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발길질에 ‘러시아 갈라파고스’ 죽어간다
④ 바이칼 난개발
2015년 09월 03일(목) 00:00

바이칼 알혼섬의 부르한 언덕에서 바라본 바이칼은 하늘과 호수의 경계가 없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와 주변 난개발에 따라 바이칼호수는 점차 멍들어 가고, 호수 건너편 산은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바이칼 알혼섬=박정욱기자 jwpark@kwangju.co.kr

‘시베리아의 진주’가 청정한 푸른빛을 잃어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깊고 투명도가 높은 호수로 알려진 러시아 시베리아 바이칼호에서 수질오염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변 관광개발에 따른 호수 수질의 부영양화가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바이칼 최대의 섬 ‘알혼섬’과 호반 마을 ‘리스트비얀카’ 등 바이칼 주변 관광지는 최근 5년새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러시아 신문에 따르면 바이칼호를 최대 관광자원으로 하는 이르쿠츠크주(州)의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약 86% 증가한 약 15만 명이다. 증가한 인원수의 대부분은 중국인이다.

이르쿠츠크 가이드 김규섭 씨는 “늘어난 관광객 중 절반 가량은 중국인이고, 30%는 러시아인, 나머지는 유럽인과 한국인이 각각 10%가량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관광객이 늘면서 난개발이 진행되고, 이로 인해 바이칼의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알혼섬의 경우 민박 등 숙박시설이 5년새 4배 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모스크바 머니’가 밀려들면서 비싼 통나무집(호텔)이 해가 다르게 들어서고 있다.

김 씨는 “1992년에 처음 알혼섬을 찾았는데 그땐 참 아름다웠다. 몇 년 전만해도 부르한 언덕에는 집이 없었다”며 “하지만 3년 전부터 개발붐이 불면서 지금은 카페·술집이 들어와 풍광을 해쳤다”고 지적했다.

인간의 활동이 급증하면서 하수처리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러시아 정부도 이를 간과할 수 없어 지난 7월 하수처리설비가 없는 시설을 폐쇄한다는 방침을 표명했다.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알혼섬만 하더라도 하수처리시설을 갖춘 숙박시설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리스트비얀카에도 호텔과 음식점이 즐비하고, 건너편 연안인 호수 동쪽 연안 등에서도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호수는 부영양화가 진행되는 등 오염되고 있다. 파도 치는 해변가 물은 언뜻 맑아 보이지만 굴러다니는 돌에는 녹색 이끼와 같은 것이 끼어있다는 것이다.

바이칼호는 한랭지이며 수량이 거대하기 때문에 수온이 오르기 어려워 해초 등 번식을 억제해 왔다. 호수 깊은 곳까지 산소가 들어와 심층에서도 생물이 서식할 수 있어 고유종이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부영양화가 계속될 경우 전 세계에서 유일한 담수 바다표범을 정점으로 한 ‘러시아의 갈라파고스’로 불리는 귀중한 생태계에 타격을 줄 것은 분명하다.

호수로 유입되는 강에서는 몽골이 발전용 댐 건설계획을 밝히는 등의 개발 구상도 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가뭄이 극심해 세계 최대 호수를 가졌으면서도 알혼섬 등은 식수난에 허덕이고 있다. 바이칼의 수면도 6㎝가량 낮아져 생태계 교란이 우려된다.

또 경제난 극복을 이유로 러시아가 발목 허가를 남발하고 있어 시베리아 침엽수림이 황폐화되고 있다. 바이칼 주변 스텝지역의 사막화가 빨라지는 이유 중 하나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그라체프 러시아 육수학연구소(이르쿠츠크) 소장은 “러시아정부의 부영양화 대책은 불충분하다”면서 “인을 포함한 세제 등을 규제하는 조례를 제정하는 등 근본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이칼 알혼섬=박정욱기자 jwpark@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