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물감 풀어놓았나 … 눈부셔라 여름 수채화
2011년 09월 05일(월) 00:00
<33>청산도 슬로길(2) 권덕리~도청리 뒷등길
범바위·돌담길·다랭이논 … 길 따라 절경 파노라마
원시림·풍습 그대로 끝없이 이어지는 자연의 선물

청산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범 바위로 오르는 길에는 매일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최현배기자 choi@kwangju.co.kr

청산의 여름은 이름 만큼이나 푸르다. 푸른 숲과 바다 모두가 푸름으로 가득하고,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 속해 자연경관 또한 수려하다. 그래서 여행객들은 이곳에서 느림의 위로와 함께 푸름의 향연을 맘껏 즐길 수 있다.

슬로길 5 코스는 권덕리 마을에서 범 바위길로 접어드는 오르막 길이다. 청산도 경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하이라이트 길이기도 하다. 오르막 길이긴 하지만, 해안 절벽을 따라 길이 이어져 있어 경치를 보는 재미에 힘든 줄 모른다.

정상에 범의 머리 모양을 닮아 특이하게 솟아있는 범 바위에 오르면 청산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도 있다. 슬로 길의 정상인 셈이다. 운해 사이로 여러 섬들이 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여서도는 물론 거문도와 제주도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 범 바위로 아래로 깎아내린 듯한 기암절벽의 곡선도 눈을 사로잡는다. 전망대에는 빨간 우체통이 있다. 1년 뒤 배달되는 ‘느림 우체통’이다. 엽서를 이곳에서 쓰면 1년 뒤 배달된다. 이곳은 나침반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는 인근에 자석 성분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범 바위를 내려와 주차장에서 길은 공룡알 해변으로 이어진다. 범 바위에서 청계리까지 이어지는 용길은 길이 난 모양이 용처럼 꿈틀거린다고 해서 용길이라고 부른다. 길을 따라 두 눈 가득 해안 절경의 파노라마를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공룡알 해변부터 매봉산 등산로 입구, 청계리까지 이어지는 길은 긴 임도가 이어지기 때문에 지루하다. 그래서 범 바위 주차장에서 걷기를 끝내거나 보적산을 올라 청계리로 하산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6 코스는 구들장 논과 다랭이 펼쳐진 논길을 따라 걷는 길로, 청산도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농토와 물이 부족했던 척박한 섬의 땅을 논으로 일군 섬 주민들의 애환과 열정을 동시에 엿볼 수 있다. 특히 다랭이 길은 청산도 곡창지대로 불리는 너른 들판을 지나는 길로, 경사진 산비탈을 개간해 층층이 만들어진 다랭이 논의 멋진 풍경도 감상할 수 있다. 길이는 5.115km 밖에 안되지만, 구들장 논 체험장과 폐교에 마련된 슬로푸드 체험관에서 체험도 할 수 있다. 슬로푸드 체험관은 예약제로 이용할 수 있다.

논길에서 벗어나오면 일반 도로가 나오고 원동리 마을로 접어든다. 원동리 마을회관을 지나면 상서리 마을에 발길이 닿는다. 지방등록문화재 제279호인 돌담길로 유명한 마을이다. 시골마을의 아름다움과 정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기도 이다. 해발 384m인 매봉산 아래에 터를 잡고 있은 이곳 마을에는 30가구의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다. 섬 지방의 전형적인 구조인 흙을 쓰지 않고 돌로만 쌓은 담이 마을 길을 따라 구불구불한 미로처럼 이어져 있다. 층층이 쌓아올린 돌담 길은 모두 비슷한 높이로 지역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크고 작은 자연석으로, 소박하게 지어진 농가와 조화를 이뤄 시골마을의 정취가 더욱 물씬하다. 돌담에는 담쟁이 넝쿨이 얽히고 설켜 시원함을 더해 준다.

포근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상서리 마을 옛 담장을 따라나오면 등촌리로 이어지고, 곧바로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바다를 끼고 목 섬(항도)으로 가는 길은 청산도 비경으로 꼽힐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모 방송사 예능프로그램인 ‘1박2일’ 촬영지로 공중파를 타기도 했다. 방송 탓에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고 있다.

8 코스와 9 코스는 대부분 바닷길로, 일반 도로(군도)를 걷는 길이어서 차량 통행에 주의를 하고 걸어야 한다. 신흥 풀등해수욕장에서 상수원 입구까지 이어지는 해맞이 길인 8 코스는 청산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신흥리 해수욕장은 해송 보호지역으로 해송이 아름드리 자리하고 있고, 조금 더 가면 노적도 일출 전망대도 있다. 이곳에서는 맑은 날, 거문도까지 조망할 수 있다.

9 코스는 코스는 진산리에서 지리까지 이어지는 길에는 단풍나무들이 식재돼 단풍길이라고 불린다. 오르막길이긴 하지만, 단풍나무가 그늘을 만들어줘 길손들의 쉼터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가을에는 청산도에서 가장 멋진 길로 꼽힌다.

단풍나무 길을 따라나오면 청산도 서쪽 가장자리 길을 따라 걷게 된다. 이곳이 10 코스다. 청산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길이다. 노을 길을 끝 지점에는 청산도 중심지인 도청리로 접어든다. 골목길이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어 미로 길로 불리는 이곳은 청산면의 면소재지다.

/최권일기자 ck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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