다고 보는 사람이 많으며, 의원들 간에도 무언가 큰 변화가 있지 않으면 야권이 궤멸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이 새정치연합의 비주류 의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안철수 전 대표는 사흘이 멀다고 문재인 대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고, 박영선 전 원내대표는 야권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전당대회를 열 것을 제안했다. 두 사람 모두 문재인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안철수 의원은 문 대표의 완전한 퇴진을 요구하는 데 비해 박영선 의원은 문 대표가 전당대회를 통해 재신임 받으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새정치연합 의원 79명이 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해 공천을 하자면서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혁신위원회가 내어 놓은 혁신안을 폐기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라서 문재인 대표가 어떻게 대응할지가 주목된다.

새정치연합이 처해 있는 심각한 상황은 두 갈래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새정치연합의 기반인 호남, 그중에서도 전남 광주에서 민심 이반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든 간에 새정치연합의 현재와 같은 리더십으로는 호남 지역과 수도권 호남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가 어려워 보인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선 적극적 투표층인 호남 유권자들의 향배가 야당에게 중요함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둘째는 새정치연합이 20-30대 유권자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젊은 세대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지지하지 않지만 민생 문제에 무력한 야당에 대해서도 냉담하다는 사실은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대부분 의원들도 이런 문제를 알고는 있지만 총선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는지 상황을 적극적으로 타개하려는 구체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 김상곤 혁신위가 당의 쇄신을 위해 혁신안을 내어 놓았지만 그것은 새정치연합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되지 못한다. 혁신안의 핵심인 현역의원 평가를 통한 20% 컷오프는 2012년에 새누리당이 실험해 보고 폐기해 버린 제도라는 점에서 제대로 시행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렇다면 현재로서는 박영선 의원이 주장하는 대로 통합전당대회를 열어서 리더십을 교체하고 새 인물을 영입해서 당의 면모를 새롭게 하는 것이 야권을 분열시키지 않고 당을 쇄신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하지만 이를 시행에 옮기기 위해선 문 대표가 일단 물러나야 하는데, 그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해서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많다.

야권을 아우르는 통합전당대회를 통해 리더십을 교체하지 못하면 결국은 호남과 수도권 비주류 의원들이 주축이 된 신당이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신당이 고착화된 진영논리를 탈피해서 민생을 살피는 개혁을 내걸고 이에 부응하는 새 인물을 등장시킨다면 의외의 성공을 거둘 수도 있을 것이다.

국정능력을 상실한 정부와 급격하게 우경화하고 있는 새누리당에 실망하고 있지만 현재의 새정치연합을 지지하지 못하는 유권자가 늘어 가고 있는 점도 신당에는 기회가 될 것이다. 더 나아가서 신당은 1990년 3당 합당을 통해 만들어진 지역 대립과 이념 대립의 정치구도를 혁파하는 정계개편의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신당 논의는 새정치연합이 시대적 여망을 담아 내지 못하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문제는 누가 신당 추진 세력을 통합해서 총선을 치를 것인가 하는 것인데, 이에 관해서는 손학규 전 대표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거론되고 있다. 물론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에서 칩거 중인 손 전 대표가 정치 일선에 다시 나서기 위해선 넘어야 할 관문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손 전 대표가 야당에 실망한 야권 성향 유권자와 여당에 실망한 여권 성향 유권자를 함께 아우를 수 있는 적임자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제 남은 시간은 불과 2개월뿐이니 새 시대에 부응하기 위한 정계개편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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