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에서 다시 시작하는 길, 희망으로 한걸음
<30> 해남 땅끝~중리
파도와 나무 벗하며 매미 노래소리 흠뻑 취하는 한나절
정겨운 어촌 풍경 속 오토 캠핑장엔 한여름 추억이 가득
2011년 08월 15일(월) 00:00

끝이라서 다시 시작하는 길, 해남 땅끝에서 시작하는 길은 푸른 바다와 숲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김진수기자 jeans@kwangju.co.kr

끝(末)은 신성하다. 극한 또는 시작을 의미하는 묘한 매력도 함께한다. 해남 땅끝. 많은 이들이 뭔가를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려할 때, 지친 마음을 다잡으려 할 때면 이 곳을 찾았다. 극한과 희망의 시작점으로 이곳을 찾곤 했던 것이다. 끝이라서 다시 시작하는 길, 우리가 신성한 땅끝을 찾아 나서는 이유다.

한반도의 최남단 북위 34도 17분 21초, 해남군 송지면 갈두산(156m·일명 사자봉으로 산자락에 칡이 많았다는데서 산 이름이 유래했다) 아래가 일명 땅끝(土末)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는 우리나라 남쪽 기점을 이곳으로 잡고 북으로는 함경북도 온성부에 이른다고 쓰고 있다. 또 육당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에서는 해남 땅끝에서 서울까지가 천리, 서울에서 함경북도 온성까지를 이천리를 잡아 우리나라를 삼천리 금수강산이라고 했다고 전한다.

이 곳을 찾기 위해선 바다를 향해 피어오르는 횃불(봉화) 모양으로 우뚝 선 땅끝 전망대를 거쳐야한다. 가파른 내리막이고 계단과 나무 데크가 400여 미터나 이어져 걷기에 부담스럽지만 신성한 곳에 다다르기 위해선 아깝지 않은 노고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뱃머리 모양의 전망대와 그 옆에 자리한 탑이 비로소 한반도 끝에 섰음을 실감케 한다.

◇파도와 나무, 푸른 하늘 벗하며 사색하는 길=이곳은 말 그대로 끝이자 시작인 지점. 해남군은 이곳을 기점으로 해안을 따라 아름다운 길을 조성해 놓았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가 바로 이 곳, 땅끝에서 내딛는 첫 걸음인 셈이다. 이 길은 땅끝에서 서울을 잇는 삼남길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해안 낭떠러지 중턱을 따라 나무 데크로 조성한 길은 땅끝에서 품은 상념들을 이어가도 좋을 만큼 평탄하다. 아늑한 만을 지나는 길에는 한여름 짙은 녹음과 매미소리, 새소리가 귀를 마비시켜 멍할 지경이다.

터널을 연상케 하는 탐방로에는 팽나무, 후박나무, 후피향나무, 사철나무 등이 우거져 있다. 고개를 돌리면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그 빛을 고스란히 담은 남해가 손에 잡힐 듯 펼쳐진다.

길 중간마다 해안을 조망하기 좋게 쉼터가 꾸며져 있다. 쉼터마다 땅끝 주변의 전설과 이야기들을 담아다 놓았다. 사재끝샘, 당할머니, 달뜬봉, 소원이 이루어지는 댈기미 등 재미난 이야기는 끝도 없이 이어진다.

자갈밭삼거리에서 전망대로 가는 숲길 대신 해안가로 길을 잡았다. 400m 더 걷다 보면 군부대 앞에서 해안산책로가 끝나고 군용도로가 시작된다. 비포장 황톳길이다. 나무 데크를 걸을 때와는 느낌부터가 다르다.

길은 갈산마을까지 이어진다. 소나무가 무성하다고해 붙여진 송호리의 남쪽면에 위치한 마을이다. 마을 앞 바다에는 양식장이 출렁이고, 귀퉁이 밭에는 고구마 순과 고추가 태양 빛을 발하며 누워있다.

◇정겨운 어촌 풍경 …희망 찾아 걷는 길=산길은 갈산마을을 지나 송호 오토 캠핑장에 닿는다. 해남군이 20억 원을 들여 조성했다는 오토 캠핑장은 외지인들에게 인기라고 한다. 송호해수욕장 내 1만6628㎡ 부지에 텐트 60동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다. 취사장, 세면대, 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잘 되어 있고 캠프장 뒤에는 침대와 화장실, 조리시설 등을 갖춘 캠핑트레일러도 10대 설치돼 있다. 가족과 함께 한여름밤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곳이다.

송호해수욕장 백사장을 따라 솔밭을 끼고 마을 앞을 지나면 일명 국토순례의 길로 알려진 77번 국도와 만난다. 아스팔트 길이다. 국토순례행렬이 잦은 곳임을 알리기라도 하듯 구간구간에 ‘국토 종단 ○○㎞지점’ 이라는 이정표가 눈에 띈다.

한여름 걷는 길이라 땀이 비 오듯 쏟아지지만 오르고 내리고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은 차를 타고 지날 때와는 달리 또 다른 운치가 느껴진다.

진한 풀내음과 푸르른 들녘을 위한 삼아 3㎞ 남짓을 걷어 도달한 곳은 중리. 풍광이 아름답고 특히 이 곳에서만 볼 수 있다는 황홀한 낙조는 명성이 자자하다.

이 곳에서 드라마 ‘허준’을 촬영했는데 마을 에서 촬영지까지 깔끔하게 정비된 산책로는 푸른 바다와 잘 어우러지고 옛 정취 물씬 풍기는 세트장 풍경도 정겹다.

이 마을과 건너편 대섬 사이에 물 갈림 현상이 일어난다. 일종의 ‘바닷길’이다. 하루에 두 번, 대섬과 중리마을 사이 바다가 열렸다 닫힌다. 마을 옆 갯벌에는 우리나라에 몇 개 남지 않은 전통물고기 잡이 독살(석방렴)이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바닷길이 열리면 조개와 고동 등을 잡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한다. 중리마을에서 800m 정도 떨어진 대죽마을 앞 갯벌에서는 조개잡이 체험도 할 수 있다.

송호해수욕장 뒷편에 자리한 대규모 캠핑장.


길은 다시 북쪽으로 향해 송지면, 현산면을 거쳐 해남읍으로 이어져 있다. 왼쪽으로 길을 잡으면 화산면 고천암 철새도래지를 탐방할 수 있고, 또 여유가 있다면 오른편 달마산(489m) 아래 자리 잡은 아름다운 절 미황사의 품에 안겨보는 것도 좋을 성 싶다.

*걷는 길

땅끝전망대→땅끝탑→해안 산책로→자갈밭삼거리→갈산마을→송호 오토 캠핑장→송호해수욕장→중리→드라마 ‘허준’ 촬영지→대죽삼거리→조개잡이 체험장

/김대성기자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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