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겨울바다 멋 보고 … 바다별미 맛 보고
2013년 01월 24일(목) 00:00 가가
환상의 해안도로 석양과 커피한잔
‘우리삶옥당 박물관’에서 역사여행
겨울바람 살랑 법성포서 굴비 포식
‘우리삶옥당 박물관’에서 역사여행
겨울바람 살랑 법성포서 굴비 포식
칠산바다에 대한 기억은 ‘성난 바다’였다. 지난 2007년 3월, 칠산바다의 너울이 영광 법성포를 덮쳤다. 너울이 휩쓸고 간 현장을 지켜보았던 마음은 참혹했지만 칠산바다는 금세 본래의 절경을 되찾았다. 소문난 백수해안도로를 감싸고 있는 바다, 그 바다가 칠산바다다.
백수 해안도로는 영광 백수읍 백암리에서 모래미 해변까지 이어지는 약 10㎞의 도로다. 바다를 내려다보고 구불구불 산 중턱을 달리는 길, 이미 전국에 소문난 해안도로다.
느긋하게 달려본 적이 없는 칠산바다의 길을 달려보기로 했다. 하필 날이 흐리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그날처럼. 하지만 철썩이는 파도는 예전의 기세가 아니다. 길 위에서 내려다 본 바다는 여느 바다와 다름이 없다.
백수 해안도로 곳곳에는 숨겨진 관람 포인트가 있다. 속도를 내 달리는 드라이브의 재미도 있지만 중간 중간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해안도로에 접어들면 ‘마파도 촬영지 동백마을’이라는 표지석이 눈길을 끈다. 마을로 내려가는 가파른 길 좁은 입구에는 차량진입금지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잠시 차를 세우고 길을 걸어 내려가 본다. 폐가가 서있는 마을은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다. 바다를 마주한 펜션의 독특한 외관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사실 영화 ‘마파도’를 보지 않은 터. 이내 발길을 옮겼다.
조금 더 달린 뒤 백암 해안전망대에서 첫 숨을 골라보는 것도 괜찮다. 칠산바다를 보고 서있는 노을정.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레스토랑이 있어 차들이 끊임없이 오고 간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바다와 나란히 이어 나있는 산책길을 걷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노을정에서 바닷바람을 맞은 뒤 다시 차에 올라 길을 달린다. 왼쪽으로 기와지붕이 보인다. 바다와 어울려 평온해보이는 이곳은 사실 정유재란 열부순절지로 역사의 아픔이 담겨있는 곳이다. 함평 월야면 월악리에 살던 동래 정씨·진주 정씨 두 문중의 아홉 부인이 정유재란 때에 영광 묵방포까지 피신했다가 왜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칠산바다에 몸을 던졌다. 숙종 7년에 이들을 기리기 위해 세운 순절비(전남도 기념물 제23호)다.
역사를 뒤로하고 다시 길을 떠난다. 이번에는 커다란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오른쪽에 있는 건물은 영광 해수온천랜드. 칠산바다를 보면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이 났다. 맞은 편에는 노을전시관이 있다. 바다는 해와 잘 어울린다. 아침에 봉긋 솟아오른 해보다는 빨갛게 부서지는 저녁의 해가 더욱 가슴을 울린다.
석양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한 전시장은 실내외에서 석양을 만끽 할 수 있다. 바다를 향하고 있는 산책로에서 자연 그대로를 만날 수 있고, 전시장 안 조망대에서 석양을 감상할 수 있다.
노을의 다양한 매력이 담긴 사진들이 빼곡히 채워진 전시관과 노을을 만들어내는 빛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노을과학관도 준비되어 있다. 석양과 함께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커피숍도 있다. 매주 월요일 휴관(월요일이 휴일인 경우 다음날 휴관)이다.
다음에 기다리는 코스는 365계단이다. 바다를 향해 끝없이 이어진 계단에 잠시 심호흡을 해본다. 그리고 하나, 둘 숫자를 세어가며 걸어본다. 숨을 고르느라 숲과 바다가 만들어내는 풍경을 감상하느라 잠시 숫자 세기를 멈추기도 했지만 대충 365가 맞는 것 같다. 360여 개의 가파른 계단을 내려 가다보면 바다가 성큼 눈에 들어온다. 데크 끝에서 잠시 상념에 잠긴 뒤 다시 계단을 거슬러 올라간다.
다음 코스는 역사로의 여행. 영광은 고인돌 유적과 고대 문화 흔적이 발견되는 유서 깊은 고장으로 백제 최초로 불교가 전파된 곳이기도 하다. 원불교의 고향도 영광이다. ‘우리삶옥당 박물관’에서 역사를 만난다.
폐교를 꾸며 박물관으로 만든 박물관의 너른 마당이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선사시대부터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토기와 석기 등이 시대별로 아기자기 전시되어 있다. 한국의 화폐, 공옥진 선생 등 영광의 빛낸 얼굴들도 볼 수 있다. QR코드를 찍으면 모바일로 역사 공부를 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 휴관이며 오후 5시 문을 닫는다.
슬슬 배가 고파진다. 법성포로 향할 시간이다. 영광하면 법성포, 법성포 하면 굴비다. 푸짐한 굴비정식을 그리며 길을 달린다. 배는 고프지만 발길을 잡는 풍경이 있다. 고운 속살을 드러낸 모래미 해수욕장이 손짓을 한다.
끼룩끼룩 갈매기들이 점령했던 바닷가에서 잠시 불청객이 되어본다. 사각사각 모래를 밟으며 해를 기다려봤지만 이날 칠산바다는 끝내 석양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즐비하게 매달린 굴비가 겨울바람따라 살랑살랑 움직이는 곳. 다른 설명이 없어도 굴비의 고장이다. 오랜만에 찾은 이곳, 성난바다가 남긴 상처는 찾아보기 힘들다. 시간이 벌써 그렇게 지났다. 굴비정식으로 배를 채우고 겨울 드라이브를 끝낸다. 그냥 돌아서기 서운했던 손에는 영광 모시송편이 들려있었다.
/글·사진=김여울기자 wool@kwangju.co.kr
느긋하게 달려본 적이 없는 칠산바다의 길을 달려보기로 했다. 하필 날이 흐리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그날처럼. 하지만 철썩이는 파도는 예전의 기세가 아니다. 길 위에서 내려다 본 바다는 여느 바다와 다름이 없다.
백수 해안도로 곳곳에는 숨겨진 관람 포인트가 있다. 속도를 내 달리는 드라이브의 재미도 있지만 중간 중간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조금 더 달린 뒤 백암 해안전망대에서 첫 숨을 골라보는 것도 괜찮다. 칠산바다를 보고 서있는 노을정.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레스토랑이 있어 차들이 끊임없이 오고 간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바다와 나란히 이어 나있는 산책길을 걷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노을정에서 바닷바람을 맞은 뒤 다시 차에 올라 길을 달린다. 왼쪽으로 기와지붕이 보인다. 바다와 어울려 평온해보이는 이곳은 사실 정유재란 열부순절지로 역사의 아픔이 담겨있는 곳이다. 함평 월야면 월악리에 살던 동래 정씨·진주 정씨 두 문중의 아홉 부인이 정유재란 때에 영광 묵방포까지 피신했다가 왜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칠산바다에 몸을 던졌다. 숙종 7년에 이들을 기리기 위해 세운 순절비(전남도 기념물 제23호)다.
역사를 뒤로하고 다시 길을 떠난다. 이번에는 커다란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오른쪽에 있는 건물은 영광 해수온천랜드. 칠산바다를 보면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이 났다. 맞은 편에는 노을전시관이 있다. 바다는 해와 잘 어울린다. 아침에 봉긋 솟아오른 해보다는 빨갛게 부서지는 저녁의 해가 더욱 가슴을 울린다.
석양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한 전시장은 실내외에서 석양을 만끽 할 수 있다. 바다를 향하고 있는 산책로에서 자연 그대로를 만날 수 있고, 전시장 안 조망대에서 석양을 감상할 수 있다.
노을의 다양한 매력이 담긴 사진들이 빼곡히 채워진 전시관과 노을을 만들어내는 빛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노을과학관도 준비되어 있다. 석양과 함께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커피숍도 있다. 매주 월요일 휴관(월요일이 휴일인 경우 다음날 휴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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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기다리는 코스는 365계단이다. 바다를 향해 끝없이 이어진 계단에 잠시 심호흡을 해본다. 그리고 하나, 둘 숫자를 세어가며 걸어본다. 숨을 고르느라 숲과 바다가 만들어내는 풍경을 감상하느라 잠시 숫자 세기를 멈추기도 했지만 대충 365가 맞는 것 같다. 360여 개의 가파른 계단을 내려 가다보면 바다가 성큼 눈에 들어온다. 데크 끝에서 잠시 상념에 잠긴 뒤 다시 계단을 거슬러 올라간다.
다음 코스는 역사로의 여행. 영광은 고인돌 유적과 고대 문화 흔적이 발견되는 유서 깊은 고장으로 백제 최초로 불교가 전파된 곳이기도 하다. 원불교의 고향도 영광이다. ‘우리삶옥당 박물관’에서 역사를 만난다.
폐교를 꾸며 박물관으로 만든 박물관의 너른 마당이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선사시대부터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토기와 석기 등이 시대별로 아기자기 전시되어 있다. 한국의 화폐, 공옥진 선생 등 영광의 빛낸 얼굴들도 볼 수 있다. QR코드를 찍으면 모바일로 역사 공부를 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 휴관이며 오후 5시 문을 닫는다.
슬슬 배가 고파진다. 법성포로 향할 시간이다. 영광하면 법성포, 법성포 하면 굴비다. 푸짐한 굴비정식을 그리며 길을 달린다. 배는 고프지만 발길을 잡는 풍경이 있다. 고운 속살을 드러낸 모래미 해수욕장이 손짓을 한다.
끼룩끼룩 갈매기들이 점령했던 바닷가에서 잠시 불청객이 되어본다. 사각사각 모래를 밟으며 해를 기다려봤지만 이날 칠산바다는 끝내 석양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즐비하게 매달린 굴비가 겨울바람따라 살랑살랑 움직이는 곳. 다른 설명이 없어도 굴비의 고장이다. 오랜만에 찾은 이곳, 성난바다가 남긴 상처는 찾아보기 힘들다. 시간이 벌써 그렇게 지났다. 굴비정식으로 배를 채우고 겨울 드라이브를 끝낸다. 그냥 돌아서기 서운했던 손에는 영광 모시송편이 들려있었다.
/글·사진=김여울기자 wool@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