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희망을 논하자
2013년 02월 27일(수) 00:00
김 윤 하
전남대병원 홍보실장·교수
기다리지 않아도 어쩔 수 없어 유난히도 추웠던 겨울이 가고 따뜻한 봄바람이 개나리를 피우고 있다. 노오란 꽃망울이 힘들었던 나날을 용케 견디어내고 희망의 기지개를 켠다. 그래서 이 지역을 기반으로 했던 정당 심볼이 노란색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봄은 사랑의 계절이라 했던가. 처녀의 치맛자락에 온기를 불어 넣고 얼어붙었던 개울가, 둘레길, 산골 그루터기와 저 넓은 평야에도 생기가 넘치게 될 것이다. 풍요로운 땅 호남. 하지만 요즈음 좀처럼 흥이 나지 않는 모양이다.

광주일보는 작년 창립 60주년 기념행사를 치른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당당하고 중추적인 언론매체이다. 요즈음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 매체 발달이 급진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신문은 오랜 기간 동안 익숙한 인쇄된 형태로 신뢰성을 갖고 특징적 표제가 있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특히 광주일보가 지역에서 차지하고 있는 중요성에 대해서는 논의할 가치도 없을 것이다. 전남대병원 홍보실에는 중앙지·지방지 등 하루에 20여 개가 넘는 신문이 배달되어 온다. 그 중 광주일보는 쉽게 찾을 수 있어 먼저 읽어보는 편이다. 정치·경제·사회·문화·체육 등 모든 면의 큰 제목을 읽으면서 그날의 논조를 감지한다. 특히 교육과 건강·의료 등 기획면에서는 우리 병원과 관련된 기사를 찾고, 긍정적 내용인지 부정적 내용인지를 검토하고 분석한다.

신문의 보도기능 중 사회 구성원의 상당수가 특정 화제에 대한 의견·태도·신념 등 총체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일이다. 어떤 사실에 대해 잘못된 점을 지적하며 부정적으로 말하거나, 좋고 훌륭한 점을 높이 평가하여 긍정적으로 표현하거나, 또는 앞일에 대해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만들 수 있다.

요즈음 대부분 언론이 칭찬과 비판기사를 적절히 배분하며 제작하고 있다. 하지만 유독 비판에만 집중하는 신문이 있다. 정부 정책, 사회·경제적 상황, 대북 상황 등 무엇이 그리 불만인지 모르겠다. 물론 한 때 암울한 군사정권시절에는 힘없는 민주시민의 울분을 대신 풀어주는 것 같아 열심히 응원하고 애독했었지만 비판이 전부는 아닌 것 같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이 있다. 남이 잘되는 것을 시기하거나 질투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제는 아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박수를 쳐줘야 한다. 사촌 아니 친구, 형과 동생이 잘 돼야 하다 못 해 쌀 한 가마니라도 나눠먹을 수가 있다. 사회생활 하면서 매일 남을 비방 하고 자기 혼자 옳다고 우기는 ‘만년야당’의 부정적인 사람은 죽을 때 까지 배만 아플 것이다. 불만과 부정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답이다.

일찍이 맹자는 ‘인간의 타고난 본성은 선하지만 나쁜 환경이나 그릇된 욕망 때문에 악하게 된다’고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했지만, 순자는 ‘인간의 타고난 본성을 악으로 보고, 도덕적 수양은 교육을 통한 후천적 습득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성악설(性惡說)을 제시했다. 어느 이론이 올바른 지는 독자의 선택에 맡기지만 요즈음 같이 흉폭한 사건들이 많아지는 것은 후자가 옳은 것을 대변하는 것 같다. 모든 언론을 동원한 적극적인 인성교육과 명확한 법질서 확립에 의한 준법정신 각인, 사회구성원 모든 분들이 올바른 생각과 행동의 기본을 보이며 가르침과 일깨움을 쉬지 않고 계속해야 한다.

호남의 특징을 ‘풍전세류’(風前細柳)라 평하기도 한다. 바람 앞에 흔들리는 버드나무처럼 사람들이 부드럽고 멋스러우며 풍류를 즐길 줄 안다는 뜻으로 정감 있고 다정한 착한 이웃들을 일컫는다. 하지만 정치적 불순한 이용으로 기회주의적이며 비겁한 사람들이라는 지역폄하적인 의미로도 쓰이게 된다. 그러나 세태의 흐름에 몸을 굽히지 않고 당당하게 분노할 줄 알며, 자기주장이 뚜렷한 반면 어떤 사안에 부딪히면 단결하고 강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호남인이다. 광주민주화운동이 이를 증명했고 지난날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책임졌던 긍지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풍성했던 금남로와 충장로는 깊은 경제적 고충으로 한숨소리에 파묻힌 지 오래고, 정치적으로 비약을 꿈꿨던 정객들의 희망은 훨훨 날아갔다. 대통합의 기치를 표방한 새로운 정부는 좋은 땅을 산 이웃이다. 이웃과 친구가 되어 같이 강건하고 풍요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해야 한다. 긍정적이고 밝고 고운 뉴스가 앞으로 지면을 가득 채웠으면 한다. 하지만 부정에 대해서는 엄격하고 서릿발 같은 비판을 해야 한다. 잘되는 호남을 위해 광주일보에 칭찬과 희망찬 소식이 넘쳐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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