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의 '그림생각' (45) 정글 만리
2013년 09월 26일(목) 00:00
되돌아갈 수 없는 사진 속 시절의 그리움

장 샤오강의 ‘대가족 No 12’

조정래의 장편소설 ‘정글 만리’가 5주째 베스트셀러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 작가의 열렬한 독자이기에 황금 같은 연휴 기간에 ‘정글 만리’ 3권을 내리 읽었다. 중국 인구 14억, 중국 스스로의 예상을 40년이나 앞당겨 이룩한 G2,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탈바꿈하면서 ‘대국굴기(大國掘起)’로서의 본심을 감추지 않은 중국의 저력에 새삼 오싹했다.

중국의 급부상은 미술계에서도 뜨겁다. 중국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장 샤오강(1958∼ )은 독특한 작품 세계와 최고의 그림 값으로 세계미술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다. 장 샤오강의 ‘대가족 No 12’는 낡은 흑백사진과 같은 느낌으로 멍한 시선에서 불안감과 암울함 그리고 황량한 분위기를 준다. 이와 비슷한 구도의 ‘혈연-대가족’ 시리즈는 1990년대 중국의 사회적 경제적 구조 변화와 함께 전통과 근대, 시간과 속도의 충돌 등 격동의 시대를 겪어낸 중국인과 중국사회의 자화상으로 해석되면서 강한 여운을 남긴다.

“어느 날 어머니의 젊은 시절 사진을 보고 그 청초한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사진을 통해 기억의 흔적을 재현한 작가의 작품들은 누구에게나 기억 속 빛바랜 사진 한 장을 떠올리게 한다. 끊어질 수 없는 것이 혈연이지만 빠르게 변해가는 시절 속에서 가족은 때로 해체되기도 했을 것이다. 되돌아갈 수 없는 사진 속 시절의 그리움을 담은 서정적 이미지는 비슷한 시절을 겪은 우리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세계미술시장에서 자국 화가들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미술품을 사들이는 중국 화상들을 보면 중국은 미술계에서도 세계의 일원이기 보다는 다시 세계의 중심이 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장 샤오강이 그런 흐름 속에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세계미술시장에서 높아지고 있는 중국현대 미술의 위상을 보여주는 작가임은 분명하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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