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선 환자가 관절도 신경써야 하는 까닭
2015년 01월 22일(목) 00:00
이 승 철
전남대병원 피부과 교수
지금과 같이 한 해가 시작되는 연초에 더욱 괴로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건선 환자들이다. 춥고 건조한 겨울 날씨에 피부 속 수분이 줄어들어 질환이 쉽게 악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건선은 우리 몸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면역 세포가 피부를 공격해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자가면역질환이다. 상처가 없는 피부에 염증과 딱지가 생기고, 은백색의 각질로 덮여 있는 붉은색 발진이 전신에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현재까지는 완치가 어려워 평생 증상을 관리하며 치료해야 하는데, 병변이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피부에 나타나는 특성 때문에 많은 건선 환자들이 전염성 피부병 환자로 오해 받고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안타까운 경우가 빈번하다.

건선 환자들은 잦은 재발로 인한 신체적인 고통 뿐만 아니라 낮은 질환 인지도에서 오는 사회적 편견으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도 심하다. 이처럼 삶의 질이 떨어지다 보니 많은 건선 환자들이 도중에 지쳐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건선을 방치하게 되면 당뇨, 고혈압 등과 같은 질환이 생길 수 있는 위험이 높아지며, 동반 질환으로 건선성 관절염이 나타나기도 한다. 건선성 관절염은 건선 환자에게 발생하는 염증성 관절염으로 특히 건선을 오래 앓은 환자에게서 발병 위험이 높다.

하지만 건선 환자들의 상당수가 건선성 관절염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고 병을 진단받는 데 수년이 걸릴 수 있다. 관절은 한 번 손상되면 원상복구가 힘들기 때문에 변형이 시작되기 전부터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건선 환자들은 평소 건선성 관절염이 어떤 질환인지 잘 알아두고 본인의 관절 건강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건선과 마찬가지로 건선성 관절염도 피부과에서 진단하고 치료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관절 통증과 같은 작은 신호가 나타나면 이를 가벼이 넘기지 말고 전문의에게 본인의 증상을 잘 설명해야 한다. 특히 아침에 일어났을 때 관절이 뻣뻣하고 움직이기 힘든 조조강직 증상이 나타나고, 별다른 이유 없이 손가락과 발가락의 관절이 퉁퉁 붓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하루빨리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건선성 관절염 환자는 기본적으로 약물 치료를 받으면서 운동과 식습관 등의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질환을 관리한다. 약물 치료의 경우 환자의 상태에 따라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나 항류마티스 제제, 생물학적 제제 등을 사용한다.

과거에는 증상이 심한 건선성 관절염 환자들에게만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했는데, 최근에는 관절의 변형을 막기 위해 질환 초기부터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또한 건선성 관절염 환자들은 이미 건선이 중증으로 진행된 경우가 많아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비용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에 최근 환자들의 고통을 반영해 건선성 관절염이 희귀 난치질환 산정특례에 포함되었다. 건강보험공단에 신청하는 간단한 절차만 거치면 환자의 본인 부담 치료비용이 10%로 감소해 치료 환경이 더욱 개선되었다.

건선과 건선성 관절염은 단기간의 치료로 완치되는 질환은 아니지만 의지를 가지고 꾸준히 질환을 관리한다면 충분히 일상생활이 가능한 질환이다. 과학의 발달로 환자의 상태에 맞는 다양한 치료법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고, 건선과 건선성 관절염의 완치를 위한 의학계의 연구도 국내외에서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더 이상 완치가 먼 목표만은 아닌 것이다. 따라서 환자들도 본인의 질환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정기적으로 치료하고 관리할 때 치료 효과 역시 극대화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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