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수도 광주와 주인집에 얹혀사는 하숙생 청년들
2014년 12월 30일(화) 00:00
정 두 용
청년문화허브 무한 대표
10년 정도 광주에서 문화기획자로 활동해 오며 생긴 질문 하나가 있다. “문화중심도시 광주에서 청년들은 주인으로서 살고 있나?”

도시를 집으로 비유하자면, 집 주인은 말할 것도 없이 시민이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적어도 광주, 그리고 청년에 한정지어 말하자면 “전혀 아니다”라는 것이 광주 청년들의 대답이다. 주변 청년들의 말을 종합해서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우리는 기껏해야 주인집에 얹혀사는 하숙생인 것 같다.”

광주에서 펼쳐지는 수많은 문화 프로젝트에서 청년을 바라보는 시선은 딱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사업이 성공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집객대상. 둘째, 자원봉사자 (라고 불리는 무임금 혹은 저임금 일용인력). 셋째, (임시직이나 기간제 근로자인) 보조인력.

이런 부분들이 종종 마음에 걸렸고, 뭔가 이상했다. 청년들은 여러 문화 프로젝트의 주인공으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사업의 객체나 이용 대상에 그치고 마는 것이 지금 문화중심도시 광주 청년의 현실이다. 청년들은 자원봉사자나 보조인력으로 일하다 사업기간 동안만 활동하다 말 그대로 토사구팽 된다. 그것이 의도되었든, 아니든 청년들은 문화 소모품이 되고 만다.

여러 문화기관에서 일하며 나는 그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피해자가 되기도 했다. 대체 누구를 위한 문화중심도시인지, 그리고 시민들이 주체가 되지 못하는 문화 사업들로 정말 광주가 문화도시가 될 수 있는 것인지…

어떻게 하면 이런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우선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는 청년들이 연계하고 모여 본인들의 필요와 열망을 표현할 수 있는 채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항상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관 주도의 탑다운 방식 문화 사업에서 벗어나 청년들 스스로, 지속적으로 하고 싶은 문화기획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결론적으로 광주에서 청년들이 주인공으로 활동할 수 있는 청년들의 문화 생태계가 조성되는 것이 절실하다고 느꼈다. 이를 위해 ‘청년문화허브 무한’을 2013년 2월 설립하게 되었다.

청년문화허브 무한은 이런 꿈을 함께하는 청년들이 모여, 하고 싶은 문화기획을 일 년 내내 마음껏 할 수 있는 청년들의 문화놀이터이자 문화기획학교이다. 20대 청년들 누구라도 자유롭게 참여하여 문화예술을 함께 즐길 뿐만 아니라, 직접 문화기획자가 되어 본인이 상상하는 어떤 일이라도 바로 실행해 볼 수 있는 프로젝트 기반의 문화기획 단체이다.

현재 무한의 주요 프로젝트는 매주 목요일 저녁 정기적으로 모여 다양한 문화예술을 함께 즐기고 이야기 나누는 ‘유유자적 문화살롱’, 청년들이 실천적인 문화기획을 배우고 실제로 실행하는 ‘청년문화기획학교’, 광주에 가볼 만한 곳이 어디야? 라고 흔히 묻는 타지 사람들의 질문에 무등산과 충장로 말고는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는 궁색함에 시작하게 된 ‘구석구석 광주여행’ 등이 있다.

앞으로 무한은 그 설립취지에 맞게 단순히 하나의 청년문화단체로서 활동하기보다는 말 그대로 청년문화의 ‘허브’로서 청년문화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을 비전으로 하고 있다.

작년부터 설립되기 시작한 청년단체들은 현재 각자 산발적으로 활동들을 이어가고 있는데, 각자의 고유성을 유지하면서도 하나의 유기체가 되어 통합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준비하고 있다.

무한은 20대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해 참관하고 가입할 수 있으며, 문화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언제든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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