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의 '그림생각' (6) 부모의 마음
2012년 10월 18일(목) 00:00 가가
삶 힘들어도 자녀의 공부하는 모습 대견스러워
올해 수학능력시험이 이십 일 앞으로 다가왔다. 가정에 수험생이 있든 없든 이즈음이면 우리 모두가 직간접적으로 한껏 예민해진다. 행여 수능시험에 방해가 될까 출근시간을 조정하거나 소음을 예방하기 위해 항공기 운항을 통제하는 것 등이 그 예다.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명문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꿈인 경우가 많다. 그 꿈은, 실은 아이들의 꿈이 아니라 부모들의 꿈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 한다”고 했던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라캉(Jacques Lacan)의 말대로 우리의 자녀들은 부모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이다.
학력이 존재를 규정하는 이 시대의 욕망이 만든 감옥에 너나 할 것 없이 갇혀있는 것이다. 하지만 ‘욕망’이라 책망 받을지언정 부모의 ‘자식 잘되길 바라는 마음’은 동서고금을 두고 지속되는 한결같은 발원이다.
한국미술사에서 조선 시대 전체를 대표할만한 최고의 화가로 손꼽히는 단원(檀園) 김홍도(1745∼1806?)의 작품 가운데 요즘 우리의 심경을 보여 주는 작품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단원풍속화첩’ 속 스물다섯 점 가운데 하나인 ‘자리 짜기’가 그것이다. 일 하는 부모 뒤에서 글공부하는 아들의 모습은 그림에서일망정 대견스럽다.
어머니는 물레로 실을 뽑고 있고 사방관(四方冠)을 쓴 아버지는 자리를 짜고 있다. ‘자리짜기’ 속 아버지는 경제적 능력을 갖추지 못한 양반으로 보여 진다. 가난한 살림에 가문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아들이 공부하여 입신양명하는 길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네 부모들도 그랬던 것 같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단원도 육순을 넘긴 나이에 늦둥이 아들의 훈장선생에게 보낼 월사금을 마련하지 못해 전전긍긍하였다고 한다. 시공을 초월한 한국부모들의 유별난 교육열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광주비엔날레전시부장·미술사박사〉
학력이 존재를 규정하는 이 시대의 욕망이 만든 감옥에 너나 할 것 없이 갇혀있는 것이다. 하지만 ‘욕망’이라 책망 받을지언정 부모의 ‘자식 잘되길 바라는 마음’은 동서고금을 두고 지속되는 한결같은 발원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단원풍속화첩’ 속 스물다섯 점 가운데 하나인 ‘자리 짜기’가 그것이다. 일 하는 부모 뒤에서 글공부하는 아들의 모습은 그림에서일망정 대견스럽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단원도 육순을 넘긴 나이에 늦둥이 아들의 훈장선생에게 보낼 월사금을 마련하지 못해 전전긍긍하였다고 한다. 시공을 초월한 한국부모들의 유별난 교육열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광주비엔날레전시부장·미술사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