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5/◆ 김민환 테마칼럼
2013년 06월 14일(금) 00:00
SNS시대, 우리(We)와 그들(They)
커뮤니케이션의 역사로 보면 지금은 SNS(social networking service)시대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페이스북(facebook)이나 트위터(twitter) 등으로 연결된 사회적 망(網) 안에서 살고 있다.

가족 구성원은 집에 머물지만 집이 아니라 SNS의 망에 갇혀 산다. 가족 간의 대화는 접고 SNS의 그물망에서 마음에 맞는 사람끼리 대화한다. 현대인은 그 망 안에서 정보나 지식은 물론 재미까지 얻는다.

흔히 SNS라고 하면 ‘마이스페이스’(MySpace)를 연상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1999년에 ‘아이러브스쿨’이 등장해 인기를 끌었다. 같은 해에 등장한 싸이월드도 급속도로 대중 속으로 파고들어, 온 국민을 이른바 싸이질 열풍에 빠져들게 했다. SNS에 관한 한 우리는 그야말로 세계적으로 선구적임을 자랑할 만하다.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국내에서 자리 잡은 뒤, 이 두 서비스 망은 SNS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1년 말 현재 536만 명이 페이스북을, 544만 명이 트위터를 이용하고 있다. 여기에 싸이월드나 카카오톡, 미투데이까지 포함시킨다면 우리 국민 대다수가 SNS의 촘촘한 그물에 얽혀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SNS시대의 커뮤니케이션은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사회적 위상을 바꾸어 놓았다. 신문이나 방송 등 전통적인 커뮤니케이션 매체가 지배하던 시대에 사람들은 수동적인 소비자나 수용자였다. 그러나 SNS시대에 사람들은 더 이상 수동적이지 않다. SNS는 사람들을 미디어 수용자에서 미디어 사용자로 격상시켰다.

SNS 이용행태에서 두드러진 것이 유유상종(類類相從) 현상이다. 끼리끼리 노는 정도는 현실세계의 수준을 뛰어넘는다. 생각이 같거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의견에 쉽게 동조(follow)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외면(unfollow)하고 만다. 가족이나 학교, 회사 같은 곳에서는 어쩔 수 없어 생각이 다른 사람과도 어울리지만 SNS세상에서는 그렇게 복잡하게 살 생각이 없다.

생각이 같으면 끼리끼리 키득거리고 좋아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외면하고 돌아선다. 그쯤에서 그쳐도 좋을 텐데, 때로는 비아냥거리는가 하면 심한 경우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퍼붓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 ‘우리’(we)와 ‘그들’(they)이다. 생각이 같으면 ‘우리’가 되지만 생각이 다르면 ‘그들’로 편이 갈린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이 ‘다른’ 것이 아니라 ‘틀렸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 단계에서는 게임의 원리가 작동한다.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는 이견수용성(異見受容性)은 낮아지고 ‘우리’만이 옳다는 의견의 양극화가 가중된다. ‘우리’끼리 뭉쳐 ‘그들’을 공격한다. 어떤 사안의 전모가 종합적으로 밝혀진 뒤에도, SNS의 ‘우리’는 ‘우리’에 충성하며 기존의 태도를 고집하는 ‘확신편향’을 유지하곤 한다.

SNS 망에서 나타나는 정보 이용의 편식성은 곧 공론장의 파편화를 초래한다. 공론장은 찢기고 갈린 사람들의 이전투구 싸움판이 되고 만다. ‘우리’와 ‘그들’이 대결하는 그 싸움터에서는 숙고(熟考)나 사려(思慮)가 뒷전으로 밀린다. 깊이 있는 철학이 아니라 경망하고 천박한 말로 한 방을 날린다.

SNS세계의 그런 역기능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좋은 대중매체가 필요하다. 엄정하고도 체계적인 선별 과정(gate-keeping process)을 거쳐 객관적이고, 공정하고 균형 잡힌 뉴스나 논설을 내보내는 좋은 신문이나 방송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SNS라는 난장(亂場)이 공론장(公論場)으로 진화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 우리 대중매체는 SNS시대의 역기능을 해소하기 보다는 SNS에 편승하여 ‘우리’와 ‘그들’을 확대 재생산하고, 나아가 의견 양극화를 극단적으로 부추겨 사회통합을 깨트리기 일쑤다. 광주의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 특수부대가 투입되었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여과 없이 방송한 종편의 행태가 그 좋은 예다.

주류신문은 지난 총선 국면에서 ‘나꼼수’의 김용민을 막말꾼으로 몰아붙였는데, 그 김용민도 이번의 종편처럼 무지막지한 막말을 한 적이 없다. 더구나 한 종편 관계자는 방송통신위원회에 나가 북한군이 광주에 투입되지 않았다는 근거가 있느냐고 반문했다는데, 그 수준이라면 방통위는 그 작자의 정신감정부터 먼저 해봐야 할 것 같다.

사이버공간이나 온라인 공론장이 등장함으로써 민주주의가 획기적으로 진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우리는 SNS의 직접민주주의를 통해 대의제로 대표되는 간접민주주의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민주주의의 진전을 위해 제도권의 대중매체는 ‘우리’의 편협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와 ‘그들’이 화해하는 사회통합의 장에 대중매체가 있어야 한다.

<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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