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의 '그림생각' (107) 노트르담 드 파리
2015년 03월 19일(목) 00:00
신의 섭리인가, 장엄한 빛의 향연

‘장미의 창’

좋은 곳을 여행하고 왔거나, 감동의 여운이 짙은 공연을 감상하고 나면 한동안 그 감흥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며칠이고 되새기게 되는 그 감동은 때로 고달픈 나날을 견뎌내는 영혼의 비상식량이 되기도 한다.

지난 주말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을 다녀와서 새삼 빅토르 위고의 원작을 뒤적여보기도 하고 OST를 반복해 들으면서 시간의 검증을 통과한 고전의 위대함을 절감해본다. 15세기 노트르담 대성당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거대한 서사인 이 뮤지컬은 특히 한 여인을 둘러싼 종지기 꼽추 콰지모도와 신부 프롤로 주교, 근위대장 페뷔스의 헌신과 욕망, 집착이 어우러진 삼색의 숙명적인 사랑을 통해 오늘, 우리에게도 사랑의 의미를 진지하게 묻고 있는 듯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빅토르 위고의 문학 덕분인지 파리를 여행하면 꼭 들러보는 곳. 하늘 끝에 닿고 싶은 인간의 의지가 높은 첨탑을 세웠고, 고딕 건축 양식 구조상 거대한 창을 달 수 있게 되자 아름답고 정교한 스테인드글라스가 등장하게 된다. ‘장미의 창’이라 불리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아름답고 정교하기로 유명하다. 장미의 창은 꽃잎들이 하나씩 펼쳐진 다음 한 가운데의 암술이 태양을 향하는 구조로 이는 사랑, 지혜 탐구의 단계를 넘어 신의 신비에 대한 명상의 단계로 나아감을 상징한다고 한다.

오래 전 노트르담 성당을 들렀을 때가 생각난다. 엄청난 규모의 성당 안에서 나 자신이 얼마나 사소하고 하찮게 느껴졌던지. 색색의 유리를 통과하는 장엄한 빛 속에서 전율했다. 신이 존재한다면 그곳은 바로 여기라는 생각이 들만치. 뮤지컬에서 ‘무지개처럼 치마를 휘날리며’ 춤추던 이방인 에스메랄다가 성당에 들어서면서 ‘아베마리아’를 부르며 처음으로 기도했던 경건한 그 마음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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